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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2.01 [시론]탄핵의 요건 ‘중대한 법 위반’, 차고 넘친다

2012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의거하여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천명했다.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과 국가안위 및 국민 신뢰를 배반하지 않는다는 구속력을 지닌 ‘헌법충성’(loyalty of constitution)의 책무를 밝힌 것이다.

기원전 487~416년 아테네 민주정은 70년간 투표에 의해서 독재자 11명을 국외로 추방했다. 이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탄핵의 목적은 주권자의 신임에 반하여 권한남용으로 국가와 헌법에 위반한 공직자의 직무를 박탈하는 것이다.

영국은 1376년부터 의회가 왕권을 견제하기 위해 관습헌법에 의한 탄핵권을 행사함으로써 오늘날 의회민주정의 모범을 확립했다. 탄핵조사는 두 가지 헌법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는 탄핵조사의 법위반자가 탄핵을 받아 파면되어야 하는 지위에 있는지이다. 두 번째는 탄핵 피소추자의 직무행위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위법행위를 구성하는지이다. 탄핵이 야당에 의해서 정치적 보복의 수단으로 남용되면 정부를 위기에 빠뜨릴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탄핵 대상과 탄핵 사유가 엄중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가운데 30일 탄핵심판을 맡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뒤로 청와대의 모습이 보인다. 김창길 기자

미국 헌법기초자들은 탄핵의 두 가지 헌법적 쟁점을 연방헌법에 충분히 반영했다. 1787년 미국 헌법기초자들은 연방헌법에서 ‘대통령, 부통령, 모든 민간공무원은 반역죄, 뇌물죄, 그 밖의 중대한 범죄·비행을 이유로 탄핵심판에 의해서 파면된다’(제2조 제4항)고 명시했다. 미국은 1793~2010년 하원에서 공직자 19명(대통령 2명, 장관 1명, 법관 15명, 상원의원 1명)을 탄핵 소추하고, 상원은 공직자 16명(유죄 8명, 사퇴 3명)을 탄핵심판했다. 하원은 탄핵 조사와 소추의 고유 권한을, 상원은 탄핵심판과 파면결정, 그리고 장래 공무담임권도 제한할 수 있다.

‘반역죄’와 ‘뇌물죄’는 헌법충성을 선서한 공무원이 국민의 신뢰와 국가를 배반하고, 직무의 완전성(integrity)과 법적 정의 및 헌법 자체를 침해하여 국가안위에 위험을 야기한 범죄다. 다음의 ‘중대한 범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영국에서 중대한 범죄는 권력행사의 목적에 따른 직무성질과 범죄의 심각성 두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미국의 중대한 범죄 유형은 부적절한 권한 남용과 초과, 직무의 목적과 양립하지 않는 위법행위, 부적절한 목적이나 사익추구의 권한남용을 들 수 있다. 중대한 범죄의 특성은 국민의 신뢰를 배반하여 ‘지독하게’ 권한을 남용하여 ‘상당한 규모의’ 위법행위를 범한 경우이다. 미국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인정된 중대한 범죄의 목록은 뇌물을 수수하여 국가와 헌법질서에 위험을 야기하는 경우, 정적의 불법적 기소·체포·살해 등에 국가기관을 이용하는 경우, 정신 질환이나 심각한 게으름으로 인해 기본적인 직무수행이 곤란한 경우 등이 포함된다.

2004년 5월14일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위반에 관한 ‘탄핵심판사건’(2004헌나1)에서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라고 선고했다. 이는 미국 헌법의 탄핵 사유 중 중대한 범죄를 참고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헌법충성 의무와 국가·국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위배하는 동시에 직무행사와 관련하여 국가 및 국민의 이익을 희생하고 특정인과 담합하여 터무니없는 권한남용을 했으므로 셀 수 없이 많은 ‘중대한’ 법위반을 범했다. 국가와 대통령 지위조차도 사유물로 간주하고 국익과 국민의 권리를 희생하면서 오직 최순실 일가의 사익추구를 위하여 100건 이상의 위법행위를 했다. 이제 주권자는 신뢰를 배반하고 국가를 위험에 빠뜨린 대통령을 탄핵·파면하여 무너진 헌법질서와 국격을 바로 세우도록 명령하고 있다.

정영화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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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