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해당되는 글 35건

  1. 2017.03.16 [경향의 눈]헌재 결정문과 대통령 취임사
  2. 2017.03.15 [정동칼럼]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3. 2017.03.10 [기고]역사적 기로에 선 한국
  4. 2017.03.09 [사설]헌재 탄핵선고 10일 확정,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5. 2017.03.07 제도권력과 광장권력
  6. 2017.03.07 [사설]대통령 탄핵 이유 분명하게 드러낸 특검 수사 결과
  7. 2017.03.07 [박래용 칼럼]굿바이, 박근혜
  8. 2017.02.28 [사설]탄핵 사유 하나도 없다는 박 대통령의 기막힌 최후변명
  9. 2017.02.27 [정동칼럼]헌재 결정 ‘만장일치’ 돼야
  10. 2017.02.27 [사설]헌재도 특검도 안 나가겠다니 이 나라 대통령 맞나
  11. 2017.02.24 [사설]탄핵 직전 사퇴설 흘리며 막장극 펼치는 박 대통령·여당
  12. 2017.02.22 [사설]나라 망친 자유한국당, 이젠 국회도 망가뜨리려 하나
  13. 2017.02.21 [사설]헌재의 박 대통령 측 생떼 차단, 이젠 조기 탄핵만 남았다
  14. 2017.02.21 [사설]특검 연장 반대 당론 정한 한국당의 무책임한 행태
  15. 2017.02.15 [사설]뇌물죄만 아니면 탄핵 불가라는 이동흡 변호사의 억지
  16. 2017.02.14 [독자발언대]대통령 탄핵 결정권 국민이 가져야 한다
  17. 2017.02.14 [사설]위험수위 가짜뉴스 생산·소비 모두 제재해야
  18. 2017.02.13 [기고]민주당, 기회인가 위기인가
  19. 2017.01.31 [사설]버티는 대통령 때문에 시민이 불행해진다
  20. 2017.01.24 [사설]지연책 쓰는 박근혜, ‘빠른 탄핵’이 필요하다

2000년대 초 대학입시에 논술이 화두였다. 논술은 객관식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험생의 사고력과 논리력을 측정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일선 교육 현장에 접목이 쉽지 않았다. 당시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으로 논술 출제와 채점을 맡았던 김영정 교수(철학과·2009년 작고)가 두 개의 논술 전범(典範)을 제시했다. 하나는 대통령 취임사, 다른 하나는 헌법재판소 판결문이었다. 취임사는 필자(대통령)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나 당면 과제로 의제를 설정한 뒤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형식의 글이다. 독자(시민)의 생각이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논리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전략을 사용한다. 헌재 판결문은 찬반·시비 논란이 있는 사안에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피력하는 형식이다. 제3자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반대 측의 승복을 받아내려면 증거가 객관적이면서도 논리와 구성이 치밀해야 한다.

지난 10일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이정미 재판관이 낭독한 ‘2016헌나1 대통령 박근혜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 요지’를 보면서 헌재 판결문이 왜 논술의 전범인지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논리 전개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표현이 적확해 경탄이 절로 나왔다. 글은 재판에 임하는 재판관들의 심경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 대통령 측에서 문제로 제기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절차와 헌재의 8인 재판관 체제 등은 흠결이 없다고 쾌도난마로 처리하고, 대통령 측과 국회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린 탄핵 사유 13개를 4개 범주로 묶어 하나하나 따졌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나 삼성 뇌물 등은 대통령 탄핵의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음에도 제외했다. 국회 탄핵안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을 넣으면 대통령 측의 반발 등 분란만 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재의 문장은 간결하고 문체는 건조했다. A4용지 4장, 7000자 분량의 글에 관형어와 부사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같은 주제문에서 ‘압도적으로’라는 수식어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독자(청자)에 대한 배려도 돋보였다. ‘지금부터’ ‘먼저’ ‘이제’ 등의 말을 써서 맥락과 내용이 바뀌고 있음을 친절하게 알려주었고, 어려운 한자나 법률용어를 최소화해 법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했다. 구성이 탄탄해 극적 효과도 뛰어났다. 4번의 ‘그러나’와 3번의 ‘그런데’는 시민들을 일순간에 천당과 지옥으로 내몰며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여론 조사 결과 헌재 선고 전 80% 수준이던 대통령 탄핵 찬성 의견이 헌재 선고 뒤 90% 이상으로 늘어난 것을 보면 그만큼 헌재 판결문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논술의 또 다른 전범인 대통령 취임사(2013년 2월25일)를 찾아서 읽어봤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국민 개개인의 행복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가 되고, 그 국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 될 때 국민행복시대는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 행복의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 깨끗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 저와 정부를 믿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는 길에 동참하여 주십시오.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만들어 갑시다.”

교과서에 실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대통령인 화자의 권위와 공신력을 바탕으로 청자의 이성과 감성을 흔들어 깨웠다. 직유와 은유, 대조와 대비, 점강과 점층 등 중·고교 국어 시간에 배운 각종 수사법이 활용됐다. 문장이 길어도 운율이 있어 읽는 맛이 느껴졌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우리의 역사는 독일의 광산에서, 열사의 중동 사막에서, 밤새 불이 꺼지지 않는 공장과 연구실에서, 그리고 영하 수십 도의 최전방 전선에서 가족과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위대한 우리 국민이 계셔서 가능했습니다” 등의 표현은 듣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하고 눈물샘을 자극했다. 풍부한 예시와 참신한 비유 외에도 ‘경제 민주화’ ‘창조 경제’ ‘문화 융성’ ‘국민 맞춤형 복지’ 같은 창의적 대안이 돋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진실성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이 박근혜 정권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이었다. 양극화와 소득 감소로 중장년의 삶은 더 불안해졌고, 다수의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은 사치 혹은 공포가 됐다. 정부는 총체적으로 무능했고, 대통령은 최악의 비리를 저질러 파면당했다. 아무리 문장이 좋아도 내용이 거짓이면 ‘0점’이다. 불행하게도 이를 확인하는 데 4년이 걸렸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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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국회를 거쳐,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최종적으로 파면당했다. 이것은 언론방송이 묘사하는 것처럼 ‘승복’의 대상도 아니며, 누군가가 희망하는 것처럼 재고(‘재심’)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닌,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최종적이고 단순명료한 현실의 서술일 따름이다. ‘대통령’ 앞에 붙여진 ‘전(前)’이라는 글자는 시간의 비가역성(非可逆性)만큼이나 무겁고 절대적이다.

그것이 굳이 폭죽을 터트릴 만큼 감격스럽거나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이유로, 땅을 치며 통곡을 할 필요도, 애꿎은 분노를 표출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한 일은 그저 헌법이 미리 규정한 대로 탄핵과 파면의 절차를 밟았을 따름이기 때문이다. 탄핵의 대상이 자연인 박근혜가 아닌 대통령이라는 기관이고, 파면의 결과가 자연인 박근혜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직을 비우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누가 대통령이었다 하더라도 같은 상황에서는 동일한 방식으로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자 주요 외신들도 한국 역사상 최초의 현직대통령 파면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영국 BBC 방송, 미국 CNN 방송, 영국 일간 가디언,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홈페이지 화면.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자 주요 외신들도 한국 역사상 최초의 현직대통령 파면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영국 BBC 방송, 미국 CNN 방송, 영국 일간 가디언,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홈페이지 화면.

그러나 문제는 2017년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선악의 뚜렷한 구분이나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때로는 ‘팩트(fact)’라는 말이 ‘의견’이나 ‘관점’을 의미하는 것처럼 들리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90%가 탄핵과 파면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 10%가 있으며, 양자는 평행 우주의 대척점에 기거하는지도 모른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평가는, 매우 극단적으로 넓은 스펙트럼에 걸쳐 있다고 점잖게 요약하자.

이제 질문은 다음과 같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부분적 진실이라면, 얼마나 심각한 문제와 명백한 증거들이 민의에 의해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권의 신속하고 비가역적인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은 헌법재판관들을 아주 많이, 오래 괴롭혔을 것이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쉬운 해답은 또 다른 민의, 즉 입법부의 수적 우위와 정치적 판단에 따르는 미국 모델이겠지만, 우리 헌법은 그 부담을 오롯이 헌재의 규범적 판단에 남겨놓은 셈이고 그 답안은 지난 금요일 공개되었다.

헌재가 내놓은 답안만이 유일한 정답일 수는 없다. 예컨대 나는 여전히 세월호 7시간과 관련된 대통령의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이 파면사유로 인정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나의 어느 친구는 어떤 탄핵 사안도 대통령 궐위를 가져올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가 동의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 친구는 간통죄 처벌 위헌 결정을 납득할 수 없었다.

어쩌면 모든 정치공동체의 공적 결정이 이런 과정일지 모른다. 의견은 갈리고 ‘팩트’는 흐리며, 갈등은 항존하는 곳에서, 승리자가 있으면 패배자의 눈물이 반드시 있기 마련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와 그 친구가 오늘의 불만을 뒤로하고 내일의 토론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정치공동체가 도달한 결론을 존중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이며 언젠가 생각이 일치하는 장면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민주주의의 최소 요건이라 생각한다.

정치인 박근혜에게 결정적으로 결여됐던 것은 이러한 다원주의적 가치들의 공존을 이해하지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문제들을 푸는 정답이 하나가 아닐 수 있고, 나의 답보다 더 나은 답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찾아 나가는 토론과 설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과서 국정화를, 사드 배치를, 개성공단 폐쇄를 전격적으로 결정하고는, 다른 목소리와 다른 해답들의 가능성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정치인 박근혜는 스스로가 항상 올바른 편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러한 유일 가치와 위배되는 모든 사람과 세력들을 적으로 간주하였다. 어제의 적이 얼마든지 내일의 동지가 될 수도 있으며, 작은 것을 양보하면 큰 것이 돌아온다는 사실도 믿지 않았다. 다른 가치와 신념들을 배척하였고, 야당을, 여당의 대부분을, 의회를, 그리고 국민의 대부분을, 이제는 검찰과 헌재를 끊임없이 배제하고 적으로 간주하였다. 한 정당 분파의 지도자로서는 일관된 신념을 지닌 것처럼 보였겠지만, 한 국가를 이끌어가는 대통령으로서는 심각한 결격사유였다. 이상은 사인(私人) 박근혜의 사익추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한국 정치의 근본적 비극은 이러한 1970년대의 정치적 DNA가 아직까지도 전승되면서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을 끊임없이 감염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답이 두 개 이상이라는 것을 당신은 인정할 수 있는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그 누구든 민주공화국에 설 자리는 없다.

박원호 | 서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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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엄중한 역사적 기로에 섰다. 정도냐 사도냐, 진보냐 퇴보냐의 갈림길이다. 해방 후 오늘의 상황보다 더 절박했던 시절 김구 선생은 말했다.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정도(正道)냐 사도(邪道)냐가 생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원칙 없는 정치, 일하지 않은 부, 양심 없는 쾌락, 격을 잃은 지식, 도의 없는 상거래, 인간성 잃은 과학, 희생 없는 신앙(마하트마 간디 ‘7가지 대죄목’)이 오늘의 한국사회를 총체적인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하수인들이 자리한다.

공자가 노나라 재상일 때 ‘용서할 수 없는 5악의 인물’이라 하여 한 사람을 처형한 적이 있다. 인의와 덕치를 주장해온 그로서는 예외적인 일이었다. ‘5악 인물’은 첫째, 만사에 빈틈이 없고 시치미를 딱 떼고 음흉하게 나쁜 짓만 저지른다. 둘째, 하는 일이 조금도 공정하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공정한 체 강직한 체한다. 셋째, 거짓말투성이면서 구변이 좋아 그럴싸하게 사탕발림을 한다. 넷째, 성품은 흉악한데 기억력이 좋고 박학다식하다. 다섯째, 독직과 부정을 일삼으면서 한편으로는 일부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너그럽고 청렴한 체한다. 그동안 이런 인물들이 권력의 핵심이 되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9일 밤 청와대 건물들이 불이 꺼진 채 어둠 속에 싸여 있다. 서성일 기자

이명박근혜 9년 동안 나라가 온통 거덜났다. 그럼에도 책임감은커녕 부끄러운 줄 모르고 정상배와 법꾸라지, 선동가들을 내세워 국민을 기만하고 시대를 역류시키려 한다. 공공연하게 내란을 선동하고 테러를 공언한다. 국회 해산과 계엄령 선포를 요구한다. 야당이나 재야에서 이랬다면 검찰이 침묵했을까.

“정의 없는 권력은 강도집단”(플라톤)이란 말이 실감나는 계절이다. 민족의 자주독립을 선언한 3월1일 성조기를 들고 광화문을 누비는 집단, 박근혜를 가리켜 헌정사상 가장 청렴한 대통령이라는 법비(法匪)와 풍각쟁이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게 부끄럽다.

타락하고 부패한 권력자 하수인들이 아무리 혹세무민해도 절대다수의 국민은 역사의 정도를 걷는다. 정부의 갖은 수단에도 국정교과서를 완벽하게 거부하는 국민이다. 혹한에도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과 동원된 사람들의 시대정신은 다르다. 깨어있는 시민이 존재하기에 역사는 전진한다.

격동기에 역사의 물꼬를 돌리는 위치에 있는 인물들의 책무는 막중하다. 이 길이냐 저 길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은 배가 된다. 을사늑약 당시 조정대신들의 고민은 컸을 것이다.

역사의 길을 택한 민영환은 영원히 살고 현실의 길을 취한 5적은 매국적으로 죽었다. 동학의 정도를 택한 손병희는 역사인물이 되고 사도를 취한 이용구는 타매의 대상이다. 정도를 걷는 신채호는 민족사관의 대명사가 되고 사도를 택한 최남선은 훼절의 오욕이 따른다. 청렴 강직했던 김홍섭은 ‘사도법관’이 되고 조봉암에게 사형을 선고한 김갑수 등은 ‘사법살인’의 오명을 벗지 못한다.

인간의 수명은 짧고 역사는 길다. 짧은 생애를 권부를 좇다가 역사에 오명을 남긴 인물이 적지 않다. 역사를 우습게 아는 지도층 인사들이 너무 많다. 동양에서 역사는 그물에 비유돼 왔다. 하늘의 그물 즉 천망이라는 뜻이다. 노자는 “천망이 비록 촘촘하지는 못하나 결코 놓치지는 않는다”고 하고, 미국의 역사학자 찰스 비어드는 “신의 물레방아는 천천히 돈다. 그러나 그 물레방아는 짙게 갈아나간다”고 말한다. 현실에 집착하여 역사를 외면하면 언젠가 그물코에 걸린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날이다. 여덟 분의 결정을 국민과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 이 시점에 백범의 ‘정도냐 사도냐’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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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를 10일 오전 11시에 한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탄핵 가결 후 석달 만에 심리 절차를 마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반년 넘게 끌어온 혼란이 헌재의 역사적 결정으로 조속히 수습되기를 기대한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의 인용은 상식이다. 박 대통령은 숱한 꼼수로 헌재 심리와 특검 수사를 방해했지만, 그런 심리와 수사에서조차 박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몸통임이 확인됐다.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도 꾸준히 70%를 넘는다. 민주주의 토대 위에 서 있는 헌재가 민의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민의와 상식에 반하는 결론은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것이다. 탄핵 인용 시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여론이 65%인 데 비해 기각하면 승복하겠다는 응답자는 35%라는 여론조사도 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게시판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안내되고 있다. 탄핵심판 선고는 10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며 방송 생중계도 허용된다. 박민규 선임기자

문제는 헌재 결정 이후다. 사회 구성원 전체가 헌재 결정에 승복하면서 중첩한 국가적 난제를 신속하게 풀어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박 대통령과 그의 법률대리인, 지지자들은 궤변으로 시민들을 선동하며 헌재 결정에 불복할 것임을 시사했다. 헌재 결정이 임박한 지금까지도 터무니없는 탄핵 각하를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말로는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고 하면서 계속 토를 달고 있다. 지금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압박, 일본과의 갈등 등 외교안보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해있다. 여기에 조기 대선이 겹치면 내부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 결정 불복은 국가적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박 대통령 측은 헌재 결정에 승복함으로써 혼란을 야기한 데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질서 있는 수습책을 제시해 신속하게 국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치권은 내내 촛불시민의 뒤만 따라다녔다. 심지어는 촛불시민들이 만들어놓은 개혁 입법의 기회조차 살리지 못했다. 만약 탄핵 이후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정치권 전체가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시민, 정치인, 지식인 모두 엄중한 상황임을 잊지 말고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 그런 자세야말로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하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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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민주주의란 것이 민의를 표현하기 전에 먼저 대리인을 자처하는 자들의 수준을 끝없이 확인해야 한다는 것은 고역이다. 더구나 과연 이것이 민주적인가? 민의와 상관없이 그 민의를 대표할 대리인들이 선정되는 것이. 무엇이 저들을 대선후보라고 정했는가? 여론조사? 지지율? 과연 그것이 민의를 얼마나 반영할까? 한국의 정치인 지지율 조사가 얼마나 그릇되고 조작되고 바람몰이용인지는 이미 지난 18대 대선에서 충분히 폭로된 바 있다.

결국 대의민주주의로 불리기도 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선출된 자들(the elected) 가운데 고르기 게임이다. 즉 ‘자격 갖춘 자들’(the elite) 중에서 고르는 정치게임. 1987년 헌법으로 재개된 대통령 직선제도 마찬가지다. 내 주권은 선거일과 선거일을 앞둔 얼마 동안만 작동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나는 내가 원하는 후보감이 없는 것도 참아내야 하고, 내가 주인이라는 사실도 잊어야 한다. 지금도 이른바 주권자들은, 어느새 촛불 든 자발적이고 다양하며 역동적인 시민들에서 촛불 든 방청객이 되고 있다. 주말마다 촛불 들고 광화문 콘서트에 모이는 관중들. 일부에서 제도권과 촛불권력, 혹은 의회권력과 시민권력의 관계를 두고 ‘이중권력’으로 개념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국회와 사법권력, 그리고 촛불권력이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시너지효과를 내야 한다는 규범적인 언명에 불과하다. 왜 규범적이냐면? 현실의 정치사를 보면, 제도정치와 사회운동정치, 아니면 의회권력과 ‘민중권력’, 지금은 또 이름을 바꿔 의회권력과 ‘시민권력’이라는 양대 정치가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를 맺거나, 양자가 유지 존속하면서 상호 성장한 경우는 거의 찾기 어렵다. 양자는 대립 혹은 경쟁적인 동원의 관계다. 이것은 사회운동론이 주로 규명해온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가 노란 리본이 깃봉에 달린 태극기를 들고 있다. 이준헌 기자

그리고 이 점이 더 중요한데, 그렇게 되는 이유가 바로 양자 동원체제의 효과나 작동기제 탓이 아니라 그들이 터를 두고 있는 민주주의의 성격 탓이라는 점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를 거세하면서 의회민주주의라는, 한때는 반민주적 장치로 불렸던 정당정치에 기초한 대의제를 유일한 민주주의로 만들어낸 정치체제다. 그렇게 자유주의를 민주주의가 안았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를 받아들였다. 그러므로 지금 의회민주주의의 신봉자들이 광장권력과 제도정치의 시너지와 이중권력 상태를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불가능한 테제이며, 혹은 광장권력을 통해 의회권력을 장악하거나 의회권력으로 진출하려는 욕망의 정치적 표현일 뿐이다. 그래야 대중은 스스로 주권자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스스로를 정치적 주체로 동원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동원은 선거로 이어주는 동력이고, 선거는 대중의 주권을 제도적 대리자들의 대의정치로 전화시키고, 대중은 다시 장외로 퇴출되거나 아니면 제도화된다. 벌써부터 정권교체 이후 ‘대중’의 동원이 불러올 혼란과 환멸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온다.

그렇다면 촛불 이후에 올 것들은 무엇일까? 여러 얘기가 가능하겠지만 미국의 오큐파이운동에 대한 지젝의 인용으로 마무리하련다. “여러분 자신을 사랑하는 길로 빠지지 마십시오. 우리는 지금 유쾌한 순간을 맞고 있지만, 축제를 여는 데는 그렇게 돈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중요한 건 축제가 열린 그 다음날입니다. 우리가 저마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무언가 변화돼 있을까요?”

지금 특검의 마지막 브리핑에 귀를 쫑긋하고, 다음주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여부로 세상을 행과 불행으로 나누고자 한다면 당신은 많이 불행하고 자괴감에 빠질 것이다. 환멸과 희망은 한 끗 차이다. 어느 쪽으로 풀썩 넘어지는가, 아니 풀썩 넘어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버틸 것인가? 촛불이 촛농으로 흘러내려 지저분한 얼룩이 되지 않으려면 촛불은 버텨야 한다. 투표함이 아니라 이 광장에서. 그리고 나아가야 한다. 99%가 사는 길은 법관의 판결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둘러싼 투쟁이다.

권영숙 | 노동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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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 등 5개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이 밝힌 기존 8개 혐의를 더하면 총 13개에 이른다. 최순실씨 등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그에 따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훼손 등 박 대통령 탄핵 사유는 이로써 더욱 분명해졌다. 특검 수사의 최대 성과는 박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특검은 433억원의 성격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공권력과 국가 기구를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원활한 합병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운 대가라고 못 박았다. 헌법재판관 출신으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핵심인 이동흡 변호사는 “삼성 관련 소추 사유가 뇌물수수에 해당한다고 입증되지 않는 이상 파면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법원은 뇌물 공여자인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대통령 등이 시킨 대로 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을 동원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뇌물죄는 뇌물을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의 죄를 훨씬 무겁게 묻는다. 박 대통령은 삼성 뇌물만으로 탄핵감이라 할 수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수사 결과 대국민 보고’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기남 기자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연설문이나 인사 자료를 유출해 국정 개입을 허용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특검 수사로 더 많은 범죄 사실이 확인됐다. 최씨의 마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외에 외교부까지 뻗쳤다. 최씨는 미얀마 공적개발원조사업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내정된 인사까지 밀어내고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와 김인식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을 앉혔다. 청와대 의료시스템이 붕괴 상태였던 것도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최씨 소개로 불법 의료업자들로부터 시술을 받고 공식 자문의가 아닌 김영재씨로부터 ‘비선 진료’를 받았다. 일급 기밀인 대통령의 혈액 등 건강 관련 정보가 새나가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문제의식이 없었다. 박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도 관여하고, 최씨 민원을 받아 KEB하나은행의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도 확인됐다. 청와대 지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극우 단체에 지원해 ‘관제 데모’를 유도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주권자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이렇게 남용했다.

여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민낯도 드러났다. 황 대행은 청와대 압수수색 등이 이뤄지도록 특검팀을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거꾸로 나왔다. 특검의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를 공표해야 했다. 그래야 특검이 남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대행은 알량한 법 지식을 이용해 결정을 미루면서 국회와 특검을 능멸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황 대행의 조직적인 방해에도 특검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주말마다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 덕분이다. 한국 사회의 고질인 정경유착을 뿌리뽑지 않고서는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없다는 특검 수사팀의 의지도 작용했다. 청와대는 “특검의 수사 결과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의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는 헌재가 판단할 일이다.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어제 여론조사 보도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75.7%와 73.3%다. 탄핵심판 선고가 일주일 안으로 다가왔다. 헌재는 법과 원칙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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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는 뿌리가 깊다. 고조선의 팔조법금에도 명시돼 있다. 조선시대에는 간통을 저지른 자는 장형(杖刑) 80대, 유부녀는 90대를 쳤다. 그런 간통죄가 1990년 헌법재판소 테이블에 처음 올랐다. 6 대 3 합헌. 시기상조라는 취지였다. 그리고 2015년 2 대 7 위헌.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이유였다. 고조선부터 2100년간 건재했던 간통죄는 헌재 심판 5차례 만에 사라졌다.      

법은 진리가 아니다. 절대 불변도 아니다. 진리는 달라지지 않는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은 진리다. 법은 세월에 따라, 사회 변화에 따라 개정되고 폐지되고 새로 만들어진다. 헌재는 법의 흥망성쇠를 다루는 곳이다. 1988년 창립 이래 29년간 헌법적 가치를 판가름하며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 호주제, 동성동본 금혼, 혼인빙자 간음죄, 제대군인 가산점, 영화 사전검열제를 없앴다. 헌법이 우리 사회의 근본 규범이라면 헌재는 그 근본을 지키는 기둥이다. 그래서 헌재는 매년 국가기관 중 신뢰도 평가 1위를 차지해오고 있다. 헌법재판소를 운영하고 있는 세계 70여개 국가 중 가장 성공한 모델이다. 지금 헌재는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직 헌재 재판관에게 물어봤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3월7일 (출처: 경향신문DB)

- 재판관들의 심적 부담이 대단하겠다.

“신경 안 쓰인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재판관들은 자부심과 사명감, 용기를 갖고 있다.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 탄핵 평의와 평결은 어떻게 진행되나.

“먼저 법률 위배가 있는지를 따진다. 위법이 있다면 그것이 탄핵당할 만큼 잘못한 것인가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가 고민한다.”

-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한다는 뜻은.

“헌재는 여론조사기관이 아니다. 오늘만 판단하는 게 아니라 내일 어떻게 될 것인가까지 폭넓게 본다는 뜻이다.”

- 개인의 정치성향이나 지명자가 누구였느냐에 따라 영향을 미치나.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 양심엔 개인의 소신도 담겨 있다. 여당이나 야당이 추천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아니고, 애초에 그런 성향의 인물을 추천하는 것이다.”

- 평결은 어떻게 나올 것 같나.

“그런 질문이라면 전화 끊겠다.”

박근혜와 가까이 있던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지금은 박근혜와 멀어졌다는 점이다. 당 대표나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대부분이 등을 돌렸다. 박근혜를 알면 알수록 그렇게 된다고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대변인 출신 전여옥은 말했다. 멍청한 사람의 최고의 도피처는 침묵이다. 박근혜의 침묵은 가장 효율적인 자기 방어 수단이었다. 어쩌다 한마디 할 때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서민 주거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선 “그런데 근저당권이 뭔가요”, 복지 대책 회의에선 “왜 복지 재원을 세금을 거둬서 하나요. 국가 재정으로 해결해야죠”라고 했다. 세금이 국가 재정이다. 박근혜 후보 시절 경제 과외교사였던 김종인은 “(박 후보는) 뭘 알고서 말하는 것 같지 않다.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저녁 여섯시면 정치인 박근혜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완벽한 미지의 세계에 있었다고 의원들은 말했다.

“당 대표 시절 어느 비행기를 타든 박 대표의 좌석은 정해져 있었다. 비행기 맨 왼쪽 앞좌석 창가였다. 그런데 언제나 그 옆자리를 비워놨다. 옆에 누가 앉는 것을 싫어해서라고 했다.”(전여옥 <오만과 무능>)

박근혜 정치의 키워드는 시혜(施惠)였다. 그는 스스로를 공주나 여왕으로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행위를 백성들에게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지자는 그를 불쌍하다고 대통령으로 뽑아줬다. 불쌍한 건 국민이었다. 박근혜는 무능하고 오만했다. 그에게 청와대는 ‘나의 집’이었고, 대한민국은 ‘나의 나라’였다. 박근혜의 공적으로 남을 단 하나는 그와 함께 ‘박정희 패러다임’도 종언을 고했다는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극우 이념으로 똘똘 뭉친 김기춘류(類), 권력의 뒤에서 단물만 빨아먹은 최태민류의 부패세력은 이참에 함께 쓸려 나갈 것이다. 국정농단을 가능케 했던 50년 기득권 체제에 금이 쩍 가고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탄핵 심판 결과가 어찌 나올 것 같냐고. 헌재 재판관들은 시대를 항해하는 항법사다. 8 대 0, 만장일치로 혼란에 종지부를 찍으리라 믿는다. 저항하는 수구세력의 입을 막고, 모욕당한 태극기를 되찾고, 무너진 정의를 세우리라 믿는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탄핵 전과 후가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며칠 안 남았다. 굿바이 박근혜.

박래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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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온 시민의 억장을 무너뜨렸다. 박 대통령은 27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변론에서 의견서를 통해 “단 한 번도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 추구를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탄핵 사유를 전면 부인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모금, 인사 개입,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그동안 특검 수사에서 증거와 증언으로 확인된 사실도 모두 부정하며 억지와 궤변만 늘어놓았다. 최후진술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그의 어처구니없는 상황 인식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4일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청와대 브리핑룸으로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수정한 것은 “보통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해 조언을 들었을 뿐”이라고 예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을 시켜 대기업에 최씨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납품받도록 강요한 것은 “중소기업을 도와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둘러댔다. 참으로 뻔뻔하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대통령이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구조작업에 방해만 된다고 판단해 진척된 보고를 기다렸다”고 변명한 것은 궤변의 극치다. 관저에서, 머리 손질을 받으며 ‘비정상 근무’를 한 그가 정상적으로 보고받고 지시했다고 하니 할 말을 잃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무책임과 비인간적 태도에 다시 한번 몸이 떨린다. 어떠한 반성이나 성찰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답변만으로도 그가 탄핵당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동안 특검·헌재의 출석 요구에 한 번도 응하지 않다가 헌재 변론 마지막 날 억지 주장을 펼친 노림수는 분명하다. ‘불쌍한 대통령 코스프레’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헌재를 압박해보려는 얄팍한 술수다. 이에 발맞춰 대리인단은 이날도 국회와 특검, 언론, 촛불을 싸잡아 비난하며 막말을 이어나갔다. 국정 농단에 이어 헌재 농단이다. 이제 이런 꼴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라는 데서 그나마 위안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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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여러 기능 중에 ‘국민통합의 기능’이 있다. 헌법은 국가구성원 전체의 공동이익 실현을 그 내용으로 하므로, 헌법적 장치를 통해 다양한 세력의 여러 의견이나 이해관계를 국민 합의로 이끌어내어 모든 국민을 하나의 운명공동체 구성원으로 동화시키고 통합하는 기능을 가진다는 것이다. 헌법이 국민통합 기능을 수행하므로, 헌법을 구체적 사건에 적용하여 헌법적 분쟁을 해결해내는 헌법재판도 당연히 이런 국민통합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정치적으로 논란이 많은 사건들에서 이런 국민통합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가장 바람직한 결정형식이 바로 만장일치 결정이다. 물론 소수자의 인권과 관련된 사건들 등에서는 오히려 활발한 소수 의견 개진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소수자의 인권 보장을 앞당기는 전향적 헌법 판결들은 소수자 인권이 다수에 의해 외면당할 때 내려졌던 용감한 소수 의견들이 쌓이고 쌓여서 내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과 같은 고도의 정치성을 띠는 사건들에서는 소수 의견이 오히려 국민통합을 해치는 결과를 낳기 쉽다. 헌재 결정 이후에도 일부 국민들이 소수 의견에 기대어 계속해서 헌재 결정의 정당성에 시비를 거는 일들이 지속됨으로써, 정치적 분쟁이 헌재 결정으로 일단락되지 않고 이어져 국민 통합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헌법재판 담당기관들은 정치적으로 폭발성을 가지는 민감한 사건들에서 만장일치 결정을 내리는 지혜로운 선택을 한 경우가 많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이 열린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헌재소장 권한대행 이정미 재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954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내린 브라운 판결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브라운 판결이 내려지기 58년 전인 1896년의 플레시 판결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열차에서 흑인칸과 백인칸을 따로 두게 한 루이지애나 주법이 피부색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로서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합헌 결정을 내린다. 아무리 인종에 따른 분리 수용이라 하더라도 열차 차량 시설, 운임 등 유형적 요소에서 백인칸과 흑인칸이 차이가 없다면 불합리한 차별이 아니라는 요지였다. 이 플레시 판결은 소위 ‘분리하되 평등의 원칙(separate but equal)’이라는 미국 판례법상의 대원칙을 만들어냈고, 이 원칙은 미국 사회에서 열차뿐만 아니라 버스, 공원, 식당, 극장 등 공공시설과 초등학교 등 교육현장에서의 흑백분리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되었다. 그 후 흑백분리 수용의 헌법적 정당성은 미국 사회에서 계속해서 중요한 사회적 쟁점이 되면서 ‘흑백 갈등’이라는 정치적 분쟁의 주된 원인이 된다. 이러한 정치적 분쟁을 만장일치의 위헌 결정을 통해 종식시킨 것이 바로 1954년 브라운 판결이다. 브라운 등 흑인 아동들은 캔자스 주법에 근거해 초등학교에서 흑인학교와 백인학교를 따로 둔 토피카 시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인종차별에 의한 평등권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다. 당시 연방 대법원에 근무했던 이들의 전언이나 언론 기사, 흑인학생들을 대리한 피고인 측 변호사들의 비망록 등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에 처음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 적지 않은 재판관들이 ‘분리하되 평등의 원칙’ 적용을 유지해 합헌의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그런데 빈슨 대법원장의 갑작스러운 심장마비사로 후임 대법원장이 된 워런 대법원장은 이 사건에 대해 위헌 입장을 굳히고 합헌의 입장을 보이던 대법관들을 한 명씩 설득해서 만장일치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다. 교과과정, 학교 시설, 교사의 질 등 유형적 요소에서 흑인학교와 백인학교가 평등하다 할지라도 흑백분리 교육 자체가 흑인 아동들에게 지울 수 없는 열등의식을 심어주고 흑백인종이 통합된 교육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 이익들을 박탈하기 때문에 불합리한 차별이 되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요지였다.

그 후 이 판결은 교육현장뿐만 아니라 공공시설 등 타영역에도 널리 확대 적용되어 나가면서 흑백분리에 따른 미국 사회의 정치적 갈등을 치유하고 미국 국민을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해낸다. 이 사건에서 워런 대법원장이 왜 만장일치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내려 했겠는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소수 의견은 그 판결에 반대하는 세력들에 재판에 대한 끊임없는 시빗거리를 안겨주고 불복의 빌미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정치적 논란이 심한 사건에서 국민통합을 위해 만장일치 결정이 꼭 필요한 이유를 이 브라운 판결이 잘 웅변해주고 있다.

헌법재판이 일반 재판과 다른 결정적 구별점이 있다.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재판이라는 점이다. 헌법재판관들은 무엇이 이 나라의 헌법가치의 수호와 국민통합을 위한 결단인지를 스스로에게 집요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런 물음 뒤에 답을 구하면 답이 보인다.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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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사건 최종변론에 출석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대리인단이 헌재에 박 대통령이 나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안다”면서 “대리인단도 기자회견 같은 것을 할 예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어이가 없다. 결국 박 대통령에게 헌재 출석 카드는 탄핵심판의 시간을 끌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헌재는 물론 시민과 국회도 박 대통령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셈이다.

헌재 불출석 방침으로 유추해보면 박 대통령은 스스로 켕기는 게 많은 모양이다. 떳떳하다면 헌재 재판관들과 국회 소추위원 측의 질문이 두려울 이유가 없다. 헌재 변론은 말주변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이 헌재 법정에 나와 최후진술만 하고 퇴장할 수 있는지 물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하고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법에 명시된 대로 ‘출석 시 질문을 피해갈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5일 열린 17차 범국민행동의날 집회에서 한 시민이 촛불을 켜고 있다. 강윤중 기자

최순실씨 공범으로 뇌물수수 피의자인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도 거부했다.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며 눈물로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검찰 수사가 예상 밖으로 강도 높게 진행되자 곧바로 검찰을 비난하며 말을 바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대면조사 일정이 일부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에 거부한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댔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받지 않았다. 최씨와 무자격 의료진에게는 무시로 개방한 청와대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특검 수사진은 물리력까지 동원해 막았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이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특검 수사는 내일로 끝이다. 연장 지지 여론이 압도적이지만 결정권을 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금까지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국정농단의 부역자인 황 대행이 수사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박 대통령과 황 대행 등은 일말의 책임감이나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고 있다. 국정공백 장기화로 한국 사회 전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정농단 세력을 단죄하고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민주주의를 구할 곳은 헌재밖에 없다. 헌재는 법과 원칙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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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막장극으로 몰아가고 있다. 최종 변론기일이 27일로 확정되면서 탄핵심판 선고일이 다가오자 박 대통령 측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어제도 헌재에 직접 출석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박 대통령은 헌재에서 발언만 하고 심문에는 응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다. 헌재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는 싶은데 공개 석상에서 홀로 소추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할 자신이 없으니 그런 상황을 피해보려는 것이다. 특별검사의 수사를 거부한 것도 모자라 탄핵심판에서까지 특권을 요구하며 끝까지 책임을 모면할 틈을 노리고 있다. 이건 대통령의 대응이라고 할 수 없는 떼쓰기다.

박 대통령의 막무가내 대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헌재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장외에서 여론전을 펴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자유한국당과 함께 자진사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말이 돈다. 이대로 탄핵당할 바에야 자진사퇴할 테니 탄핵은 각하하고 형사책임은 면제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식적으로는 자진사퇴설을 부인했다. 책임의식도, 자존심도 없는 비열한 행동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2월 24일 (출처:경향신문DB)

자유한국당과 박 대통령 법률 대리인들의 행태는 막장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는 그제 헌재 변론에서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하지 않으면 시가전이 벌어지고, 아스팔트를 피로 물들일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을 위해 이토록 비이성적·반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다는 데 경악할 뿐이다. 어제는 김진태·곽상도 등 법률가 출신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재판이 박 대통령 측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탄핵심판 결과 불복을 시사했다. 지지자들의 맹목적 충성을 자기 보신에 이용하는 박 대통령의 행태에 할 말이 없다.

박 대통령 측의 대응을 보면 헌재 결정이 나오는 순간까지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 혼란과 국가 분열을 부추기는 한이 있더라도 탄핵을 모면하려는 태도가 역력하다. 하지만 탄핵열차는 멈출 수 없다. 탄핵 전 자진사퇴도 명분이 없다. 박 대통령의 태도로 볼 때 자진사퇴의 길을 터주면 죄가 없다고 주장할 게 틀림없다. 탄핵 후 사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져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일말의 책임의식이라도 남아 있다면 시민 앞에 단 한번이라도 진실한 모습을 보이라. 박 대통령을 뽑은 시민들이 더 이상 자괴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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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그제부터 자유한국당 소속인 신상진 미방위원장에 대해 불신임 결의안을 국회에 낸 뒤 농성을 하고 있다. 미방위원 24명 중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 등 절반이 넘는 14명이 뜻을 모은 결과다. 이들은 공영방송을 정부가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신 위원장이 법안소위에조차 회부해 주지 않고 있다고 불신임 사유를 밝혔다. 다수의 뜻을 존중하며 공정하게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 위원장의 책무를 망각한 채 특정 당파의 뜻에 따라 상임위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야당이 다수의 힘으로 방송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려 한다며 맞서고 있다.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그동안 미방위 상황으로 볼 때 신 위원장의 주장은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5월 국회가 열린 후 미방위 소관 법률안이 단 1건도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은 것 자체가 신 위원장의 무리한 위원회 운영을 이미 입증하고 있다. 이번에는 여야 간 이견 조정 기구인 안건조정위원회가 구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구실로 들고 있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안건조정위 불발 이유는 바로 한국당이 안건조정위원을 선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당이 위원 선정을 미뤄 위원회 결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데 도리어 야당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신 위원장의 논리는 여소야대 의석수를 만들어준 유권자들을 탓하고, 여당의 분당 책임을 야당에 돌리는 꼴이다. 게다가 이런 판국에 신 위원장은 여당 간사와 함께 선진 정책을 배워오겠다며 오는 25일부터 해외 시찰을 나간다고 한다.

신 위원장의 미방위 방해 행위가 그 혼자만의 판단은 아닐 것이다. 개혁 법안 협상 시 언론장악방지법안을 수용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한국당은 애초부터 공영방송 개혁에 뜻이 없었다. 지금 공영방송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위원장 고영주)는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를 다수결로 뭉개고 23일 MBC 새 사장을 뽑겠다고 우기고 있다. 정권과 여당, 방문진이 한통속이 되어 친박근혜 방송과 경영진을 비호하겠다는 뜻도 감추지 않고 있다.

한국당의 국회 파업은 미방위에 그치지 않는다. 어제는 법사위와 미방위, 교문위 등 4개 상임위 한국당 간사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고영태 국정농단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했다. 국정농단의 주범이 고씨인데 헌법재판소가 그와 관련한 녹음파일 등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으니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새 출발 하겠다며 당 이름을 바꾸더니 하는 일이 이런 생떼 쓰기다. 이게 과연 참회하는 자세인지 한국당과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자문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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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일정을 늦추기 위해 온갖 꼼수와 억지를 부리고 있지만 헌재는 3월13일 이전 선고 방침을 재확인했다. 법과 원칙에 따른 당연한 판단이다. 헌재는 어제 열린 15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이 요구한 고영태씨 녹취파일 증거 채택 등을 거부하고, 박 대통령의 최후진술 여부를 22일 전까지 확정하라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재판관이나 국회 소추위원 측이 신문할 수 있고, 박 대통령 출석도 헌재가 정한 날짜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2월 20일 (출처:경향신문DB)

탄핵심판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어떤 관계인가가 핵심인데 고씨 녹취파일은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녹취파일에는 오히려 박 대통령이 무능했고 최씨의 국정농단이 비일비재했다는 정황이 생생하게 담겨 박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그런데도 이를 증거로 채택해 법정에서 공개하려고 하는 이유는 시간을 끌고 논점을 흐리겠다는 것 외에는 없다.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도 오는 24일로 정해진 최종변론 일정을 미뤄 선고를 늦추겠다는 불순한 의도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이 출석하겠다면 말릴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재판관들이나 국회 소추위원들의 질문을 받아야 한다. 일방적으로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끝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 49조는 “소추위원은 심판의 변론에서 피청구인을 신문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유불리를 떠나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고 최종변론을 3월로 연기해 달라는 등 생떼를 썼다. 자진해서 받겠다고 했던 특검 조사도 응하지 않았다. 국정 공백 장기화로 혼란이 커지고 있지만 대통령으로서의 체면이나 자존심을 버린 지 오래다. 오로지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13일 이후로 선고 시점을 늦춤으로써 ‘재판관 7인 체제’를 핑계 삼아 헌재를 무력화할 궁리만 하고 있다. 법정에서 태극기를 흔들어 사건을 정치적으로 몰아가려는 속셈을 드러낸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 선고 전에 ‘전원 사퇴’ 같은 꼼수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다. 헌재의 공정성이나 객관성,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은 이미 충분히 확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변론은 총 7회에 불과했지만 어제까지 15차례 변론을 진행했다. 박 대통령이 신청한 증인도 대부분 받아줬다. 헌재는 선고 일정을 하루라도 앞당겨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정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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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특검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기간 30일 연장을 요청하고, 야 4당까지 원내대표 회동에서 연장 승인을 요구한 상황에서 한국당만 홀로 반대 당론을 정한 것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당론 채택과정에서 “헌법재판소 심판 이후에도 특검을 계속하는 것은 대선 정국에 특검 수사를 이용한다는 대선용 정치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8일로 종료되는) 특검의 연장은 전적으로 황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새 특검법을 통해서라도 기간을 연장하려는 야당의 발을 묶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특검 수사기간 연장 여부는 그것이 수사에 필요한지를 최우선으로 놓고 따져야 한다. 그런데 수사기간이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 특검이 특검법에 기재된 수사 대상을 모두 다루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검은 지난 두 달 가까이 많은 진실을 밝혀냈지만 드러내야 할 진실이 아직도 많다. 엊그제 청와대 비서관이 미르재단 설립과 모금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삼성을 제외한 대기업의 뇌물제공 등은 손도 대지 못한 상황이다. 특검 수사가 충분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한 데 이어 특검의 대면조사도 회피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측 증인들은 온갖 방법으로 진실을 덮고 있다. 황 권한대행도 박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며 특검 연장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어제도 그는 “특검 연장에 대해 추가로 밝힐 입장이 없다”며 특검 연장 결정을 미뤘다. 시민을 우롱하는 태도와 다름없다.

자유한국당이 특검 연장 반대를 당론으로 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가 계속되면 대선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진실 규명보다 당파적 이익을 앞세우는 몰염치한 행위다. 한국당 의원들은 연일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 “애국폭동” “계엄령 선포”와 같은 반사회적인 구호를 외치고 있다. 탄핵 민심에 반성하는 듯하더니 ‘친박 새누리당’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반사회적인 언동을 하는 수구·친박 단체들의 지지라도 붙잡으려는 모습이 가련하다. 시민들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실을 밝힐 기회가 이번 한 번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방조해 나라를 어지럽혀 놓고 그 진실을 가리는 일마저 방해하겠다는 것은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한국당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 반대 당론을 당장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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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동흡 변호사가 어제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대통령 행위가 부정부패나 국가 이익을 명백히 해치는 행위가 아니므로 삼성 관련 소추 사유가 뇌물수수에 해당한다고 입증되지 않는 이상 파면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지난달 법원에서 기각된 것을 박 대통령 탄핵 기각 근거로 삼고, 만약 특검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또다시 기각될 경우 이를 탄핵 불가 논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구속영장은 ‘구속 수사 필요성’에 관한 판단이다. 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등 특검 수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 박 대통령측 대리인단에 합류한 이동흡 전 헌재 재판관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뇌물 혐의는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삼성 외에 다른 재벌·대기업으로부터도 돈을 챙기고 특혜를 주는 등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다. 최순실씨에게 각종 연설문 및 인사·정책자료를 유출하고 최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문화체육관광부 공직자 등을 임명·해임해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위반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상황 파악 노력을 하지 않고 숙소인 관저에 머물면서 혼자 밥을 먹고 머리를 손질하는 등 대통령으로서 국민생명 보호의무도 지키지 않았다. 탄핵안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여론조작용 관제데모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 사안 하나하나가 모두 탄핵감이지만 이 변호사 등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대통령의 중대한 법 위반 사유로 제시한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 침해’ 등 5개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항목은 당시 헌재가 예시를 든 것이다. 언제 헌재가 측근의 국정농단이나 국민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등이 탄핵 사유가 아니라고 밝힌 적이 있는가. 주지하다시피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됐으나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등의 의혹이 불거져 낙마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도덕적 기준이 일반인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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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9일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이후 두 달 넘도록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사이에 관제데모로 의심받는 탄핵 반대 시위가 대대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은 탄핵심판의 진행을 늦추는 지연전술을 쓰고 있다.

헌재의 심판을 통해 탄핵을 결정하는 현행 헌법의 규정은 장점이 있다. 탄핵심판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진실이 드러날 수 있으며, 탄핵이 필요한지에 대해 국민이 숙고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대통령이 임명한 권력자들이 잔존하고 있기 때문에 심판 과정에서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게다가 국민은 탄핵을 결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헌재에서 진행되는 탄핵심판에서 국민은 숙의하는 민주주의의 주권자가 아니라, 구경꾼이 되고 있을 뿐이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14차 촛불집회의 참석자들이 연사들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듯 헌재에 의한 탄핵심판은 결정적 단점을 가지고 있다. 몇 달씩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재판을 지연하려는 시간끌기 전술에도 취약하다. 탄핵심판 기간은 곧 국가권력의 공백상태를 의미하기에 이는 심각한 결점이다. 또한 국가권력의 진퇴 여부가 국민 다수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권재민이라는 헌법가치와도 충돌한다. 헌재가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를 보호하기 위해 어느 정도 독립된 권한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가의 통치권력은 다수 국민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다시 말해 헌재에 의해 탄핵이 결정되는 것은 권력 공백의 장기화와 취약한 민주적 정당성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을 불러온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 국민투표를 통해 탄핵 여부를 결정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권력 공백의 기간이 지금보다 훨씬 단축되고, 민주적 정당성도 있어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종원 | 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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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에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탄핵심판과 관련된 인사를 겨냥해 출처도 없이 만들어지는 가짜뉴스가 대량 유통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급속하게 전파되는 위력 때문에 그 폐해는 과거 은밀하게 나돌던 유언비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 서석구 변호사는 지난달 5일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북한 노동신문 기사를 근거로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종북에 놀아났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기사는 가짜뉴스였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1999년 여기자를 성추행해 징계처분을 받았다거나, 중국이 한국 내 유학생 6만명을 촛불집회에 몰래 참여시켰다는 뉴스도 있다. 시몬 라트나 미국 라칸 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이 “한국의 탄핵 흐름이 괴이하고 음험하다”고 말했다거나, 영국 아우구스트그라드 대학교 아크튜러스 멩스크 교수가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비판했다는 소식도 있다. 시몬은 일본 애니메이션 ‘천원돌파 그렌라간’, 아크튜러스는 게임 ‘스타크래프트’ 등장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비자금이 1경원이 넘는다거나 금괴 200t을 가졌다는 뉴스가 확산되고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2월 14일 (출처: 경향신문DB)

상식에 비춰보면 허무맹랑하지만, 가짜뉴스가 겨냥한 인사를 미워하려는 이들에게는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정 목적을 위해 가짜뉴스를 활용하는 세력도 엄존한다. ‘친박근혜’ 성향의 단체들과 온라인 사이트가 근원이다. 최근 서울광장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살포된 ‘노컷일베’라는 인쇄물에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탄핵반대 집회 사진 위에 “서울시장의 탄식, ‘차라리 관광명소인 스케이트장이나 개장할 걸…’ ”이라는 제목을 달았으나, 박원순 시장은 이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가짜뉴스는 더욱 그럴듯한 형식과 내용으로 나돌며 여론을 왜곡할 것으로 보인다. 그 위력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어제 “악의를 띠고 특정 개인에 대해 의도적·반복적으로 가짜뉴스를 올리는 행위는 내사, 수사 대상”이라며 “그런 정도가 아니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해 차단·삭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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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과 대리인단도 탄핵을 저지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들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일개 사인이 대통령을 조종하여 국정을 농단한 초유의 사태에 국민이 분노하고 궐기하여, 국가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 앞에 펼쳐지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참으로 험난하기 짝이 없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누군가에게 조종당하여 국가 최고 권력자로서의 직무를 방기함으로써 국가를 위험 속에 몰아넣은 대통령을 제거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대항하여 그를 무조건 옹호하고 찬양하는 세력들도 만만치 않다. 촛불집회에 대항하여 태극기를 흔들어대는 맛불집회가 열리고, 대통령을 도왔던 새누리당은 여전히 원내 제2당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급기야는 탄핵되어야 할 대통령의 충실한 보좌역이었던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후보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위중한 시기에 새로운 지도자와 새로운 질서를 원하는 민심은 자연히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정반대편에 서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제1야당으로서 다음 정권을 인수할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은 온통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될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여권은 아직도 권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미몽을 버리지 않는데, 야권은 이미 권력이 자기들에게 넘어온 양 차기 대권을 향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대선후보 경선에 돌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자기가 ‘대세’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지금은 탄핵 결정에만 전력투구해야 할 때다. 동물도 사냥할 때는 하나의 목표물을 몬다고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금 헌재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퇴임한 박한철 소장의 말대로 탄핵이 3월13일 전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쩌면 탄핵이 안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대선을 준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탄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행동하지 마라. 대선은 탄핵 결정 이후의 일이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국정의 중심을 국회로 이동시키고,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이 된 것과 같은 월권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하에서 만들어졌던 악법을 폐기하고, 무리하게 추진되었던 정책들을 중지시키고, 가장 긴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법안들을 통과시키도록 전념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연장을 거부할 때, 입법을 통하여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대통령 대리인단의 단말마적 방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명쾌한 법리를 개발하여 탄핵소추인단을 지원하기 위한 무슨 태스크포스라도 가지고 있는가?

대선에 꿈이 있는 자는 경선을 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보여주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이고 수권정당으로서 할 일이다. 탄핵이 이루어진다면 민주당은 차기 정권을 거머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민주당은 국민이 밝혀준 촛불을 꺼버렸다는 비난을 뒤집어쓸 것이다.

이병훈 | 전주대 명예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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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와 특검 수사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애먼 시민이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났다. 설인 지난 28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박사모’ 회원 조모씨가 투신해 사망했다. 조씨는 탄핵 반대 집회에서 사용하는 손태극기 2개를 든 채 몸을 던졌고, 태극기에는 ‘탄핵가결 헌재무효’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박사모 활동 때문에 가족과 불화가 있었다. 유족을 상대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7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는 한 스님이 박 대통령 체포 등을 요구하며 분신했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두 사람의 극단적 선택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죽음은 박 대통령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 정상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조씨의 투신에는 설 직전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는 거짓말로 쌓아올린 거대한 산”이라며 허위 내용으로 극우 언론인과 인터뷰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박사모의 탄핵 반대 집회를 ‘태극기 집회’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대통령직 유지를 국가 수호와 연계하는 극단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국가와 정부는 다르다. 정부는 국가와 주권자인 시민을 연결하는 매개체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이 물러나 박근혜 정부가 중도에 해체되더라도 주권자가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를 세우면 된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박 대통령이 궤변으로 혹세무민하며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나라는 더욱 엉망이 되고 있다. 시민들의 피로감과 스트레스도 임계치에 이르렀다. 설 연휴 모처럼 일가 친척이 모인 자리의 대화 주제도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분노와 나라 걱정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최씨는 ‘내가 무슨 죄가 있느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 특검과 헌법재판소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수구 보수층을 내세워 재기를 모색해보려는 꼼수에 시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 등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내고, 헌재는 탄핵 결정을 앞당겨 하루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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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늦추기 위해 갖은 꼼수를 부리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어제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무려 39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했다. 검찰과 특검의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관련자들을 직접 불러 얘기를 들어보자는 것이다. 증인 1명 심문에 적어도 1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재판이 2주 이상 늘어질 수 있다. 그런데 김 전 실장이나 우 전 수석은 이미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모든 사안에 ‘모른다’고 답한 인물들이다. 헌재 출석 요구를 받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도 모두 불응했다. 나라가 결딴나든 말든 조금이라도 더 대통령 자리에 앉아 반전의 기회를 노리겠다는 속셈이다.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나 주권자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있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도 훼방을 놓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보도한 언론사와 기사에 언급된 ‘익명의 특검 관계자’를 고소했다. 자중해야 할 피의자가 수사 주체를 고소해 처벌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대면조사나 청와대 압수수색 등 향후 특검 수사를 거부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최순실씨도 막무가내로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특검의 소환 통보를 6차례나 거부해 수감 중인 최씨의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정 공백이 길어지면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물가와 실업률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가계부채와 나랏빚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탄핵 국면에 대한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나라 바깥도 어지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전 세계가 대격변의 소용돌이에 들어갔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하다. 헌재가 일단 내달 1일 김 전 실장과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등을 심문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헌재의 최종 결론은 8명의 재판관이 내리게 됐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오는 31일 퇴임한다.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 찬성에서 8명 중 6명 이상 찬성으로 탄핵 조건이 변해 박 대통령은 그만큼 유리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런 걸 노렸을 것이다. 헌재는 무책임한 박 대통령의 재판 지연 술책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선고 일정 등을 가능한 한 일찍 알려 시민들이 대통령 선거 등 향후 정치 일정 등을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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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