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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0.24 [박래용 칼럼]황교안의 파렴치

요즘 보수진영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이른바 ‘애국보수세력’의 아이콘이다. 그가 올린 페북 댓글엔 ‘애국세력의 자존심’ ‘차기 대통령 클래스’ 등의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린다. 그는 내년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보수진영 후보 1위(지지율 13.6%)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나경원(4.1%)·김성태(1.5%) 의원 등 다른 잠재적 후보들보다 몇 배 앞선 지지율이다. 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수 옹호 발언을 쏟아내는 건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지난 5월12일 총리 이임 인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5개월여 동안 페북에 올린 글이 24건이다. 1주에 한 번꼴이다.

“우리가 미래로 가야 하는데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지 걱정된다.” “아무리 말을 그럴싸하게 해도 진정성과 역량이 없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장도리 황교안 캐릭터 (2017년 5월 5일)

글은 거의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비판은 자유다. 하지만 과연 황 전 총리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여권은 당·정·청 3축이 기반이다. 청와대는 대통령부터 비서실장·수석·비서관들이 헌정유린, 국정농단, 부정부패 혐의로 줄줄이 감옥에 들어갔다. 당은 친박계의 비정(秕政)을 방임하고 은폐하다 보수세력을 통째로 말아먹었다. 정부는 시민을 둘로 쪼개 한쪽을 짓누르다 스스로 쑥대밭이 됐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 총리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깨어있었다면 나라가 그토록 결딴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고위 인사만 20명이 넘는다. 그들은 헌법을 위반했고, 법률을 어겼고, 주권자를 배신했다. 총리는 사전에 국정농단을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후에도 덮고 비호하는 데 급급했다. 그는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방해했고,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요청을 묵살했다. 진실을 밝혀줄 청와대 기록물은 봉인했다. 그는 국가위기의 공범이자 은폐의 주범이다.

법무장관 시절 잘못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2013년 검찰의 댓글 수사팀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지만, 당시 황 장관은 수사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되레 윤석열 수사팀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을 강행하자 윤 검사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혼외자 건으로 특별감찰을 지시해 내쫓았다.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참패할 것을 우려해 세월호 수사도 지연시켰다. 정윤회 문건 파동 사건은 ‘문서유출 국기문란’으로 둔갑시켰다.

법무부의 영문명은 ‘정의부(ministry of justice)’다. 법무장관의 역할은 국가를 대표해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가 정의로웠다면 국정파탄도, 대통령 탄핵이란 비극도 없었을 것이다. 입만 열면 법치요, 빵 한 조각을 훔쳐도 일벌백계를 외치던 법무부 장관이다. 4년 전 밝혀졌어야 할 국정원과 군, 권력기관의 정치공작은 이제야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고 있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황교안은 이제 변호사다. 박근혜 탄핵과 재판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늉으로라도 변호인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지 않았다. 그가 장관으로서, 총리로서 모셨던 대통령에게 지금껏 면회를 다녀왔다는 얘기 한번 들어보지 못했다. 차갑고 더러운 방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데 법무부에 항의 한번 한 적도 없다.

사람이든 나라든 갖춰야 할 네 가지 덕목이 있다. 예의염치, 일명 사유(四維)다. 넷 중 하나가 없으면 기울어지고, 둘이 없으면 위태로워지며, 셋이 없으면 뒤집어지고, 모두 없으면 파멸을 면치 못한다고 했다(중국 고전 <관자>). 황교안은 염치가 없다. 파렴치하다. 그래서 위태롭다. 시민들은 대통령 유고(有故) 때문에 그의 권한대행을 묵인했을 뿐, 국정농단의 책임을 면해준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은 아무 관련도, 책임도 없는 양 당당하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 같다.

황교안은 최근 한 종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묻는 질문에 “뭐 말씀 안 드리는 게 좋겠다. 지금은…”이라고 했다. 말 안 해도 다 안다. 그는 슬금슬금 정치권에 다가가고 있다. 앞으로 노출은 더 잦아질 것이다. 황교안은 아직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적폐청산 대상 1호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거적을 깔고 엎드려 사죄하고 자중하는 게 도리다. 그것이 시민에 대한 예의다. 염치에 예의까지 없다면 파멸이라 하지 않는가.

<박래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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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