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의 시신이 발견된 후, ‘뉴욕타임스’에 장문의 기사가 실렸다. 그 제목은 “In Ferry Deaths, a South Korean Tycoon’s Downfall”(여객선 사고, 한국의 한 부호의 몰락)이었다. 200개에 육박하는 댓글 중 유독 하나가 눈에 띄었고, 한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간에서도 화제가 됐다. “북한은 공산주의의 문제를 보여주고, 남한은 자본주의의 문제를 보여준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물론 그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가 한국 자본주의의 어떤 측면을 폭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듯하다.

문제의 기사를 읽어보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목포해양대학원 김우숙 학장은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가 그 정도로 많은 화물을 싣고 그렇게 항해할 수 있었다는 것은 기적이었다. 세월호에 화물은 곧 현찰이었다.”

세월호가 보여준 한국 자본주의의 문제는 이런 것이다. 한국선급은 청해진해운이 세월호를 개조했을 때, 그것이 안전의 기준선을 넘지 않았는지 제대로 감독했어야 한다.

한국해운조합은 세월호에 실린 화물이 너무 많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지나치다면 그것을 제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단체다. 만약 지금까지 밝혀진 대로, 세월호가 무게중심을 잃고 쓰러진 이유가 제대로 묶여 있지 않은 컨테이너 때문이라면, 그 책임 중 적지 않은 부분이 한국해운조합에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리해보자. 세월호라는 배는 인천에서 제주도까지의 항로를 수도 없이 오갔다. 세월호 참사는 그 수많은 항해 중 어떤 하나가 잘못되어 벌어진 일이다. 적지 않은 분들은 세월호 참사에서 어떤 음모, 특히 정권 차원에서의 음모를 직감하고 있는 듯하지만, 배가 넘어지지 않았다면 이 참사가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호가 침몰한 것은,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이 감수했던 ‘위험’의 범위 안에 속하는 일이었다.

문제는 그 영리 기업을 감독해야 할 공적 프로세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선급은 사실상 선주들의 이익단체이고, 한국해운조합의 양심적인 직원들은 문제를 고발할 수 있을 만한 발언권을 갖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배를 가진 사람들은 사실상 외부의 관리·감독 없이, ‘셀프 감시’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연안여객선의 안전 기준이 실제로 점점 후퇴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지난 4월 인천 여객터미널에서 발견된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내부문건. 인천지부가 지난 23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대비해 내부 문건을 대량으로 파기한 것으로 보인다. _ 연합뉴스


우리가 28사단 폭행 사망사건, 일명 ‘윤 일병 사건’에서 보게 되는 모습이 그와 같다. 현 법체계상, 군의 사단장급 이상 지휘관은 병력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면서, 동시에 사법권도 행사한다. 그러니 본인이 지휘하는 부대가 ‘이상무’이기를 바라는, 그렇게 무사히 전역해서 연금을 수령하는 편안한 삶을 꿈꾸는 지휘관들은, 내부에서 사람을 두들겨 패고 죽이는 일이 벌어져도 그것을 감추려 든다.

한국선급으로서는, 모든 일이 무사히 잘 돌아간다고 가정할 경우, 세월호의 증축과 개조를 문제삼을 필요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28사단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군부대의 지휘관들도 내부의 가혹행위를 그저 덮어두고 쉬쉬하고 싶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28사단 폭행 사망사건. 전혀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한 이유로 ‘참사’가 되어버렸다. 공식적인 지휘 통제권을 가진 누군가가 제 역할을 했더라면 그 피해는 최소화되었을 것이다. 세월호의 선장이 승객들에게 제대로 탈출 안내 방송을 했더라면, 그리고 윤 일병이 소속되었던 의무대의 부사관이 가해자 병장의 가혹행위를 저지했더라면 말이다.

이후의 전개도 비슷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작 한국의 연안여객선 관리의 복마전에 대한 조사 및 처분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듯, 28사단 폭행 사망사건이 벌어졌음에도 군은 자신들이 가진 재판권을 전혀 내놓을 생각이 없다.

여기서 세월호 참사와 28사단 폭행 사망사건의 접점이 보인다. 우리는 우리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그들이 ‘내부’에서 행사하던 관리·감독의 권리를 ‘외부’로 끌어내야 한다. 그들만의 세상에서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을 햇볕으로 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노정태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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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윤모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이 일어난 육군 제28사단 소속 병사 2명이 휴가를 나와 동반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중대에서 상병으로 복무 중이던 이들은 각각 휴가를 나와 지난 11일 오후 10시24분께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총기난사와 자살, 구타 사망 사고 등으로 군이 초비상 상황이고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그것도 윤 일병 사건으로 온 국민의 눈길이 쏠려 있는 바로 그 부대에서 일어났으니 말이다.

두 상병의 휴가 중 동반자살은 무엇보다 ‘관심병사’ 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말해준다. 서울이 집인 ㄱ상병은 B급 관심병사로서 지난 5월2일 인성검사 때 자살예측 판정 및 복무 부적응 결과를 받았다고 한다. 광주가 집인 ㄴ상병은 A급 관심병사로서 군 당국이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과 함께 조기전역 조치까지 취하려 했으나 부모의 반대로 계속 복무 중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복무 부적응 병사를 대상으로 사단급 및 군단급 부대가 운영하는 ‘비전캠프’와 ‘그린캠프’에 입소한 바 있고, 정신과 치료도 7~8회 받았다고 한다. 두 상병의 자살은 결과적으로 이러한 군의 관심병사 제도가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윤일병이 폭행으로 사망한 경기도 연천군 28사단 포병부대에서 12일 부대원들이 내부반에 모여 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출처 : 경향DB)


특히 ㄴ상병의 예를 보면 관심병사 제도가 왜 있는지조차 의문을 품게 한다. ㄴ상병은 지난해 10월 부대에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11월에는 부대를 탈영했다가 8시간 만에 체포된 적도 있다. 지난 6월에는 후임병에게 “8월 휴가 중 ㄱ상병과 동반자살하려고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간부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군대에서 사고가 터지면 공식처럼 등장하는 것이 보고누락·축소은폐·허위보고 따위다. 보고 체계와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해 엄중 문책해야 한다. ㄴ상병 다이어리의 “(선임병을) 죽이고 싶다”, 휴대전화 메모장의 “너무 힘들었다” 등의 메모에서 보듯이 병영생활 자체도 두 상병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 요인이었을 수 있다. 이 또한 수사를 통해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온 국민의 ‘관심사단’이 돼 버린 28사단의 정밀 진단부터 필요하게 됐다. 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 자체 조사나 진단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의 주장대로 민간 전문가가 포함된 특별감찰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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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을 죽음에 이르게 한 구타와 가혹행위, 집단괴롭힘은 지옥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행여나 상상을 초월하는 이 악마적 상황이 그저 가해자 몇몇의 일탈적 행동의 결과라고 여겨서는 안된다. 지난 4월 육군 조사에 따르면 병영 악습 3919건이 확인되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집계한 2011년 군 사망·자살 현황도 그런 사건이 예외적 현상이 아님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기간 군내 사망자는 감소했으나 자살은 66명에서 79명으로 늘었다. 이는 선임병에 의한 가혹행위가 줄지 않고 있으며 나아가 그런 일이 병영의 일상사가 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국방부와 육군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일병 사망사건에 국한해도 국방부와 육군이 과연 이런 사건을 예방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투명한 사후 조치로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나 후임 한민구 장관은 이 사건의 내막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육군 지휘부는 가해 병사들이 은폐해서 몰랐다고 변명하고 있다. 설사 그렇다 해도 군 검찰이 지난 5월2일 기소했으니 그 시점에라도 육군 지휘부는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육군은 유족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진상을 알려주지 않았다. 7월31일 시민단체가 폭로하고 나서야 관련 사실을 밝혔다.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현실이라면 군에 대한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국회 국방위원들이 연천 28사단 977포병대대 윤일병 폭행사망사건 의무 내무반을 찾아 현장 조사후 부대 장병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출처 : 경향DB)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모든 가해자와 방조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해 잘못 있는 사람들은 일벌백계”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뒤늦게 추가 조사와 함께 축소·은폐 의혹에 대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전·현직 국방장관을 포함한 모든 관련자를 성역 없이 조사해 의혹을 규명하고 잘못이 드러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윤 일병 사건 하나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병영의 악습은 한국 군대의 오랜 고질병이다. 이번에 악습을 완전히 뿌리뽑을 수 있을 것처럼 단기 처방이나, 임기응변적 대응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군은 2003년 분대장 외에는 병사들끼리 명령하거나 지시·간섭을 할 수 없도록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오랜 관습으로 남아 있는 문제는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중요하다. 지시 한번 내리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군인권법 등 제도화할 것은 하되 관행과 문화를 바꾸는 좀 더 근본적 접근을 해야 한다. 지휘권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병사들을 짐승만도 못한 상황에 방치한 부대장은 지휘자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지휘권을 박탈해야 한다. 군 인권에 손놓고 있던 국가인권위원회도 반성해야 한다. 병영의 반인권 상황을 바꾸려면 전방위적인 감시와 병영문화 개선이라는 시간과의 싸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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