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에서 당의 존폐를 논해야 할 정도의 패배를 경험한 자유한국당은 비대위 체제 출범을 예고했지만 계속되는 당내 혼란으로 당의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단 한 명의 단체장도 당선시키지 못한 바른미래당 역시 표류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명 중 14명, 기초단체장 226명 중 151명을 당선시키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일각에서는 지역균열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정치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지역주의 균열에 실질적인 변화가 왔는지를 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선거는 그간 우리 선거를 좌우해 왔던 영호남 지역주의, 세대균열, 진보·보수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거의 작동하지 않았던 선거이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는 한마디로 촛불혁명의 연장선에 있었던 선거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전 정부 국정농단의 책임을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촛불혁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구태를 벗지 못한 정치세력들에 대한 응징의 의미를 강하게 띠었다. 혹한에 국민들이 들었던 촛불은 대통령 하나 바꾸는 것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었다. 촛불혁명을 이끈 힘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고 한국 민주주의에 완전히 새로운 옷을 입히고자 하는 국민적 열망이었다. 1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높은 대통령 지지율은 국민들이 새로운 정부에 이러한 열망을 실었고 아직 그 기대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선거는 국민의 의지와 열망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야당들에 대해 국민들이 가한 철퇴였던 것이다. 여기에는 지역도 세대도 이념도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지역주의가 타파된 선거라든가, 민주당이 전국정당의 토대를 구축한 선거라든가 하는 식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편승한 선거였고, 남·북·미 간 정상회담 및 평화 분위기의 영향을 크게 받은 선거였으며, 기존 적폐를 벗지 못한 정치세력에 대한 실망과 질책이 가장 크게 작용한 선거였다.

선거를 끝낸 정치권에는 수많은 개혁과제와 민생법안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한반도의 그림을 바꿔갈 판문점선언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 그러나 제1야당으로서의 기능이 마비된 자유한국당, 대규모 정계개편이 예상되는 정치권, 정상화는 고사하고 원구성조차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국회가 우리 앞에 있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국민의 기대를 담아내기 힘들다.  한국 국민은 지금 과거 어느 때보다 정치권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평가하고 상벌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다. 촛불, 탄핵, 대선,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지방선거,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 국민은 굵직한 경험들을 통해 고도의 정치적 학습을 해왔다. 눈과 귀를 막으면서 국민들을 동원하는 과거의 방식은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 전체의 변화와 혁신이 요구된다. 여기에는 민주당도 예외가 아니다. 제1정당으로서 민주당은 야당의 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어 명실공히 민생중심 정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로 거의 모든 지방정부와 의회를 책임지게 된 만큼 국민의 열망을 제대로 담아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보여주었던 구태에서 벗어나 당내 민주주의와 혁신에 앞장서지 않으면 국민들의 기대가 큰 질책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선거 후폭풍이 한동안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들은 쇄신의 방향조차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평화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국회와 정치의 정상화는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국민은 당리당략적 정치셈법으로만 국회를 운영하고자 하는 정치세력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가차 없이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보수야당은 전면쇄신을 바탕으로 건전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고 여당은 혁신을 이끌면서 여야가 생산적인 경쟁과 협력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부디 정치권은 이번 선거의 결과를 제대로 읽기 바란다.

<이소영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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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얘기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정에 사사건건 발을 걸던 자유한국당의 참패로 이제 남은 개혁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갈 수 있겠다고 좋아한다. 확실한 지지로 한반도 평화 시대를 열어갈 자신감과 힘을 얻었다며 희망을 얘기한다. 나 또한 기쁘다. 그러나 흔들림 없이 추진할 개혁과제와 평화의 과정에 여성은 존재하는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6·13 지방선거는 성차별과 성폭력이 만연한 한국사회에 변화를 촉구하는 #미투운동의 자장 속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그러나 변화를 향한 의지와 노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주요 정당의 후보들은 모두 남성 일색이었고 눈에 띄는 정책 변화도 없었다. 경기도민인 나는 마지막까지 너무 머리가 아팠다. 아니 최악과 차악 사이에서 유권자들이 갈등하고 반목하게 만든 정치권에 화가 났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포스터

많은 여성들의 마음이 비슷했을까? 지방선거 직전인 6월9일 혜화역에 4만5000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며 한국사회에서는 ‘여성’인 것이 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후보가 적은 현실을 비판하는 ‘#투표용지에 여성정치인’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다.

남성 독점적인 정치 구조의 폐해는 이미 증명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들이 만들어졌다. 지역구 30% 여성 할당제, 비례후보 교호순번제, 지방선거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여성후보가 없으면 후보등록을 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제도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당은 ‘적당한 여성이 없다. 공천하고 싶지만 사람이 없다’며 여성들을 폄훼하고 남성독점 구조를 유지하려는 자신들의 의도를 은폐해왔다.

이번 시·도지사 선거의 정당별 여성후보 비율은 그들의 언설이 허구임을 잘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0%, 자유한국당 6.7%, 정의당 11%, 민중당 16.7%, 녹색당 100%. 군소정당에는 많은 여성들이 왜 주요 정당에는 없는가. 진짜 문제는 여성들이 발을 붙일 수 없고 정치리더로서 성장할 수 없게 하는 남성중심적인 정당의 문화이고, 사실은 여성이 없는 게 아니고 배제한 것이라는 증거가 이번 6·13 지방선거의 공천 결과다.

한 예로 구·시·군의 장 선거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226개 선거구 중 218곳에 공천을 했고 그중 11곳에 여성후보를 공천했다. 그런데 공천한 지역을 보면 11곳 중 4곳이 부산이고 한 번도 야당이 당선된 적 없는 지역이 2곳이나 된다. 생색내기 공천이 아닐 수 없다. 한편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단 한 명의 여성후보도 내지 않았고, 전원 당선되었다.

리더십은 기회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정치 리더십 또한 마찬가지다.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더 많은 여성, 청년, 소수자에게 정치리더십 성장의 기회를 줬어야 했고 성평등한 미래를 위한 변화를 시작했어야 했다. 그것이 ‘여성’인 것 자체가 죄라고 인식할 만큼 성차별적인 한국사회를 만들어온 남성중심의 권력구조, 남성 독점적인 정치구조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에 응답하는 길이었다. 정치권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가 원내정당인 정의당을 누르고 4위를 기록한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김민문정 |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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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는 승리보다 패배가 선명하게 기록된 선거로 남을 것이다. 80%에 근접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 등을 감안하면 더불어민주당의 낙승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졌느냐’의 문제는 짚어야 한다. 정치의 영역이든, 스포츠의 세계든 ‘잘 진다’ ‘멋있게 진다’는 말이 있다. 지더라도 명분을 지킨다면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나 대안보수를 자처한 바른미래당은 그러지 못했다. ‘한국당과 손잡느니 정계은퇴하겠다’던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궤변에 가까운 논리로 한국당 김문수 전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했던 것이나,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막말로 자기 당에서도 외면받은 일은 야권 패배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훗날 이번 선거는 둘의 추락으로 더 기억될지 모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방송3사의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전 대표는 자신의 처지를 너무 몰랐다. 빈털터리 집안의 가장이면서도 ‘거부’라도 되는 양 큰소리를 쳤다. 불리한 여론조사를 두고는 “지지율 조작” “선거가 끝나면 여론조사 기관을 폐쇄하겠다”고 했다. 현실부정은 과대망상과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었다. 한국당은 갈수록 고립되는데, 민심이 돌아오고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곳간이 비었는데도, 하늘에서 돈이 떨어질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했다.

가장이 몽상에 빠지면서 어려운 집구석은 더 흉흉해졌다. 정권과 “싸우는 법을 안다”고 하더니, 식구들과 다퉜다. 배고프다고 하소연하는 식구들에게 “바퀴벌레” “암덩어리” “연탄가스” 등 막말을 퍼부었다. 힘들다는 푸념은 그에게 가장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비쳤을지 모른다. “막말은 영남 지역에서 친밀감의 표시” “서민적 용어를 알기 쉬운 비유법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어이없는 해명을 한 것도, 나는 무슨 말을 해도 괜찮은 ‘존중받는 가장’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됐을 터다.

대단한 사람으로 대접받기 원했던 홍 전 대표의 바람은 선거 후에야 현실이 됐다. “그분은 보수당을 궤멸시키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것 같다”는 정두언 전 의원의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 한국당은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해체”까지 언급하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홍 전 대표 덕분에 자유당 시절부터 한국 사회 주류로 행세해온 한국당은 완전히 망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못지않은 역사적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안철수 전 후보는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가장이었다. 지방선거 후 보수재편의 중심에 서겠다는 정치적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가족들의 희생과 양보를 강요했다. 정치의 기본인 명분과 절차적 정당성도 깡그리 무시하고 독단과 변칙을 반복했다. 자기만 알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에 반대하자, 당헌·당규까지 바꿔 밀어붙였다. ‘바른미래당은 나 하나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자아도취가 아니고서야 이런 무리수를 둘 수는 없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재·보궐선거에 나선 일부 후보들의 사퇴를 종용한 것도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다. ‘경쟁력 있는 인사를 세워야 한다’며 경선을 거친 후보들을 그만두게 하려 했다. 서울시장 선거전에 한 표라도 도움이 될 인사들을 내세워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안 전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졌던 바른미래당 광역단체장 후보의 말이다. “지도자는 자기는 죽고 남을 살려야 한다. 그 사람은 자기를 위해 남에게 죽으라고 한다.”

선거 막판 안 전 후보의 바닥은 온전히 드러났다. 한국당과 손잡으면 정계를 은퇴한다더니, 한국당 김문수 전 후보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그래놓고 “경쟁력 있는 후보에게 몰아줘야 한다”며 인위적 단일화 시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전 후보를 전화로 불러내어 다짜고짜 양보를 요구해놓고, 단일화 시도가 아니라고 궤변을 던진 것이다. 설사 단일화가 됐어도 선거에 이길 수도 없었겠지만, 만에 하나 단일화 덕에 당선됐다면 또 어떻게 했을 것인가. 김 전 후보를 지지했던 수많은 태극기 부대들의 이익을 대변해 ‘박근혜 석방’을 외칠 것인가.

홍 전 대표는 사퇴했고, 안 전 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둘 다 정계은퇴를 말하지는 않았다. 홍 전 대표는 물러나면서도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나라’를 정치세력 사이에서 서로 넘길 수 있는 물건인 양 취급하는 얼토당토않은 인식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나라는 넘어간 것이 아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선택했다. 주인인 국민들이 홍 전 대표와 한국당을 버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결정은 안 전 후보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이용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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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이 대혼돈에 빠졌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주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지막으로 막말 한번 하겠다”며 “아르바이트 국회의원” “추한 사생활” “카멜레온” “사이코패스” “앞잡이” 등 거친 표현을 동원해 인적 청산 대상이 돼야 할 의원들을 열거했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당 대표 시절 자신과 충돌했던 일부 중진의원들과 친박계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 무슨 엉뚱한 소리냐는 반발과 일리 있는 지적이란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 전체가 난파 위기에 몰렸는데도 여전히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한국당 초선의원들이 중진의원들의 포괄적 책임을 물으며 정계은퇴를 요구한 것도 볼썽사납긴 마찬가지다. 그동안 당 혁신에 침묵해온 초선의원들이 마치 다른 나라에 있다가 온 것처럼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것부터 우스꽝스럽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란 플래카드 아래 무릎을 꿇었다. 한국당은 전신인 새누리당 때인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 직전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라며 무릎 꿇고 절하고 읍소한 적이 있다. 그러나 눈앞의 위기만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니 무슨 말을 해도 과연 처절한 반성을 했는지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이다.

한국당은 말로만 반성을 외칠 게 아니라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 국회는 몇 달째 ‘개점휴업’ 상태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달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로 국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모두 공석이지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의 시동조차 걸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이 정말 시민에게 반성한다면 우선 원 구성 협상부터 성의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수구 냉전세력으로 비치는 부분을 혁신하고 보수·진보의 프레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겠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당 반대로 무산됐던 국회의 ‘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 채택도 자청해 처리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번에도 지도부 사퇴→비대위 구성→새 지도부 선출과 같은 절차를 답습하면서 위기만 모면하려 한다면 오산이다. 성난 민심에 사죄하겠다는 의지가 1%라도 있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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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들이 참패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겨우 대구·경북 두 지역에서만 광역단체장 당선인을 냈다. 텃밭이었던 부산·울산·경남도 내줬다. 기초단체장 역시 민주당이 226곳 중 151곳을 석권했다. 경북 구미시 등 보수의 아성이었던 상당수 지역에서도 민주당이 당선인을 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여러분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지도부와 함께 사퇴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도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16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에 이어 보수당이 이렇게 연달아 크게 패배한 사례는 없었다. 한국의 주류가 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가 공고하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보수세력을 철저히 심판했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집권세력의 사회·경제 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야당이 참패한 것은 보수당들이 대안세력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음을 웅변한다. 특히 보수의 맏형 격인 한국당이 민심과 괴리된 정도는 심각하다. 북한과 미국이 70년 적대관계를 청산하겠다고 나서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낡은 안보관을 고집했다. 최저임금 인상, 복지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축하려는 정부의 정책도 세금을 쏟아붓는 포퓰리즘으로 치부했다. 합리적인 대안은 내놓지 않으면서 강경 일변도의 대여 투쟁을 벌였다.

시민들은 사소한 범법행위도 처벌받는데 전직 대통령들의 엄청난 비리를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방탄국회로 동료를 감쌌다. 겉으로는 민의를 받든다고 했지만 여론조사와 언론 탓을 하며 숨은 표에 기댔다. 이런 당을 지지해달라는 것 자체가 염치가 없는 일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을 한 책임을 탄핵으로 물었는데도 경고를 외면하니 유권자들이 더 큰 매를 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촛불집회에서 확인됐듯 지금 시민들은 정치권을 향해 새로운 가치와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은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부의 편중보다 공정한 분배, 복지를 통한 삶의 질 향상, 지방분권 등에 더 주목하고 있다. 전통적인 보수의 덕목보다는 진보적 가치에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보수가 이런 가치를 등한히 하는 한, 또 시대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철학으로 무장하지 않는 한 보수 재건은 요원하다. 보수당들이 진정 정치적으로 재기하고자 한다면 기득권을 버리고 보수의 철학과 노선을 재정립하는 것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한·미동맹이 중요하지만 동맹 만능주의에만 의존하는 안보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시장이 만능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시장의 실패에도 대비할 줄 알아야 한다. 제대로 된 복지정책을 펴 보지도 않고 과잉복지를 외치는 것은 기득권을 강화하겠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비현실적이라면 비판만 하기에 앞서 시민을 향해 대안을 내놓는 자세가 필요하다. 청년 실업률 해소를 위해 보수적 해법이라도 내놓으면서 비판해야 설득력이 생긴다.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건강한 토론을 통해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를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보수 재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통한 새 리더십 구축에서부터 당의 전면적 쇄신, 나아가 당의 해체까지 거론됐다. 보수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혁신을 외쳤지만 시민들이 다 시늉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바뀐 세상에 맞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보수의 가치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대통합을 외치기 앞서 비전을 세우고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시민들은 어떤 보수냐를 묻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나라가 통째로 (민주당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탄핵의 분노가 가시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아직도 참패 원인을 바깥에서 찾고 있다. 성찰이 먼저다. 보수 없는 정치는 위험하다. 지금이 보수 재건의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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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서 예상대로 여당이 압승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14곳을 석권했다. 국회의원 재·보선 12곳 중에서도 민주당은 후보를 낸 11곳 모두 당선됐다. 보수야당의 궤멸적 참패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정당이 이렇게까지 패한 것은 처음이다. 시민들은 야당을 철저히 심판했다. 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여당과 치열한 정책 경쟁을 벌이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사사건건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으며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한 데 대한 반발이 컸다. 한국당은 급기야 역사적인 한반도 데탕트 흐름조차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며 냉전보수의 몽니를 부렸다. 홍준표 대표는 연이은 막말로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렸고, 대안 없는 비판으로 시민을 짜증나게 했다. 무엇보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무참한 패배를 맛보고도 구태의연한 수구정당 행태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던 게 많은 시민의 등을 돌리게 했다. 한술 더 떠 시·도지사 후보마저 흘러간 ‘올드보이’를 줄줄이 기용했으니 유권자의 감동이 있을 리 없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 국정성과를 평가받는 첫 심판대라 할 수 있었지만 시민들은 되레 야당에 회초리를 들었다. 

이제 보수야당은 당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로 총체적 위기에 처했다. 홍 대표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했는데 당연한 얘기다. 관심은 향후 보수야당의 재편이다. 지금 한국당 지지율은 11%, 바른미래당은 5% 안팎 정도다. 두 정당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민주당 5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선거 결과 한국당은 ‘TK(대구·경북) 자민련’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민주주의는 보수와 진보, 국정은 여당과 야당의 두 축이 균형을 잡아야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지금은 그 한 축의 작동이 멈춘 상태나 마찬가지다. 보수진영은 통렬한 반성으로 재기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종북 이데올로기로 시민을 편가르기했던 극단적인 정치로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새로운 보수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바른미래당도 울림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전패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후보는 한국당 김문수 후보에게조차 밀려 3위에 그쳤다. 대통령과 각을 세워 보수 표심을 끌어모으겠다는 손쉬운 정치로는 새로운 보수를 갈망하는 시민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 승리에 도취해선 곤란하다. 민심은 냉정하다. ‘불패 신화’로 오만해진 집권세력의 독선에 시민들이 등을 돌린 사례는 허다하다. 정부·여당은 총선·대선·지방선거 3연속 승리라는 타이틀은 내려놓고 국정에 전념해 경제와 개혁, 협치에 성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지역주의의 단단한 벽에 의미 있는 균열을 냈다. 민주당 불모지인 부산·울산·경남에서 처음으로 단체장을 배출한 것은 수십년간 지속된 일당의 지역주의 패권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전체 투표율이 60.2%로 23년 만에 마의 60% 벽을 돌파한 것도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선거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시민의 성숙한 주권의식과 참여 열기가 발휘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선거는 끝났다. 남은 것은 준엄한 주권자의 뜻을 정치권이 겸허히 받아들이는 일뿐이다. 수구보수의 몰락은 한국 사회에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건강한 보수의 출현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진보와 보수 간 선의의 경쟁 속에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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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립대들은 같은 주 출신 학생과 다른 주에서 온 학생의 등록금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작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UC버클리)에서 캘리포니아 출신 학생은 1만4000달러의 학비를 냈지만, 다른 주 출신자는 4만2000달러를 부담했다. 미국 대학정보 사이트 ‘칼리지 보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미국 주립대들은 같은 주 학생에게는 평균 9970달러, 다른 주 출신 학생에게는 2만5620달러의 학비를 받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자체 격인 각 주정부의 대학교육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공약들이 발표됐다. 지역이 당면한 문제가 많겠지만, 그중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어려움으로 ‘인재 유출’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이번 6·13 지방선거를 계기로 찾아보는 것을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의 대다수 지역은 인재들이 대거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역 발전이 심각하게 저해되는 인재 공동화(空洞化) 증상을 앓고 있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의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지역 대학들이 우수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어야 그 지역의 인재 공동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지역 인재를 수도권 등 다른 곳으로 빼앗기지 않을 전략을 세워야 할 텐데, 주요 정당과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약들을 뒤져봐도 대학교육 지원과 관련된 공약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물론 여러 후보나 정당들 입장에서 사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50% 정도의 낮은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각 지자체가 초·중등교육까지는 여러 지원을 하고 있지만, 고등교육인 대학교육 지원은 모두 중앙정부의 일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정부의 대학교육 지원을 맡고 있는 한국장학재단은 ‘국가장학금’으로 불리는 소득연계 장학금 등을 통해 대학교육의 대중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 또 재단은 2010년부터 전국 지자체들과 협약하여 학자금대출 이자를 지원하고 있다. 광역 지자체 14곳과 기초 지자체 21곳 등이 참여하여 지난해까지 총 33만여명을 대상으로 학자금대출 이자 212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들 역시 소극적인 방식이라는 한계가 있다.

6·13 지방선거 이후 지방분권 강화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기에 특히 시·도 수준의 광역자치단체에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자체장들을 중심으로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지역에서의 대학교육 지원에 나서기를 강력히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앞서 언급한 미국 주정부의 대학교육 지원을 벤치마킹해 현재 우리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제도와 시너지를 마련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등록금의 절반 정도를 지원받을 수 있는 학생이 출신 지역 대학에 진학한다면 지자체의 추가 지원을 받아서 아주 적은 학비만을 부담하게 되는 구조를 검토해보자. 우리 지자체가 대학교육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선다면, 지역의 인재들이 그 지역에 남을 확률이 높아지고, 지역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더불어 이는 우수한 인재를 수도권에 빼앗기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대학들을 건강하게 하는 계기도 제공할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재정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끼겠지만 지역 인재에 투자한 결과는 반드시 그 지역의 발전을 이끄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우선은 지방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도 재정 확보를 통해 장기적으로 시행하면 된다.

이처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치(協治) 구조로 대학교육을 지원해 나간다면, 대학생이 필요한 부분을 적시에 완벽하게 지원하는 ‘완전 등록금 장학지원(Whole care system)’과 지역 균형발전이 이뤄지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안양옥 |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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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좀처럼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중앙선관위의 지방선거 후보 공약 사이트의 누적 접속자수는 전체 유권자의 1.3%에 불과하다. 아파트 우편함엔 선거공보물이 절반 이상 그대로 꽂혀 있다고 한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온통 북·미 정상회담에 쏠려 있는 데다 여론조사 결과 여당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자 선거 판세도 화제가 되지 않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더 하다. 후보의 인적 사항이나 공약에 무관심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누가 출마했는지조차 모르는 유권자들이 허다하다. 정책·인물·이슈 등이 전혀 부각되지 않는 이른바 ‘3무’ 양상이 뚜렷해지며 거의 선거 실종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후보들은 유권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네거티브전에 공을 들이고, 혼탁한 진흙탕 싸움은 유권자의 무관심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5일 밤 진행된 경기지사 후보자 2차 토론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여배우 스캔들’ 의혹으로 난타전이 이어졌다. 부산시장·전북지사 선거에선 “암이 재발했다”는 등의 설전이 오가며 공개 건강검진을 받기로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깜깜이 선거’에 진흙탕 비방까지 더해지니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자칫 이번 지방선거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를 치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조700억원이다. 경기 김포시 한 해 예산(1조352억원)과 비슷하다. 유권자 1명의 투표를 위해 쓰는 비용은 2만5000원꼴이다. 2014년 지방선거 투표율 56.8%를 적용할 경우 4622억원의 세금이 그냥 버려지는 셈이다. 유권자들이 선거를 외면하면 부도덕하고 무능한 후보들이 활개를 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 후보 등록자 10명 중 4명은 전과기록이 있다. 전과가 15건에 달하는 후보도 있고, 뇌물·횡령·세금 체납 등 도덕적 결함이 있는 인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선거 무관심은 이런 사람들에게 곳간을 맡겨 사리사욕을 채우고 세금만 축내게 하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걸 막아야 할 책임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지방선거는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과 직결돼 있다. 자질 없는 후보가 주민 대표가 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살림을 나아지게 해줄 일꾼을 선택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누가 가장 잘 지역을 이끌 인물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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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친구가 분양받은 새 아파트에 집들이를 갔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남향이라 낮에는 볕도 잘 든다고 했다. 친구가 이 뉴타운 아파트에 ‘입성’하면서 얻은 것은 쾌적한 주거환경과 가까워진 통근거리, 아름다운 야경만은 아니다. 이 아파트는 입주가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수억원이 올랐다. 지금의 내 저축 속도대로라면 15년 넘게 걸려야 겨우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배가 아팠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분양가조차 감당할 수 없었으니 그 엄청난 시세차익의 ‘행운’은 애초부터 내 것일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저 다시 한번 절감했을 뿐이다. 대한민국에서 돈을 모으는 길은 역시 아파트밖에 없다는 것을. 비슷한 시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와 나의 자산은 이 아파트를 기점으로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격차가 벌어졌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느 순간 틈이 나면 포털사이트에서 아파트 시세를 검색해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지난 10년 동안의 아파트 시세를 보고 있노라니, 앞으로 10년 후에도 내가 서울 밖으로 밀려나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다. 새 아파트는 새것이라 비싸고, 오래된 아파트는 인근에 있다는 이유로 덩달아 가격이 상승한다. 호재는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던가. 아파트는 그렇게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앞으로도 내가 따라잡기 어려운 속도로 가격이 오를 것이다.

어차피 서울에서 내가 살 수 있는 가격대의 아파트는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다. 한번 물어나 볼까 싶어 찾아가 본 부동산 중개업자는 오래된 아파트 하나를 추천했다. 그 아파트 주변이 재개발 예정지라 호재도 있다고 했다. 중개업소 벽에 붙은 지도상에서 그 일대의 오래된 빌라와 연립들은 벌써 모두 ‘제거’된 상태였다. 대신 그 자리에는 매머드급 아파트 단지 조감도가 그려져 있었다. 마음이 동했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이 아파트 가격도 함께 오르겠지. 혹시 아파트를 사기에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가 아닐까.

그러나 며칠 후 접한 뉴스는 꼬리에 꼬리를 물던 달콤한 상상에서 나를 번쩍 깨어나게 만들었다. ‘“재개발 날강도” 아침 8시 유서…보상 40만원 장위동의 비극’(한겨레 5월23일자). 뉴타운 사업으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에서 니트 공장을 운영하던 한 세입자는 턱없이 작은 보상금 때문에 이전할 곳을 찾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에 이렇게 썼다. “재개발 개새끼들 날강도 도둑놈들” 그리고 그 아래 연필로 다시 이렇게 남겼다. “어떻합니까 어떻합니까(어떡합니까 어떡합니까)”

그 기사를 읽는 순간 떠오른 얼굴 하나가 있었다. 사실 나는 친구가 아파트를 분양받은 그 뉴타운 사업 때문에 가게를 강제철거당하고 쫓겨난 상가 세입자를 취재한 적이 있다. 쥐꼬리만 한 보상금으로 갈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한 그는 부서진 가게 건물 잔해 앞에서 수백일 동안 천막 농성을 했다. 오랜 노숙생활 때문인지 수염은 하얗게 세어 있었다. 재개발 일정을 지연시켰다며 조합 측으로부터 수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당한 상태였다.

재개발을 둘러싼 ‘아파트 게임’에서 승자와 패자는 무섭도록 명확하게 편이 갈린다. 어느 쪽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재개발은 누군가를 쫓아내는 ‘크레인’으로도, 나의 노후를 보장해 줄 ‘호재’로도 보일 수 있다. 한때 그 철거 세입자를 취재하며 그의 처지에 함께 분노했던 나는, 막상 그를 쫓아내고 지어진 아파트가 황금알을 낳는 현실을 목도하고 난 후 재개발이란 단어에서 ‘호재’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들이 또다시 앞다퉈 재개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나처럼 개발할 ‘내집’이 없는 사람들조차 달콤한 꿈을 꾸게 만드는 마법같은 공약.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서울 용산 재개발사업 구역에서 4층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나자 한 걸음에 현장으로 달려가 재개발·재건축을 규제한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자신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면 취임 첫날 당장 재개발 도장부터 찍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느 후보도 장위4구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철거 세입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어느 후보도 아파트에 대한 우리의 욕망이 누군가를 더 열악한 곳으로 밀어내는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채워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장위7구역에서 용역과 대치하며 끝까지 버티다 쫓겨난 마지막 철거민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어떤 분이 묻더라고요. 앞으로 계획이 뭐냐. 저한테는 향후 계획을 세울 여력도, 계획을 세울 아무것도 없는데….” 서울 아현동에서, 용산에서, 장위동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그 후 어디로 갔을까. 늘어만 가는 서울의 아파트 불빛을 보면서, 그곳에서 꺼져간 더 많은 집들의 불빛을 떠올린다.

<정유진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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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시작부터 네거티브전으로 격화하고 있다. 경기지사 선거는 ‘여배우’ ‘형수 욕설 논란’ ‘혜경궁 김씨’ 같은 후보의 사생활 문제 등을 놓고 난타전을 벌이며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 최악의 전장이 되고 있다. 제주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와 현직 지사인 무소속 원희룡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격해지면서 상호 고발전으로 번졌다. 인천에선 고교 1년 선후배 간인 유정복 시장과 박남춘 후보 간에 말꼬리 잡기식 공격을 벌이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를 좌우할 교육현장을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도 예외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낯 뜨거운 비방이 판을 친다.

이번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선거 분위기가 좀체 떠오르지 않는 게 유별나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들만 부각되며 지역민과 직결된 정책들은 잘 보이질 않는다. 인물도, 정책도 알기 힘든 ‘깜깜이 선거’란 말도 나온다. 그러다보니 후보들은 유권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네거티브전에 공을 들이고, 혼탁한 진흙탕싸움은 유권자의 무관심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앞으로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갖가지 의혹 제기와 폭로, 가짜뉴스 등은 더 기승을 부렸으면 부렸지,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이러다가는 역대 최악의 무관심 속에 지방도, 정책도 없이 비방전만 난무한 지방선거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거에서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엄격한 검증은 당연하다. 하지만 검증을 핑계로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나 가짜뉴스, 상대 후보를 음해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정책대결이 실종된 비방은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신, 냉소만 키울 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온라인상 ‘비방·흑색선전’으로 적발된 사례가 벌써부터 2014년 지방선거보다 3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큰일이다. 이대로라면 선거가 끝나도 경쟁자 간 회복하기 어려운 앙금을 남기게 되고, 지역의 미래는 암울하다.

앞으로 4년간 지방살림을 책임질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에서는 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공약과 정책을 통해 승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후보는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비전을 소상히 밝히는 게 우선이다. 후보 스스로가 안된다면, 유권자들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 정책은 뒷전에 두고 네거티브만 일삼는 후보는 엄중히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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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 등 굵직굵직한 이슈에 묻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반도에서 평화체제가 자리 잡을 수 있느냐는 워낙 중요한 문제이므로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는 촛불 이후에 처음 치르는 지방선거이다. 그리고 이 선거결과는 우리들의 삶에 여러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대통령에 대한 지지여부나 중앙정치의 분위기에만 쓸려가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정치개혁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번에 거대정당들이 한 공천만 보더라도 그렇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공천과정에서 많은 잡음이 있었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 덕분에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된다는 인식이 오히려 공천의 문제를 키웠다. 한 가지 예만 든다면, 수뢰 후 부정 처사,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천안시장을 전략공천했다.

현직시장이 수사를 받고 기소당하는 문제가 있는데도 경선도 하지 않고 전략공천을 한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공천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있었던 것은 마찬가지이다. 공천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며 자유한국당을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도 여럿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서 그런 사례가 여럿 발생했다.

거대정당들의 공천결과를 보면, 여성, 청년, 소수자들은 이번에도 소외됐다.

전국적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로 등록한 71명 가운데 여성후보는 6명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0명, 자유한국당은 1명이었고, 나머지는 녹색당 2명, 대한애국당 1명, 민중당 1명, 정의당 1명이었다.

이처럼 촛불 이후에도 한국의 정치는 변하지 않고 있다. ‘거대정당 공천=당선’이면 굳이 선거를 할 의미도 사라진다.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아예 출마를 포기하는 경우들도 생긴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미 무투표 당선된 후보자가 86명에 달한다.

정책 경쟁도 사라진다. 어차피 거대정당의 공천만 잘 받으면 당선되는데, 굳이 정책에 신경쓸 이유가 없다. 대충 개발공약이나 내세우고 다른 후보들 정책을 참고해서 급조된 공약을 만드는 식이 된다.

이런 식의 선거는 우리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악영향을 끼친다. 지역에 적폐가 쌓인다. 주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예산이 엉뚱하게 사용된다. 여기저기서 벌이는 공사로 인해 미세먼지를 들이마시게 되고 생활환경도 악화된다. 비싼 전세, 월세는 해결되지 않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열심히 일해 온 상인들이 쫓겨난다. 부실한 규제로 인해 안전이 위협받는다. 이것이 ‘나쁜 지방자치’로 인해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이다.

반면에 지방자치를 통해 문제가 개선된 사례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무상급식이다. 2009년 경기도 교육감 보궐선거 때 무상급식이 선거이슈가 되었고, 2010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전국적으로 무상급식이 확산됐다. 그 외에도 성남시가 시작한 청년배당, 주민들이 예산편성에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 등은 지방자치가 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좋은 사례들이다.

그래서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정당기호만 보고 투표하는 것은 최악이다. 정당과 후보들이 내세우는 정책이 선거이슈가 되어야 선거를 할 의미가 있다. 당선되는 후보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낙선하더라도 의미 있는 정책을 내건 후보가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그 정책에 힘이 실리고, 당선된 후보가 그 정책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

무상급식 같은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보더라도 그랬다. 처음부터 무상급식이 유권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아니다. 낙선하더라도 무상급식을 정책으로 내걸었던 후보들이 있었고, 그 후보들의 정책에 반응을 보이는 유권자들이 있었기에 무상급식은 현실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세상은 변해 왔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내 삶을 바꾸려면 어떻게 투표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방선거의 투표용지는 7장(다만,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은 8장, 제주도는 5장, 세종시는 4장)이나 된다. 분명 그중에는 내 마음을 움직이는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있을 것이다.

최근의 미투운동, 낙태죄 폐지 주장, 불법촬영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책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어떤 문제이든 선거에서 이슈가 되고, 유권자들이 그 이슈에 대한 정당·후보들의 입장을 투표의 기준으로 삼을 때 문제가 풀릴 수 있다. 그래야 그 문제가 정치의 영역에서 진지하게 다뤄질 수 있다.

선거에서 최악은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다. 투표장에 가서 ‘나는 찍을 데가 없다’며 기권표라도 던져야 최소한의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정당 기호만 보고 투표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 정당을 자만하고 방심하게 만들어서, 결국 그 정당을 나쁜 방향으로 몰고 간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을 살펴보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7장의 투표용지에 투표하는 것이다. 7장의 투표용지 중에는 분명 내 삶에 도움이 되는 ‘한 표’가 있을 것이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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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풀뿌리 지방의회인 기초지방의회 선거구는 아직도 획정되지 않았다. 국회가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국회가 5일 본회의를 통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한다고 하지만, 본래 작년 12월13일까지 끝났어야 하는 기초지방의원 선거구 획정은 늦어도 너무 늦어졌다.

더더욱 우려되는 것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기초지방의원 선거구 획정을 기존대로 졸속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기초지방의원 선거구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표현에 따르면 ‘살당공락’의 결과를 초래하는 적폐 중의 적폐이다. 직접 지방행정을 8년간 운영해 본 이재명 시장이 오죽하면, “살인자도 거대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고, 공자님도 공천 못 받으면 떨어진다”는 얘기를 하겠는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D-100일을 하루 앞둔 4일 경기 수원 영통구 직녀광장에서 경기도선관위 직원들이 6·13 지방선거를 홍보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기초지방의원 선거제도는 흔히 중선거구제라고 불린다. 하나의 지역선거구에서 2명, 3명, 4명을 뽑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2인선거구가 70%를 차지하고, 3인선거구는 얼마 되지 않으며, 4인선거구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하나의 지역선거구에서 1등, 2등이 당선되는 2인선거구는 1등만 당선되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못지않은 문제를 낳는다. 2개의 거대정당이 1석씩 나눠 먹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남이나 호남에서는 그 지역의 정치를 지배하는 정당이 2석 모두 차지하기도 한다. 그래서 소수정당과 정치신인의 진입을 쉽게 한다는 중선거구제 도입 취지와는 전혀 거리가 먼 결과가 초래된다.

거대 양당의 나눠 먹기가 가장 심한 곳은 서울이다.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구청장-시의원-구의원을 한꺼번에 투표하기 때문에 정당기호에 따라 줄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1번, 2번 기호를 받는 정당의 후보로 공천만 받으면 2인선거구에서는 당선이 거의 보장된다. 그래서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자들은 2인선거구에서 아예 후보등록 자체를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지역의 지역구 구의원 당선자 중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22명이나 나왔다. 비례대표 무투표 당선자 4명을 합치면 무려 26명의 구의원이 서울에서만 무투표당선된 것이다. 서울 은평구의 경우 총 17명의 지역구 구의원 당선자 중에서 6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2인선거구에서 거대 양당이 1명씩만 공천하고, 다른 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은 등록 자체를 포기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무투표 당선이 아닌 지역이라도 특별하게 다르지 않다. 2인선거구에서는 2개의 거대정당 외에 다른 후보들이 나오더라도 현실적으로 당선되기 어렵다. 20%가 넘는 득표를 한 소수정당 후보, 무소속 청년후보도 낙선한다. 결국 1등, 2등은 거대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가 차지하기 마련이다. 2014년 서울시 구의원 선거에서 거대정당 소속이 아닌 당선자는 419명 중에서 4명에 불과했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사람이 3명, 노동당 소속이 1명이었는데 모두가 2인선거구가 아닌 3인선거구였다.

그래서 올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2인선거구를 줄이고, 4인선거구를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해 왔다.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들을 제시해 왔다. 다행스럽게도 학계, 언론계, 법조계, 시민단체, 시의회, 선거관리위원회의 추천으로 구성된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작년 11월 2인선거구를 대폭 줄이고, 4인선거구를 35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구의원 선거구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힘으로 막으라’는 얘기를 하는가 하면, 민주당 서울시당도 기득권 유지를 위해 개혁안에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그래서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개혁안이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다.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안을 만들어도 서울시의회에서 최종통과가 되어야 하는데, 서울시의회의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안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눈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2인선거구에 매달리는 것은 정치개혁을 파탄으로 이끄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국회에서는 한국당이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해서 선거법 개혁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리고 민주당은 한국당의 반(反)개혁적 태도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데 기초지방의원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한국당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면, 어떻게 시민들이 민주당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까? 그리고 민주당이 앞으로 어떻게 다른 야당들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 기초지방의원 선거에서 2인선거구는 다양한 정당 간의 경쟁구조를 없애고, 거대정당 공천이 곧 당선되는 구조를 만든다. 이것은 공천비리나 공천을 둘러싼 비민주적인 행태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식의 나눠 먹기 구조는 이번에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는 상황이다.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3월 중순까지 기초지방의원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더 이상 민주당이 소탐대실하지 않기를 바란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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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6·13 지방선거 선거구획정을 핵심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됐다. 국회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8일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헌정특위) 의결이 늦어지며 수포로 돌아갔다. 국회는 5일 본회의를 열어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했으나, 당장 2일 시작되는 광역의원 예비후보 등록 등 선거업무의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국회의 직무유기로 일부 예비후보들은 선거구도 모른 채 ‘깜깜이 등록’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 막판에 처리를 지연시킨 헌정특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회 헌정특위는 28일 밤 정치개혁소위에서 지방의원 정수 등을 조정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에 따른 안이었다. 문제는 이후였다. 곧바로 열려야 할 전체회의는 한 시간 넘게 미뤄졌다. 한국당 소속 김재경 특위 위원장이 몽니를 부렸다는 말이 나왔다. 10시가 넘어서야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이번에는 한국당 안상수·나경원 의원 등이 일부 선거구 의원 수를 두고 어깃장을 놨다. 자정이 가까워오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본회의 산회를 선포했다. 몇 시간째 대기 중이던 의원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헌정특위는 뒤늦게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버스 떠난 후 손 든 격이 됐다.

선거법에 따르면 광역의원 선거구와 지방의원 총정수는 국회가 선거일 6개월 전까지 확정토록 돼 있다. 그 법정시한이 지난해 12월13일이었으니 이미 70여일이나 넘겼다. 헌정특위가 본격 가동된 1월15일부터 계산해도 40여일을 허송한 것이다. 국회가 선거구획정을 질질 끄는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 때도 선거일에 임박해서야 획정이 이뤄졌다. 주권자를 조금이라도 두려워한다면 매번 이럴 수는 없다.

선거구획정 지연으로 파생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각 정당의 후보자 선출이 졸속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정치신인들은 공정한 경쟁을 하기 어렵게 되고, 주권자는 후보들의 면면과 공약을 꼼꼼히 살펴 올바른 선택을 할 기회를 침해당한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어기는 일을 되풀이하는 것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납하기 어렵다. 입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당은 물론 국회 차원의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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