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6차 촛불집회에 230만명이라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원이 참석했다.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들이 서울과 부산 등 전국 67곳의 거리를 가득 메웠지만 불상사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10월29일 2만명으로 시작한 촛불집회가 1987년 6월항쟁을 뛰어넘는 규모로 커졌고, 갈수록 더 크게 타오르고 있다. 평화와 질서를 지키면서 대통령과 정치권을 질타하는 한국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전 세계가 경탄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오후 촛불을 든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9시30분까지 서울에 170만명, 전국적으로는 232만명이 운집했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촛불의 지향은 분명하다.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불평등, 그리고 정치의 비효율과 무능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다. 당면 과제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넘어 낡은 체제의 교체를 시민들은 요구하고 있다. 이런 집회가 사상 최대 규모로 커진 것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절대 촛불을 끌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촛불집회의 성과는 이미 현실화됐다. 무능한 정치권을 대신해 정치를 선도하고 있다. 정치적 타산에 젖은 야당의 대오를 하나로 묶어내고, 탄핵과 명예퇴진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새누리당 비박근혜계를 다잡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어제 기존 입장을 바꿔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을 못 박아도 9일 탄핵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촛불 시민들은 또한 경찰 등 공권력이 제약해온 집회·시위의 자유도 이끌어냈다. 자발적인 통제로 평화집회를 이뤄내며 수십년간 봉쇄당했던 청와대 앞 집회를 실현했다. 이런 시민의식이라면 박 대통령 탄핵 이후 무질서를 걱정하는 것은 기우다. 국정 공백이나 경제에 미칠 악영향 등도 충분히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6차 집회에서 시민들은 박 대통령을 향해 새로운 구호를 외쳤다. 즉각 퇴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의 구속을 요구했다. 임기단축이라는 꼼수로 공을 국회로 떠넘기고, 대구 서문시장 방문을 통해 정치적 복귀를 꾀한 데 대한 응징이다.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 최고권력자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침없이 표출했다. 보수 대오를 유지하면서 대선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새누리당을 향해서는 즉각 해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어제 뒤늦게 “열번이고 백번이고 끝없이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이 역시 촛불의 힘이다. 대안세력이 되지 못하는 무능한 야당도 날서게 비판하고 있다.

국회의 국정조사와 특검의 개시, 탄핵안 표결 등 한국의 정치를 바꿀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촛불 앞에서 얄팍한 정치적 계산은 무의미하다. 시민들의 뜻은 박 대통령을 한시도 더 이상 그 자리에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금주중 퇴진 시기를 명확히 밝히면 탄핵안 가결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탄핵안 부결은 곧 박 대통령에 대한 면죄부가 될 것이고, 그러면 특검의 조사도 무력화된다. 그때 촛불 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제도권 정치가 모두 불신임당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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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100m 앞까지 다가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세월호 사건 진실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구호도 외쳤다. 지난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가족들의 청와대 앞 시위는 사건 발생 이후 처음이다. 이날 전국에서 촛불을 든 230만 시민이 유가족들의 든든한 원군이었다. 전명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한번도 못 온 곳인데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에 답변 한번도 없다. 그에 대한 사과, 꼭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박 대통령 면담 등을 요구하며 광화문 일대에서 수백일간 농성을 하고 집회를 열었지만 경찰에 가로막혔다.

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근처 경찰버스 차벽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희생된 아이들의 얼굴이 새겨진 보자기를 두른 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박 대통령은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 무성의와 외면으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은 참사 당시 진도 팽목항을 찾아가 유가족들 앞에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구해내겠다며 눈물을 흘렸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유가족이 원하면 언제든지 면담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말뿐이었다. 사건 발생 한 달 뒤인 2014년 5월16일 유가족 대표와의 면담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후로는 오히려 유가족들을 사회적으로 따돌림하는 일에 골몰했고 세월호특별법과 특별조사위원회도 무력하게 만들었다. 유가족들의 마지막 바람이라 할 수 있는 세월호 선체 인양은 언제 이뤄질지 기약도 없다.

세월호 사건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불가분의 관계다. 게이트 정점에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이 있다. 전 국민이 TV 생중계로 배가 가라앉는 장면을 보고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출근도 않고 숙소인 관저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참모들도 공범이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이 짧게는 3분, 평균 20분 간격으로 쉼없이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그랬다는 박 대통령은 7시간 만에 나타나 “구명조끼를 학생들이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하는 뚱딴지같은 말을 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수첩을 보면 김 전 실장은 ‘대리기사 폭행’ 건에 검찰의 엄정 수사를 주문하는 등 유가족과 야당 의원을 범죄자로 내몰아 상황의 반전을 꾀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박 대통령의 7시간 의혹도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당연한 판단이다. 유가족들의 한과 시민들의 트라우마를 해소하지 못하는 수사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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