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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이우환과 가짜

경향 신문 2016. 7. 4. 11:41

“어제 수백만 길더(네덜란드 화폐단위)의 가치를 지녔던 작품인데, 오늘은 공짜로도 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림은 어제나 오늘이나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네덜란드의 한 판 메이헤런(1889~1947)은 자신의 위작에 놀아난 전문가들을 한껏 조롱했다. 메이헤런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로 유명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를 사칭한 ‘위작의 전설’이다. 메이헤런은 네덜란드 국보로 꼽혔던 페르메이르의 ‘그리스도와 간음한 여인’을 독일의 헤르만 괴링에게 판매한 죄로 대역죄인이 됐다. 그러나 이 작품은 메이헤런의 위작이었다. 메이헤런은 ‘난 조국을 배반한 게 아니라 괴링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믿지 않자 메이헤런은 직접 붓을 잡고 페르메이르의 기법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위작논란에 휩싸인 이우환 화백이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경찰이 위조품이라고 말한 모든 작품이 자신의 작품이 맞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다른 위작전문가인 기어르트 얀 얀센은 자신이 그린 카렐 아펠(네덜란드·1921~2006)의 위작을 260만달러를 팔았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얀센은 또 다른 위작을 그려 경매회사에 보냈다. 그러자 경매회사가 아펠에게 작품 감정을 의뢰했는데 아펠의 대답이 기가 막혔다. ‘내가 그린 그림이 맞다’는 것이었다. 이뿐인가. ‘해바라기’(빈센트 반 고흐)는 7점, ‘절규’(에드바르트 뭉크)는 4점의 버전이 있다. 새 작품이 발견될 때마다 감정가들은 진땀깨나 흘렸다.

‘모나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2년 스위스 모나리자 재단은 1913년에 발견된 ‘아일워스 모나리자’ 역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작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 빈치가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보다 10년 정도 젊은 시절에 그린 진작이라는 것이다. 자외선·발광적외선·감마분광시험 등 첨단 과학 장비를 동원한 결과이니 틀림없다고 했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과학적 분석은 유사한 연대를 가릴지는 모르지만 작가의 진작 여부를 증명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최근 위작 논란에 휩싸인 이우환 작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과학적 분석결과를 들이대며 가짜라 해도 생존 작가가 ‘내 자식을 몰라보겠느냐’고 진짜라고 하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 작가 주장과 검증 결과가 다르면 제3자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확실한 것은 미술 시장이 신뢰의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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