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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인 MBC의 사장 임면권을 갖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9명의 이사와 1명의 감사로 구성된 특별법인으로 ‘방송 문화의 발전·향상을 위한 사업’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방문진 이사들, 특히 여당 추천 6명 이사들이 ‘방송문화 진흥’을 위해 기여한 적은 전무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들이 지금까지 한 일이라고는 온갖 개인적 비리와 정권편향 프로그램 양산, 비판적 기자·PD에 대한 무더기 보복인사로 MBC를 쑥대밭으로 만든 김재철 사장을 비호하는 것이었다. ‘방송문화 진흥’이라는 취지에 부합하기는커녕 방송문화를 철저히 왜곡하고 유린한 김 사장의 배후세력으로 기능했던 셈이다.

이들 여당 추천 현직 이사 6명과 감사 등 7명 전원이 차기 이사 공모에 지원했다고 한다. 공영방송 MBC를 이명박 대통령 소유물이라는 뜻의 ‘MB씨(氏)’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받는 김 사장을 적극 감싸온 데다 170일 장기 파업사태에서도 아무런 역할을 못한 이들이 다시 한번 이사 노릇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금까지의 무능과 몰상식한 행태에 책임을 지고 석고대죄와 함께 즉각 물러나도 시원찮을 사람들이 연임까지 하겠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방문진 이사 이전에 일반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연임 신청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김재철 MBC 사장이 조사를 받은 뒤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MBC와 KBS가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들 방송사의 사장 인사에 직접 개입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것은 중장기 과제인 만큼 당장은 방문진 이사진 전면개편이라는 초미의 현안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미 여야는 MBC 파업사태와 관련해 ‘합리적 경영판단 및 법 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처리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MBC 황폐화에 누구보다도 책임이 큰 방문진 현직 이사들이 다시 그 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합리성과 상식, 순리 그 어느 것에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전위대 역할을 해온 현직 이사들의 ‘장기 집권’을 막고 차기 방문진 이사진을 합리적 중립적 인물들로 재편하는 것은 ‘MBC 정상화’에 합의한 정치권,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의 의지에 달려 있다. 새누리당과 당의 실질적 최고 권력자인 박근혜 의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명박 정권의 악정(惡政)을 혁파하고 쇄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이 방문진 개편에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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