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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올 때 우산 뺏는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나 푼돈이라도 빌려보려는 서민을 울리는 은행의 비정함을 대변하는 표현이다.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금융권 실태 검사 보고서는 이러한 금융권의 탐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충격적이다. 탐욕은 끝이 없는가. 은행들은 이자 덤터기를 고객들에게 씌웠다. 대출금리를 결정할 때 지점장 전결로 하는 가산금리를 제멋대로 매겼다. 물론 이자를 낮춰주는 게 아니라 올려받았다. 만기를 연장할 때는 대출자 신용도가 올라가면 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기존 대출금리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감사원은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과 같은 변동금리 대출 상품에 대해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높인 덕에 수천억원대 과도한 이익을 챙겼다고 밝혔다. 고객들은 어이가 없는 부담을 떠안았고, 은행은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낮추면서 은행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다. 땅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돈을 벌어 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일부 은행이 신용등급을 매기면서 학력 차별까지 저질렀다는 점이다. 직업이나 급여는 물론 학력이 신용평점의 주요변수가 된 셈이다. 이 은행에서 학력이 낮아 신용대출을 거부당한 경우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만4000건이 넘었다. 은행 측은 거래 실적이 전혀 없는 최초 거래자에 한해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했고, 그 기간이 지나면 기존 고객과 똑같이 대우를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력을 신용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는 발상 자체에 할 말을 잃게 한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직원이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은행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금융기관 모두가 문제였다. 카드사는 카드를 마구 발급했다. 신용이 낮은 사람도 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 카드 돌려막기를 묵시적으로 방조한 셈이다. 금리가 높아 부실 위험이 높은데도 돈을 더 쓰도록 일부러 눈 감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실위험이 큰 카드 자산만 10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고객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내 잇속만 차리면 된다는 식인가.

보험사도 만만찮았다. 변액보험 자산운용은 모두 외부에 맡기고 평균 4.7명의 소수인력만 두고서도 수수료는 높게 매겼다. 단체 실손의료보험은 중복가입 사전 확인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단체와 개별 실손보험료를 중복 납부한 사람이 8만6000명에 이르렀다. 감사원의 조사 보고서는 한마디로 금융권의 종합비리세트와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지경이 되도록 금융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거듭 추궁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당국은 더 이상 변명만 하지 말고 금융권이 환골탈태하도록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금융권의 부당한 횡포에 열 받는 국민들의 분노와 불신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 다시 한번 되묻는다. 서민은 영원한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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