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선 |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


 

요즘 각종 언론을 도배하고 있는 끔찍한 범죄에 관한 보도를 보면, 지금까지 제 목숨을 부지하고 멀쩡하게 살아온 것도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이다. 여러 건의 ‘묻지마 살인’, ‘묻지마 폭행’은 물론이고, 최근 나주에서 일어난 아동성폭행 사건은 어린 아이를 둔 많은 부모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나주 성폭행 사건의 피해 학생이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그네를 타고 있다. (경향신문DB)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또다시 정신장애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정신장애에 대한 언론의 설익은 보도가 경쟁적으로 난무한다. 


 일반인은 그들의 행위를 쉽게 공감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미친 놈’이라고 규정하도록 사회적 압력을 가하는 것 같다. 각종 언론에서는 이른바 ‘지인’이라는 사람의 ‘증언’을 통해서 이러한 범죄자의 성격과 행동, 인간관계를 너무나도 쉽게 단정한다. 여기에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애매모호한 일반론적인 인터뷰가 곁들여지면, 이들의 정신과 진단명은 ‘사회적으로’ 거의 확진된다. 


2011년 대검찰청이 공개한 범죄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정신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일반인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수많은 정신장애 중에서 주로 법적인 문제가 되는 것은 흔히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혹은 소아성애증이나 성적가학증 등 일부 성도착증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러한 진단을 붙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 증상이 지속되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에 문제가 된 여러 범죄자들이 이러한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정신장애인으로 속단하고자 하는 것은, 정신장애에 대한 우리의 편견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정신장애인들을 ‘원래부터’ 우리와 다른 사람, 그래서 격리되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농사가 잘 되지 않을 때, 씨앗의 나쁨을 탓하는 농부는 좋은 농부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른바 ‘나쁜’ 종자를 찾아내어 뽑아버리려고만 하는 것 같다. 설령 약간 ‘나쁜’ 종자라도 잘 자랄 수 있도록 정성을 쏟는 것이, 그 밭에 있는 다른 ‘보통’ 종자도 더 잘 자랄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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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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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4234234 2012.11.12 2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비장애인의 무지함이 장애인 범죄자를 낳는다고요.

    정신장애인도 알고보면 정신치료만 잘 받으면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사이코패스가 아니고서는...


    즉, 정신장애인을 탓하지 말고 비장애인의 무지함을 탓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