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황해도에선 장인을 가시아바이, 장모는 가시오마니라고 부르고 친정은 가싯집이라 한단다. 신혼초야를 마치고 가싯집에 인사를 가는데, 닭과 술과 떡을 장만했다. 바보 신랑은 닭이 생각이 안 나 ‘꺽거덕 푸드덕’. 술은 ‘울르렁 출르렁’. 떡은 ‘찐덕찐덕’. “허허. 이름도 하나 기억을 못하는 바보천치 사위를 얻었구먼. 불쌍한 내 딸.” 가시오마니는 열불이 터져 울었다. 신랑은 주는 대로 덥석 받아먹으라는 부모님 말씀대로 삶은 콩을 껍질 채 홀라당 삼켰지. 각시가 껍질은 벗겨먹으라고 나무라자 송편을 까설랑 알맹이만 쏙 파먹더란다. 떡보에 바보인 새신랑은 그래도 진실하고 착했어. 둘은 쥐두리별(북극성)이 높이 뜬 날, 수왕길(은하수의 황해도말) 건너는 끝날까지 콩 먹고 떡 먹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지.

요새는 떡보를 구경하기 어렵다. 길거리에 떡집은 없고 빵집만 성황. 어려서 나도 흔한 떡보다는 귀한 빵에 환장했다. “이 돈은 교회에다 헌금해라.” 엄마가 헌금하라고 용돈을 주시면 “빵 사먹고 빵집 주인이 헌금하게 하면 안될까용?” 머리가 요쪽으로 텄던 놈이다. 읍내에 빵집이 한 군데 있었는데, 카스텔라 크림빵이 먹고 싶어서 어머니 손을 끌고 졸랐지. 그러나 당도한 곳은 호떡을 굽는 노점상. 호떡도 감지덕지였다.

나이가 먹은 뒤, 그토록 침을 흘렸던 빵은 관심 밖. 떡이 문득 궁금해진다. 난롯불에 하얀 가래떡을 구워설랑 꿀에다 콕 찍어먹고 싶어라. 찐덕찐덕 입안에 녹아 구르는 떡과 꿀.

입맛이 담백하면 삶조차 소박해진다. 미식가는 성질머리만큼 고약한 똥냄새. 대식가는 변소에 쭈그려 앉아 남보다 배는 더 길게 대사를 치러야 한다. 간뎅이가 붓고 대담한 사람은 구설수 환란을 비켜갈 수 없다. 아이스크림이 도처에 깔린 겨울, 떡보는 쑥떡을 먹게 될 봄을 기대하며 침을 꿀꺽 삼키지. 욕심조차 소박해라. 찍어먹으려면 꿀단지도 아껴야 해. 작은 걸 아끼고 귀히 여기는 마음. 낮고 천한 사람도 그처럼 깍듯하게 대하리라. 예전에는 떡보, 울보, 째보, 땅딸보, 느림보, 털보, 뚱보, 꾀보, 바보가 친구의 모두였다. 그리운 사람은, 바로 그런 별명의 친구들이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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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