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반지하주택 월세방에서 80대 어머니와 5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외부침입 흔적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모녀는 얼마 전부터 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보증금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몇개월째 월세를 대신하고, 생활비도 집주인에게 융통해서 썼다고 한다. 가난의 고통이 모녀의 삶의 의지를 꺾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참담하다.

노모는 치매 증상이 있었고, 딸은 직업이 없었다고 한다. 모녀가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도 매월 노모 앞으로 나오는 기초노령연금 25만원이 전부였다고 한다. 월세도 제때 못 낸 상황으로 봐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을 텐데 아무도 이들의 사정을 살펴보지 않은 것이다. 두 사람이 모두 벌이가 없으면 매월 최대 87만원의 생계급여와 월세의 최대 60%까지 정부 보조를 받을 수 있고, 요양병원 장기요양도 가능한데 실제로는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다. 모녀가 가까운 동주민센터를 직접 찾았거나, 이웃이 이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려주었거나, 국가가 모녀의 사정을 살폈더라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5년 전 송파구 반지하주택에서 세 모녀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뒤 서울시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정을 찾아주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이번에도 비극을 막지 못했다. 건강보험료 등 공과금을 체납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모녀가 위기에 몰려 있다고 볼 여지가 없어서 빠진 것이다.

이들의 죽음이 안타까운 것은 이런 ‘모두의 무관심’이 우리 사회에서 일상이 됐다는 점 때문이다. 모녀는 10평 남짓한 월세방에서 15년을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동네에서 이들을 잘 아는 주민은 없었다고 한다. 노모는 형제자매와도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철저한 고립 속에 가난의 고통에 짓눌리면서 삶의 희망을 놓은 것이다. 모녀의 죽음도 이날이 이사를 가기로 한 날인데 기척이 없자 집주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견됐다고 한다. “요즘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아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라는 수사 담당 경찰관의 말은 단절된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모녀 사망을 가난 탓으로만 볼 수는 없다. 허술한 복지제도만 탓할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가 이웃·사회와 문을 닫고 담을 높이 세우고 살아가는 한, 모녀의 죽음과 같은 비극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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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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