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에도 바람막이숲이 있어 양지마다 쑥이 쑥쑥. 나는 벌써 쑥버무리를 해먹고 쑥국도 끓였단다. 봄이면 어머니가 해주시던 쑥떡 생각이 간절해라. 쫄깃한 떡을 뜯어 콩고물에 찍고 입에 물려주시던 그 손. 당신도 기억하실 게다. 쑥떡을 떼어주시던 우리 어머니들.

친구가 낚시를 가자는 걸 나는 쑥 캐러 가자고 그랬다. “아니 아줌마들 속에 끼여서 쑥을 캐자고?” “칫! 낚시 가봐라. 새까만 사내들뿐이지. 들에 가보면 쑥 캐는 여인들이 콧노래를 부른당.” 내 말에 어이가 없어한다.

“푸른 잔디 풀 위로 봄바람은 불고, 아지랑이 잔잔히 끼인 어떤 날. 나물 캐는 처녀는 언덕으로 다니며 고운 나물 찾나니 어여쁘다 그 손목. 소 먹이던 목동이 손목 잡았네. 새빨개진 얼굴로 뿌리치고 가오니 그의 굳은 마음 변함없다네. 어여쁘다 그 처녀. 들과 언덕 지나서 시냇가에 가니, 꼬리 치는 금붕어 뛰고 있었다. 버들 꽃을 뜯어서 봄바람에 날리니 허공 위에 닿는 꽃. 어여쁘다 그 처녀. 나무하던 목동이 손목 잡았네. 새빨개진 얼굴로 뿌리치고 가오니 그의 굳은 마음 변함없다네….” 새빨개진 얼굴로 지종지종 지지배배 노래를 불러본다.

쑥에서 시작해 봄나물이 곧 산동네에 범람하리라. 봄도 사랑도 이렇게 확대되고 커가야 한다. 사랑을 증명하는 단계에서들 주변을 정리하고 오직 한 사람에게 속박되려 하지만, 둘의 사랑을 키우되 그간의 우정들 또한 이어갈 줄 알아야 한다. 남자의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여자의 친구들과도 잘 지내야 한다. 마음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지팡이를 짚던 할머니가 병원에서 나올 때 보니 허리를 곧게 펴고 나타나셨다. 깜짝들 놀라 “수술을 받으신 거예요?” “아니여. 지팡이를 좀 긴 걸루 써보라 해서 말이여.” 작은 지팡이를 짚고 쑥만 캐러 다닐 일은 아니다. 봄누리엔 납작 엎드린 달래 냉이 씀바귀만 있는 게 아니다. 이제 곧 키만 한 두릅나무에 쌉싸름한 두릅이 영글면 저기 산자락 너럭바위에 앉아 동동주 한 잔 마셔야지. 마음도 커가고 사랑도 커가고, 모두가 함께 커가는 봄.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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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