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벚꽃 대선을 치르면서 시민들은 새로운 미래에 기대가 부풀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보면서 ‘대통령이 복이 많다’고 했다. 성장률도 높아지는 데다 시민들의 높은 지지까지 있으니 꽃길만 걸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수요를 일으키고, 혁신성장으로 공급을 확대하며 이를 뒷받침하도록 경제시스템도 공정하게 고치겠다고 했다. 소득 증가를 수요와 공급,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일자리 늘리기’를 청와대 1호 사업으로 정하고 일자리 전광판까지 세웠다.

그런 뒤 2년이 흘렀다. 기대는 빗나갔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 과속에 따른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혁신성장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사실상 ‘공회전’ 중이다. 경제성장률도 직전 정부의 성장률에 못 미친다. 전 정부의 관성이 남아 있던 2017년 GDP성장률이 3.1%로 가장 높았고 지난해 2.7%, 올해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제성장률 하락 시점이 같다는 점은 우연이라 볼 수 없다. 일자리 실적은 극히 부진하다. 30만명대 증가에서 지난해에는 1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인구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인구 감소 영향도 있으나, 일자리 감소의 전부를 설명할 수 없다. 특히 경제의 허리층인 30·40대와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뼈아픈 부분이다. 벚꽃이 떨어지듯 지지도도 하락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경제가 어렵다는 말을 피해왔다. 지난달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 증가세가 확대되고 경제가 여러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 다행”이라고 말했다. 각종 지표나 현장의 목소리와 다른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정말로 경제가 잘되고 있다고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가 심리인 만큼 희망을 주기 위해서, 아니면 한번 밀리면 끝까지 공격당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젠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추경예산안을 내면서 스스로 경제가 나쁘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높은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 무엇이 문제인가.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어젠다를 실행할 준비가 부족했고 책임감도 떨어졌다. 소득주도성장의 대표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은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을 수 있었으나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됐다. 시행에 앞서 고용시장에서 감내할 수 있는지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아무리 좋은 처방전이라 해도 약물을 과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처음 처방이 과도했다면 조절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소득주도성장 책임자였던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나도 최저임금을 그렇게 많이 올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럼 누가 책임지라는 말인가.

1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청에서 열린 '2019 용인시 일자리 박람회'가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청와대는 독주했고 소통은 부재했다. 출범 초기 청와대와 경제부총리의 불협화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어 경제수장이 바뀐 뒤에는 잡음은 없어졌으나 정부가 청와대의 실행부서가 되었다. 각 부처가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는 늦어진 데다 11개 부처는 서면보고로 대체했다. 대통령 업무보고는 각 부처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지만 사라졌다. 또 한국의 경제현실에서 기업은 좋든 싫든 대화의 상대다. 그런데 적폐라는 프레임으로 대화는 실종됐다. 간간이 ‘보여주기용 만남’이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재벌개혁이 제대로 된 것도 아니다. 자영업자와 대통령의 대화가 이뤄진 건 올해 들어서다. 대화와 소통으로 의견을 나누고 창의적인 해법을 만들 수 있으나 그 길이 막혔다.

문재인 정부는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지면서 조급증에 빠졌다. 한방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그게 토건사업이다.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통해 54조7000억원, 생활SOC 사업에 48조원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을 돌면서 요청받은 지역개발 사업이 134조원에 이른다. 다음 세대에 짐이 될 사업들이다. 4대강 사업 22조원을 비난하던 여당이 맞는지 싶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건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이 홀대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 빈부격차는 분기 기준으로 2003년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 오히려 보호받아야 할 저소득층이 피해를 입는 사회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두번째 벚꽃이 지고 있다. 정부는 정책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사이 많은 자영업자들이 나락으로 추락했다. 한번 해체된 가계의 ‘경제적 부활’이 힘들다는 것은 이미 외환위기가 교훈으로 남긴 바 있다. 경제는 고상한 구호가 아니라 밥의 문제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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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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