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쯤 유럽연합은 ‘미래를 위한 100대 급진적 혁신기술들’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약 330페이지에 달하는 이 보고서에는 방대한 과학기술 문헌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자동 분석을 하고 전문가 패널들이 수단계에 걸쳐 검증한 기술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연구는 유럽연합의 과학기술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유럽 산업경쟁력을 높이며,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 중인 호라이즌(Horizon)  유럽과 호라이즌 2020 프로그램을 잘 추진하기 위하여 수행되었다. 급진적이고 획기적인 혁신기술 87개와 사회 혁신시스템 13개를 포함한 100가지를 기술하고 있다. 또한, 이들 100가지 기술과는 별개로 22가지의 글로벌 가치 네트워크를 제시하여 이러한 기술들의 개발을 추진하기 전에 미래의 변화상에 따라 우리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가치와 비전도 함께 제시하였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혁신기술 87개를 보면 모든 나라들이 집중 투자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은 역시 강조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AI+X프로그램과 같이 특정 응용분야에 AI를 적용하는 기술들이 포함되었다. 이들 중에는 대화인식과 감정인식, 챗봇, 뇌기능 매핑, 인공시냅스, 뇌신경 모방칩, 자율주행, 하늘을 나는 차, 정밀농업 등이 있다. 유럽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 수확기술, 바이오플라스틱, 랩온어칩, 챗봇 등과 함께 유럽이 상대적으로 약한 분야들, 즉 4D 프린팅, 그래핀 트랜지스터, 에너지 수확, 하이퍼루핑 등도 명시하였다. 이외에도 그래핀과 같은 이차원 물질들, 음식 3D 프린팅, 항생제 감수성 테스트, 인공광합성, 생분해성 센서, 유전체 편집, 집단 생물 지성, 메타물질, 미생물 연료전지, 식물 간 정보 교환, 플라스틱 분해, 퀀텀컴퓨터와 퀀텀암호기술, 재생의학, 자가치유 물질, 스마트 문신, 스마트 창, 폐수로부터 영양분 수거 등 많은 흥미로운 기술들이 포함되었다. 

나의 경우도 지난 25년간 연구해 온 바이오플라스틱은 유럽의 다수 회사들이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직접 발효 생산, 단량체의 발효 생산 후 중합에 의한 플라스틱 생산, 전분 등 천연고분자의 활용 등이 복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음식 3D 프린팅은 재작년 미국의 샌타모니카 소재 미쉐린 별 두 개의 멜리세 식당에서 3D 프린팅으로 프렌치어니언 수프에 들어가는 크루통을 만든 것이 화제가 되면서 주목받았다. 앞으로는 3D 프린팅을 이용하여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을 유혹(?)할 수 있는 뽀로로 형태의 밥과 반찬뿐 아니라 다양한 영양성분들이 개인 맞춤형으로 들어 있고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진 훌륭한 음식들을 맛보게 될 것이다. 시간에 따라 혹은 환경 변화에 따라 특성이나 형태가 변할 수 있도록 하는 4D 프린팅도 점점 더 발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몸에 부착하여 여러 생체정보를 획득하고 약물을 전달하는 스마트 문신, 우리 몸에 들어가 진단이나 치료를 하고 분해되어 없어지는 생분해성 센서 등도 비약적 기술 발전과 응용이 예측된다. 유럽연합에서 스웜 지능(swarm intelligence)이라고 부르는 기술은 개미들이나 군집비행을 하는 새들이 각자 행동을 하지만 다른 개체들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을 모사하여 활용하고자 하는 것인데, 그 응용분야가 이동수단과 군사용으로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회혁신 시스템 리스트를 보면 접근경제(access economy)와 공유경제, 대체화폐기술, 기본소득, body 2.0 혹은 정량화된 자신, 자동차 없는 도시, 협력 혁신공간, 건강정보의 소유 및 공유, 교육시스템의 재발명 등이 포함되었다. 

이 중 교육시스템의 재발명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지금은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대학원까지의 학습을 통해 개인 학습이 끝나지만 앞으로는 평생 학습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평생학습 인프라, AI 등 다양한 혁신기술들을 이용한 학습, P2P 학습, 집단지성 학습 등이 가능하도록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의 혁신과 함께 ‘전 국민 평생학습 시스템’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구축을 제안한다. 접근경제와 공유경제의 경우에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급속한 발전으로 물건을 소유하기보다는 경험하는 쪽으로 많이 바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음악이나 책을 소유하기보다는 원할 때 듣고 읽는 경험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제품이나 콘텐츠의 활용이 접근이나 공유 형태로 바뀔 것이다.

글로벌 가치 네트워크에는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비전이 여럿 포함되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억제, 지속 가능한 에너지, 물, 식량과 소재뿐 아니라 고령자들의 품위 있고 의미 있는 생활, 사회적 혁신역량, 사회안전망, 개인 맞춤형 제조, 사전행동적 자발적 건강관리, 인간과 기계의 원격 상호작용, 사용자 데이터 시장, 다수 참여 정보 및 지식 창출 등 다가오는 미래에 펼쳐질 세상에 필요한 플랫폼들이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기반 정밀의료시대가 다가오면서 개개인의 유전정보와 생활 및 식습관 정보 등 데이터들이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류 전체의 건강에 기여하는 정보로 활용될 것이다. 최근 유럽은 100만+게놈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때 개개인의 데이터들의 소유권과 공유가치 등 생각할 것이 많다. 

이들 비전과 기술 중 다수는 우리나라 기업, 정부, 대학, 출연연구소 등에서도 이미 예측하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 보고서에서 각 기술별 분석을 하면서 현재의 기술 성숙도, 지금으로부터 20년 뒤인 2038년에 이 기술이 얼마나 중요하게 사용될지에 대한 예측, 그리고 유럽의 현 기술 수준과 위치 등 3가지 요소들을 함께 분석하여 발표하였다. 

우리도 각 기술별로 우리나라 현황의 정확한 진단과 선도그룹 집중 지원, 중간그룹의 선도그룹화 전략, 미진한 그룹의 육성전략을 잘 추진하여 매우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혁신 시대에 잘 대비해야 하겠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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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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