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안 먹어.” 

아이를 키우다 보면 별별 생떼를 다 듣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그렇게 사랑스럽던 아이는 떠나고 괴물이 눈을 비비며 마루로 나오죠. 이제 세상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억지. 잘못은 전부 남의 탓. 귀찮다, 내버려 두라는 고함. 부모가 아닌 원수를 바라보는 눈빛. 잘못은 아이가 했지만, 그 애한테 미안하다는 말도 해야 합니다. 밥 안 먹겠다는 말은 실소마저 나오죠. 화나죠. 슬프고 답답합니다. 한심해 실망스럽기도 하죠. 배 속에 다시 넣고 싶기도 하고,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아무도 안 볼 때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당황한 부모는 책도 읽고 강연도 듣습니다. 여러 조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비슷하고 크게 새롭지도 않죠. 신뢰와 사랑도 보여주어야 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말라는 충고도 빠지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을 보면 딱 그런 사춘기 아이 같습니다. 생떼와 투정이 무서운 중2를 뺨치는 듯합니다. 국회 가출을 한 게 지난 4월. 거의 석 달이 다 되도록 아무 일도 안 하지만 목청과 기상만큼은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기 당 의원조차 설득시키지 못한 채 “소외정치, 야합의 정치로 제1야당을 찍어 내리려 한다면 이제 국회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민망함을 감추려 하고 있습니다. 민망할 수밖에 없는 게 이 논란의 원인 제공도 자유한국당이 했기 때문이죠. 국회가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바로 그 패스트트랙을 막고자, 즉 국회를 멈추기 위해 자유한국당은 폭행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서 국회법 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되자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는 자기에게 불리할 선거법 개정을 막고자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좌파독재”라며 억지를 이어가고 있죠. 딱 사춘기 시작한 애들 꼴입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힘들게 해도 버릴 수 없듯 자유한국당도 버릴 수는 없습니다. 한국 정치의 엄연한 한 축이니까요. 그렇다고 언제까지 오냐오냐하며 내버려 둘 수도 없죠. 애들처럼 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대화가 필요합니다. 정치권 내의 대화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원내대표 간 합의는 좌초됐고 청와대 회동도 무산됐죠. 자유한국당에 다른 정당과 청와대는 행패의 대상일 뿐 대화 상대가 아니었던 겁니다. 그러니 유권자가 나서야 합니다. 유권자의 목소리는 선거개혁을 통해 커질 수 있습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은 충분치 않습니다. 비례대표의 의석수를 늘리고 비례성도 강화해야 합니다. 다양할 수밖에 없는 유권자 목소리를 대변할 여러 정당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 경쟁하게 해야 합니다. 4년에 한 번 있는 국회의원 선거도 2년에 한 번씩, 의원 절반을 뽑아야 합니다. 선거가 자주 있어야 유권자 눈치를 더 볼 테니까요. 중앙당 공천이란 구시대적 제도도 끝을 내야 합니다. 후보도 당원과 시민 손으로 뽑아야죠.

동시에 단호해야 합니다. 대화를 원치 않는 아이들을 붙잡고 사정해봤자 서로 감정만 상합니다. 규칙을 정했으면 지키라고 요구하고 어기면 벌도 내려야죠.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법은 그간 국회폭력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이 법과 전통을 뻔뻔하게 파괴했습니다.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정치권의 고소·고발 사건은 엄격하게 판단하고 죄가 드러나면 단호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우습게 아는,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적폐를 놔두고 과거의 적폐청산은 불가능합니다. 힘, 돈, 연줄로 법 위에 군림한 이들을 끌어내려 우리와 같은 곳에 세워야 합니다. 국회의원의 갖가지 특권도 모두 공개하고 대폭 줄여야 합니다.

지난 몇 년 삼권분립의 두 축인 청와대와 대법원 모두 개혁 대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그 시작조차 없었죠. 여기엔 자유한국당의 분탕질이 큰 몫을 했습니다. 이제 자유한국당이 사춘기 정치를 멈추고 성숙할 수 있도록 검찰, 법원, 유권자 모두가 힘을 합쳐 도와야겠습니다. 밥 안 먹겠다는 아이, 밥 주지 맙시다.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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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