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과 함께 장마. 후텁지근 열대야. 가공할 습도는 땀에 절게 만든다. 십자고상의 예수님도 이렇게 더우면 양팔 벌리기 기구운동을 잠시 멈추고 땀을 닦으신다. 대웅전의 부처님도 스님이 선풍기를 살짝 틀어주면 안면에 미소가 ‘살짜기 옵서예’로 번진다. 엊그제는 연꽃 방죽이 있는 완주 송광사에서 연차 다회를 가졌다. 또 강원도 강릉땅 석조여래좌상이 있는 절집 청학사. 나도 실무자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동무들과 우연히 방문했다. 스님이 내신 귀한 차를 얻어 마셨다. 더위를 불사하고 팔도 유람을 했는데, ‘하나라도 더 알라’는 사우디 최고 선생님 존함마따나 앎과 배움이 느는 유람이었다. 이름만으로 거뜬히 세계 여행이 가능하다지. 인도에 가장 위대한 철학자 ‘알간디 모르간디’, 인도 최고 요가 수행자 ‘안꼰다리 골라꽈’, 타짜 챔피언 중국의 왕창 따와 프랑스의 몽땅 따…. 이런 분들 성함이나 주워 섬기고 살다가, 제법 철이 들었나 요샌 ‘하나라도 더 알라’. 

이름난 다인 중의 한명인 지인이 첫물차를 안겨주어 팔팔 끓인 샘물에 내려 마시는 중이다. 땀을 내면 그만큼 차라도 마셔야 한다. 좋은 잎차는 가슴 밑바닥까지 뜨겁게 만들어 삿된 더위를 내몬다. 베트남에 가면 리아(Ria) 잎사귀를 이용해 수프를 끓이거나 요리에 곁들인다고 한다. 숲에서 난 열매들과 고기 등을 내다 팔아도 리아 잎사귀만큼은 팔지 않는단다. 발에 쥐가 나는데 특효라고 믿어 신령하게 아끼던 잎사귀. 틱낫한 스님도 망명 중에 이 리아 잎사귀가 생각났던 모양이다. 하루는 누가 리아 잎사귀라고 가져와 수프를 끓여 반가웠는데, 아뿔싸 엉뚱한 풀을 뜯어 끓였고 모두 미열을 앓았단다. 잎사귀 하나로도 고국 땅을 그리워할 수 있다. 누군가 이 땅을 그리워하는지 잎사귀들이 살랑살랑 손을 흔든다.

슈퍼맨의 가슴에는 옷이 스판이라고 에스자가 새겨져 있다. 슈퍼맨도 좌선을 하고 차를 마시고자 고른 천이렷다. 둘러앉아 차를 마시면서, 흙에서 나서 흙으로 가고, 물에서 나서 물로 가는 덧없는 인생을 다들 느껴보는 것이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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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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