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2일 지면기사-

면은 간편해. 삶는데 냄새와 연기가 없다. 고기는 구울 때마다 기름이 튀고 냄새도 난리. 배지영의 단편소설 ‘근린 생활자’엔 501호 아줌마가 등장한다. “발코니에서 담배 피우거나 고기 굽는 것 삼가해주세요. 연기가 위쪽으로 그대로 올라가서 특히 3, 4층 분들은 창도 못 열어놓고 지낸다고요. 아셨죠. 꼭 좀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 고기를 구워먹으려고 발코니가 있는 집을 계약해 들어간 아무개는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고기를 구워댔다. 이제는 아래층에서도 쫓아들 올라온다. 면이나 삶아먹지 총각들이 뭔 고기냐 이를 드러냈을 것이다. 시골집에 살면 삼시세끼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는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낭설이다. 낙향처사들은 불이야 있으나 두 가지 돈이 없게 된다. 머니 돈과 돼지 돈.

산타 할아버지가 절대 먹을 수 없는 면, 울면. 울면 안돼. 당신은 산타가 아니니 울면도 드실 수 있겠다. 면을 너무 좋아했는데, 밀가루 당분 섭취를 줄이려다보니 메밀국수를 찾아먹게 되었다. 납품하는 곳을 알아냈고, 국수를 쟁여놓고 안심. 명절 긴긴날 뭘 먹을 건지, 장이라도 봐야 할 텐데 국수나 삶아먹을까 생각하니 개운하고 홀가분해라. 김치만 있으면 되었고, 얹어먹을 고기라도 들어온다면 불행 중 다행이겠다. 시인 백석은 먹는 타령을 지독히 했다. 시들 통째로 밥내와 모밀내, 오만가지 군침을 돌게 만드는 낱말들 잔치. “거리에서는 모밀내가 났다. 부처를 위하는 정갈한 노친네의 내음새 가튼 모밀내가 났다. 어쩐지 향산 부처님이 가까웁다는 거린데 국수집에서는 농짝 가튼 도야지를 잡아걸고 국수에 치는 도야지고기는 돗바늘 가튼 털이 드문드문 백였다… 또 털도 안 뽑는 고기를 시껌언 맨모밀국수에 언저서 한입에 꿀꺽 삼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가슴에 뜨끈한 것을 느끼며 소수림왕을 생각한다. 광개토대왕을 생각한다.” 이북에서는 돼지고기와 국수를 한 궁합으로 먹는 모양. 냉면과 온면, 고루 맛보는 겨레의 명절. 쟁반 속에 달이 둥그렇게 뜰 게야.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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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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