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은 살아 있는 생물이다. 여론은 태어나고 자라면서 활동하다 죽는다. 또 어떤 여론은 다른 여론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관계를 맺기도 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거나 받기도 한다. 그래서 여론을 정의하고 설명하려면 다양한 각도에서의 기준과 판단이 필요하다. 여론이 눈에 보이는 빙산의 부분이라면, 민심은 빙산의 하부를 구성하고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와 같다. 여론은 수시로 표면화되지만, 민심은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노출되지 않는다. 여론은 모순을 먹고 산다. 모순이 크면 여론도 커지고, 모순이 깊어지면 여론과 함께 민심이 분출하기도 한다. 모순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판단이 대립하는 상태이다.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의 논문 ‘모순론’에선 모순을 물질의 운동원리로 정의한다. 모든 물질은 모순 상태에서 생성되고 발전하며 소멸한다고 언급한다. 이 때문에, 모순은 활동의 궤적이 여론과 유사하게 보인다. 모순론은 모순을 주요모순과 부차적 모순으로 나눈다. 주요모순은 중심이 되는 모순이고, 부차적 모순은 주요모순의 주변부에 위치해 있는 모순이다.

최근 가장 뜨겁게 달궈진 여론. 검찰의 수사선상에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가족 문제와 조국 장관의 지휘를 받는 검찰의 개혁 문제일 것이다. 조국 장관이 즉시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은 5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론은 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는 법무부 장관이 법무를 관장하고 있다는 상황적 모순에 놓여 있다. 반면에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공감하는 여론 또한 54%였다. 이는 검찰의 조국 장관 수사가 검찰개혁의 지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상황적 모순에 놓여 있다. 서로 상충되지만 공존하며 양립하고 있다. 무엇이 주요모순이고 부차적 모순일까.

이를 구분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맥락적 사고이다. 맥락적 사고는 상황적 모순을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보지 않고, 현실감과 균형감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지혜다. 다시 말해 무엇이 좀 더 심각한 모순인가, 또는 무엇이 좀 더 공분을 살 만한 모순인가를 구분하는 사고체계라고 볼 수 있다. 주요모순으로 표출된 민심은 무엇일까. 검찰개혁 주장에 대한 공감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공감이 61%로 나타났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에 대한 여론도 77%로 나타났다. 여론의 성격과 쏠림의 크기로 볼 때, 검찰개혁과 공수처 신설 여론은 조국 장관 거취와 서초동 촛불집회 여론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여론이자 주요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검찰이 가지는 모순과 조국 장관이 가지는 모순을 주요모순과 부차적 모순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학습기회를 제공한 사건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마오쩌둥의 ‘모순론’에 의하면 모순의 특수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마도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이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과 관련하여 낸 논평의 마지막 부분이 이를 잘 방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세월호 참사 수사는 왜 이렇게 하지 않았나,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수사는 왜 이렇게 하지 않았나, 장자연 사건 수사는 왜 이렇게 하지 않았나, 김학의 성접대 동영상 사건 수사는 왜 이렇게 치열하게 하지 않았나.” 지난주 임은정 부장검사의 국정감사장 발언도 이러한 심증에 힘을 싣는다. “검찰이 검사의 공문서 위조엔 조직적 수사 방해에 나서 영장을 기각하고, 조국 장관 부인의 사문서 위조엔 특수부 수사과 압수수색으로 대처하는 것은 이중잣대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검찰개혁을 위한 조국 장관의 임명 모두를 선이라고 가정하자. 서로가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면, 누군가를 고의로 죽이기 위한 그런 것이 아니라면, 장관과 검찰총장은 주요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실낱같은 국민 신뢰가 끊어지지 않도록 머리 숙이고 최선을 다하고 협력해야 한다.

<최정묵 |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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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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