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용어로 악성신생물이라 불리는 암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3년 이래 36년째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 29만8820명 중 암 사망자가 7만9153명으로 30%에 육박한다. 사망 원인 2위부터 4위까지인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사망자를 다 더해야 암과 비슷해질 정도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민들이 기대수명(82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2%라고 한다. 인구의 3분의 1은 암을 예방할 수 있고 다른 3분의 1은 완치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암은 여전히 불치병의 대명사이자 공포의 질병이다.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원인이 인근 비료공장(왼쪽 사진)에서 나온 발암물질인 것으로 공식 확인된 14일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주민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용근 기자·연합뉴스

환경부가 괴담처럼 떠돌던 전북 ‘암마을’의 비극의 실체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마을 옆 비료공장이 연초박(담뱃잎찌꺼기)을 건조하면서 나온 1급 발암물질들이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이었다고 지목했다. 오염시설이라곤 아무것도 없고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전북 익산의 한 마을. 2001년 이 공장이 들어서며 비극이 싹텄다. 한 집 걸러 주민들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해 22명이 암에 걸렸고 14명이 사망했다. 건강한 30대 젊은이에서 70대까지 목숨을 잃었다. 간암, 피부암, 담낭암, 위암, 유방암, 폐암 등의 발병률이 전국 표준인구집단보다 많게는 25배까지 높았다고 한다. 저수지 물고기가 집단폐사하고 시체 썩는 것보다 역겨운 악취가 난다는 주민들의 민원에 공장과 관계기관들은 되레 고발과 무성의로 대응했다. 공장은 영업을 계속하다 2년 전에야 폐업했다. 암마을이 아니라 ‘암공장’이었던 셈이다. 재앙이 장점마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연초박을 퇴비로 쓰기 위해 반입한 공장이 전국 곳곳에 많다고 하니, 혹여라도 불법적인 발암물질 배출은 없었는지 전수조사도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암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흡연(30%)과 식이요인(30%), 만성감염(10~25%) 등을 꼽는다. 국가암정보센터는 흡연, 음주 금지와 균형 잡힌 식단, 운동 등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암마을’의 진실을 보면 이런 수칙들이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환경파괴라는 더 큰 상수와, 별문제 없다며 근 20년을 버텨온 ‘암적 존재’들이 있으니 말이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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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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