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칼럼

지난 10월 홍콩의 반정부 시위대에 악인 캐릭터인 조커의 가면이 등장했다. 복면착용 금지에 시민들이 조커 가면을 쓰고 시위에 나선 것이다. 홍콩 당국을 조롱하는 의미다. 홍콩뿐 아니라 레바논, 이라크, 칠레, 스페인 등의 반정부 시위에서도 등장했다. 홍콩에서는 고담시티와 같은 현실에, 이라크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 산유량 2위 국가인데도 민생고를 겪는 데 반발하며 가면을 들었다. 영화 <조커>를 만든 토드 필립스 감독의 말처럼 ‘현실에서 목격할 수 있는 공감능력 부족’이 조커 가면을 쓰게 한 것이다.

기성세대는 청년들의 불안에 말로만 공감하는지 모른다. 미래를 고민하는 청춘들과의 상담내용을 실었다고 하는 에세이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다. 호응하는 독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독자들은 ‘고통을 참고 견디라’는 메시지에 반발했다. ‘왜 청춘은 아파야 하는가’라는 반론이 쏟아졌다. 함정에 빠졌을 때 손을 내밀어주어야지 ‘나 때는 더 힘들었다’고 하는 게 무슨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코미디언 박명수의 현실을 반영한 어록이 더 호응을 얻었는지 모른다. ‘고생 끝에 골병난다’ ‘동정할 거면 돈으로 줘라’.

MBC ‘마리텔2’(위)와 SBS ‘정글의 법칙’에 참여한 펭수.

EBS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 캐릭터 ‘펭수’가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 펭수는 거대 펭귄이다. 키는 2m10㎝, 직업은 EBS 연습생, 성별은 ‘모름’, 꿈은 ‘우주 대스타’라고 한다. 올 처음 방송에 출연한 뒤 ‘뚝딱이’ ‘뿡뿡이’ ‘번개맨’ ‘당당맨’ 등 기라성 같은 선배 캐릭터의 인기를 넘어섰다. 아이들의 대통령(뽀통령)이라고 하는 ‘뽀로로’만이 넘어야 할 산이다. 펭수는 올 3월20일 유튜브를 시작해 지난달 27일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

펭수의 인기는 할 말을 다 하는 ‘직언’ 스타일에 있다. 유튜브 100만 돌파 기념 인터뷰에서 코미디언 박지선이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굳이 삶의 목표가 필요한가. 걍 살면서 즐겁고 행복하면 되죠.” ‘힘내라’ 말에는 “내가 힘든데 힘내라면 힘이 납니까?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이런 식이다. 펭수의 팬에는 성인들이 많다. 뻔한 훈계에 지친 이들에게 ‘사이다 발언’이 공감을 일으킨 것이 아닐까 한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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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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