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반 칼럼/임의진의 시골편지

세밑 덕담

경향 신문 2019. 12. 19. 10:54

12월 맺음달 달력은 동그라미로 가득해. 무슨 약속이 이렇게나 많은지. 하루는 공연을 했다. 호주에서 돌아와 ‘새까만스키’가 되어 등장. 내 시를 죄다 노래한 음반 <심야버스>가 나온 지 한 달도 넘음. 음반은 안 팔리지만, 그래도 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자뻑 중. 청계천변 새로 생긴 ‘전태일기념관’에서 발매공연을 했다. 가수 하림은 우정출연. 친구이자 동생 하림은 나랑 여행도 같이 다녔고, 내 산골 집에도 놀러오고 했었지. 악기 연주력도 그렇고 하림만 한 내공을 지닌 가수가 이 땅에 드물다. 그이 피앙세와 폴란드로 신혼여행 가는 통에 라디오 음악방송에 내가 잠깐 땜빵 출연하기도 했었다. 하림의 노래 ‘출국’, 오랜만에 ‘생라이브’로 들었어. 출국이 많은 방학 때렷다. 나라를 떠나봐야 우리나라 좋은 줄도 알고, 못난 구석도 알게 되지. 

“난 통 누가 불러주질 않아서 외로워.” 송년회 약속이 드물다고 친구가 그런다. “남 만날 때 자기 이야기만 하지 말고, 남 칭찬도 하고 좀 그래.” 고립된 사람들을 보면 특징이 있는데, 자기 투정이 많다. 또 남 사정에 관심이 없다. 칭찬이나 덕담도 매우 짜다. 올 한 해 고생했다고, 네가 있어 버틸 만했다고, 이런 덕담하는 데 무슨 돈이 드나? 

성경에 보면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오. 한날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니라”는 말씀. 내년 걱정을 벌써부터 할 필요는 없다. 올해 걱정과 괴로움은 여기서 훌훌 털어버리자. 그래야 새 힘이 생겨나지. 노(No)를 거꾸로 쓰면 온(On)이 된다. 문젯거리에 부닥치면 뾰족수도 거기 있다. 바로 그 문제에 인생 해답과 희망이 함께 있다. 그때 곁에서 힘을 주는 말, 덕담 한마디가 반드시 필요하지. 차에 시동을 걸듯 누군가 돌려주고 눌러주어야 한다. 아름다운 사람은 덕이 있는 사람이다. 덕이 있는 사람이란 덕담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덕담을 하다보면 평소 없던 덕도 달라붙고 생겨난다.

<임의진 목사·시인>

'일반 칼럼 > 임의진의 시골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릴라 쥐  (0) 2020.01.02
자작자작  (0) 2019.12.26
세밑 덕담  (0) 2019.12.19
거비거비의 프러포즈  (0) 2019.12.12
세상의 눈, 카타추타  (0) 2019.12.05
비밀기지  (0) 2019.11.21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