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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13일 “현행 공직선거법은 자동차에 부착하는 확성장치 및 휴대용 확성장치의 숫자만 규제할 뿐 확성장치의 최고 출력과 소음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서 이는 국가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소홀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한 주민이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합리적인 최고출력 내지 소음 규제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라 해도 주민 불편을 초래하는 과도한 선거 소음은 규제돼야 한다. 헌재의 전향적 판단을 환영한다.

확성기 소음 피해는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돼왔다. 시민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해할 뿐 아니라 생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출근 또는 등교 이전인 오전 6~7시, 퇴근 또는 하교 이후인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소음 제한 없이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입법 미비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운동 소음을 규제하지 않으면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이 밀집 거주하는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서 그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시민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는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확성장치의 최고출력과 소음 규제기준을 만들어 소음을 제한해야 한다는 판단은 타당하다. 이번 결정은 선거운동의 최근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야외에서 확성기를 이용해 자신의 정견을 발표하기보다 인터넷이나 방송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헌재가 같은 사안에 대해 11년 만에 판단을 바꾼 것은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재판관들이 “선거운동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후보자에 관한 정보를 선거인들에게 효율적으로 알리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한 것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확성기 소음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선거 분위기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소음 규제기준을 마련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 선관위에 따르면 소음을 유발하는 선거운동원들이 수시로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확성기 소음의 크기를 측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헌재는 오는 4월 총선부터 새로운 법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연말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했다. 국회와 선관위는 이제부터 주민의 소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기준과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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