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언어의 개념은 임의적, 임시적이다. 특히 성별(性別) 이슈를 다루는 이 글은 작은따옴표가 점철되거나 생략된 비문(非文)이다. 

어떤 여성이 여자대학에 합격했으나 여성의 반대로 입학이 좌절되었다. 전자는 트랜스젠더 여성이고, 후자는 비(非)트랜스젠더 여성이다. 일부 비트랜스젠더 여성은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이 아니라며 그녀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냈고, 대학 당국은 방관했다. 심지어 성별 정정을 허가해 준 법원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묻고 싶다. 당신은 여성이고 그녀는 여성이 아닌지. 그 기준은 누가 정한 것인지. 해부학? ‘여성·남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일시적 구호이다. 생물학‘적’ 이유로 차별당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생물학조차 과학적이지 않다. 모든 이들은 ‘사람’으로 태어날 뿐인데, 가부장제 사회에서만 인간을 ‘정상적인 남녀’로 구별한다. 즉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표시되는 것뿐이다. 성별은 없다. 억압받는, 그리고 억압하는 성별이 있을 뿐이다. 

여성은 실체도, 실재도 아닌 지배 규범(‘성역할 사회화’)의 산물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특정한 여성만 여성으로 간주된다. 나이, 인종, 계급, 외모, 직업 등에 따라 여성의 개념은 유동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줌마는 제3의 성이고, 나이 들고 뚱뚱한 데다 옷차림이 추레한 여성이 짐을 들고 돌아다니면 ‘노숙인, 좀도둑, 정신질환자’로 간주되기 쉽다. 

여성주의 사상의 핵심은 ‘차이’이고, 이는 현대 철학 전반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끼쳤다. 여성이라고 간주되는 집단 내부의 차이. 흑인 노예 여성과 백인 중산층 여성은 성별보다 인종의 차이가 더 크다. 이 때문에 정체성의 정치에서 출발한 여성주의는 진정한 여성이라는 허명으로 다른 여성을 차별, 배제, 타자화하기도 한다. 정체성(正體性)은 “우리는 같다”는 팩트가 아니다. 오히려 같지 않기 때문에 동일시(同一視) - ‘여성임을 자각’ -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여성주의의 전부는 아니다.

이제까지 현모양처, ‘예쁜 여성’ 등 여성의 기준은 남성 문화가 정했다. 트랜스젠더 여성 혐오 사태는, 여성이 남성을 대신해서 누가 여성인지를 정하겠다는 발상이다. 일단, 이 ‘진정한 여성’ 기획은 불가능하다. 오랜 역사를 거쳐 구성된 여성 개념은 이미 ‘오염’된 것이기 때문이다.

성기는 작은 차이다. 작은 다름을 본질로 만드는 것, 그것이 권력이다. 자궁이 있어서 출산을 하고 저절로 육아 전문가가 된다면, 성대가 있는 사람은 모두 오페라 가수가 되어야 하는가. 여자로 ‘태어났다고 해서’, 저절로 여성이나 여성주의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여성가족부의 영어 명칭은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다. 젠더가 여성으로, 여성이 양성평등으로 ‘편의상’ 오역된 것이다. 자연과학에서 인간은 남성과 여성으로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 자웅동체(雌雄同體), 양성구유(兩性具有), 간성(間性·intersex) 등 다양한 형태의 성별이 존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간성과 관련된 남성의 여성화를 촉진하는 클라인펠터증후군을 보이는 아기가 매년 400~500명 정도 태어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사방지(舍方知)라는 실존 인물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어떤 이들은 사춘기, 임신, 사망 시 양성구유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성애 제도는 인간을 남녀로 구별하기 위한 강력한 장치다. 이성애는 자연의 법칙이 아니다. 동성애, 무성애(無性愛), 범성애(凡性愛) 등 인간의 성적 실천은 다양하고, 이에 따라 성별 정체성도 달라진다. 성별은 본디 정해진 것이 아니므로, 사회적 강제를 거부하고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이 아니다? 그들이 여성의 인권을 빼앗아간다? 여성 우선 페미니즘? 누구도 타인의 성별을 규정할 수 없다. 이제까지 여성운동은 민족·민중·시민 등의 개념을 독점하면서 인권의 위계에 따른 순서(“여성 문제는 나중에”)를 주장해온, 남성 중심의 사회운동에 저항해왔다. 여성주의가 진짜 여성과 가짜 여성을 구별하고 배제에 앞장선다면, 그런 여성주의가 왜 필요할까.

<정희진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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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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