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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김홍표의 과학 한귀퉁이

기침

경향 신문 2020. 3. 19. 11:57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눈높이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위로 오르면서 촘촘하지만 더 가는 줄기를 가진 느티나무를 보며 나는 뿌리에서 물관을 거쳐 비상하는 물을 상상한다. 물이 줄기의 가장 높은 곳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위로 오를수록 점점 더 커지는 물관의 저항을 무너뜨려야 한다. 나무는 줄기와 물관의 표면적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이 난제를 해결했다. 본줄기의 단면적과 거기서 갈린 두 줄기 단면의 면적이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일찍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그림으로 기록을 남겼다. 아직 잎이 나지 않은 느티나무 형상을 머릿속에서 거꾸로 뒤집어 보면 목 아래 기관에서 갈라지는 기관지 모습이 떠오른다. 기관은 지름이 약 1.5㎝이며 후두 아래로 10㎝ 정도를 내려간 다음 좌우 기관지로 갈라진다. 그 기관지는 15~23차례 더 나뉘다가 포도송이 모양의 작은 폐포에 연결된다. 

대략 1.1㎏인 허파에는 3억개 정도의 폐포가 있으며 이들 내부의 전체 표면적은 얼추 25평이 넘는다. 놀랄 만큼 넓다. 소화된 음식물을 몸 안으로 받아들이는 소장의 표면적은 이보다 더 넓어서 테니스장 크기에 이른다고 한다. 먹는 일이나 숨 쉬는 일 그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게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숨을 쉬는 까닭은 무엇일까? 심장이나 혈관과 같은 중간 기착지를 지난 공기, 특히 산소는 세포 안으로 들어와서 물질대사의 마무리 작업에 착수한다. 쉼 없이 영양소인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태우는 것이다. 그러한 느린 연소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은 공교롭게도 물이다. 이것저것 중간 단계를 다 떼고 결론만 말하면 우리의 허파가 1분에 약 16번 산소를 들이마시는 이유는 물을 만들기 위해서다. 물론 그 사이사이 에너지 통화인 ATP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허파로 들어온 기체 형태의 산소는 혈액이라는 액체 매질을 통해 전신의 세포에 전달된다. 하지만 공기를 통해 들어오는 것은 산소만이 아니다. 그냥 ‘아이쇼핑’하는 무심한 손님처럼 지나가는 질소도 있다. 미세먼지도 자주 들어온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 중을 떠도는 세균이나 미생물들도 숨을 들이켤 때마다 우리 몸 안으로 침투한다. 이때 기도의 상피는 점막을 잔뜩 만들어 끈끈이주걱처럼 먼지나 미생물을 붙들었다가 밖으로 내보낸다. 섬모라는 세포 표면의 기관이 1초에 약 16차례 격렬하게 움직인 결과이다. 이러한 일은 평소에도 벌어지지만 호흡기 계통에 화학적 혹은 물리적 자극이 오면 보다 극적으로 호흡 과정이 달라진다. 방어적 반사(reflux)작용이라고 칭하는 기침이 바로 그런 행위이다. 물이 더러우면 잠시 공기의 순환을 멈추고 아가미에 낀 불순물을 밖으로 뿜어내는 물고기조차도 기침을 한다 하니 대부분의 포유동물이 기침을 하리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흔히 사용하는 실험동물인 쥐는 기침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잘 모르지만 쥐는 뭔가 다른 방식으로 폐로 들어오는 입자들을 제거하리라고 과학자들은 짐작한다.

사실 기침은 크게 세 가지 동작으로 구성된다. 먼저 숨을 들이마신다. 효과적으로 기침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하는 작업이다. 다음은 후두를 닫아걸고 흉강과 횡격막 그리고 복막을 수축시켜서 흉강 내부 압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마지막으로 통로를 열고 큰 소리와 함께 공기를 몸 밖으로 내보낸다. 여러 종류의 근육을 동원해서 우리 신체는 흉강 내부의 압력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인다. 그 압력이 충분히 높아야 기관지 상피에 붙은 점액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격하게 기침할 때 분출되는 공기는 비행기보다 더 빨리 날아간다. 무려 시속 800㎞이다. 그렇기에 근육의 힘이 부족하거나 오랜 천식으로 기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는 기침하는 일도 쉽지는 않다.

과학자들의 부단한 연구 덕에 우리는 기침 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있다. 고추의 주성분인 캡사이신을 감지하는 수용체는 우연히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화학물질 또는 미생물 감염에 의해 생체 내부에서 만들어진 물질에 반응한다. 알싸한 고추를 먹고 기침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화학물질 외에도 소화계에 가해지는 물리적 자극에도 우리는 기침을 한다.

이처럼 기침의 생리학적 과정에 대해서는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왜 기침을 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한다. 기침을 억제하는 약물이 염증성 질환을 더 오래 지속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얼핏 기침은 인간에게 이로운 행위처럼 보인다. 그러나 천식이나 상기도 감염 증상인 백일해처럼 기침으로 인한 과도한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일부 진화생물학자들은 우리 인간의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이 자신이 살아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숙주를 ‘조종’하여 기침을 하게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환자가 잘 움직이고 자주 기침을 해 자신의 분신이 섞인 비말을 주변에 많이 퍼뜨릴수록 감기 바이러스가 살아남을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은연중일망정 바이러스들은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인간의 약점 몇 가지를 최대한 이용한다. 시간당 평균 16번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인간의 습관도 그중 하나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리디아 보로이바는 강하게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할 때 비말이 무려 8m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목청껏 소리 높여 수다스럽게 말을 하면 입을 통해 나오는 비말의 수가 50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작년에 나왔다. 기침 한 번 하기 쉽지 않은 요즈음이다. 앞다퉈 꽃은 피는데 올봄은 유난히 더디 온다.

<김홍표 |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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