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거리 두기를 위해 사람과의 만남을 가능한 한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그렇게 살 수만은 없다. 그래서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온라인 모임을 했다. 일요일 밤 10시, 약속한 시간에 화상회의 채팅창에 접속하자 친구들의 일상 풍경들이 분할돼 한 화면에 펼쳐졌다. 한 친구는 안 자고 더 논다고 버티는 아이를 막 재우고 나왔다. ‘평화롭게 잠든 아이를 보는 부모의 고단한 기쁨’이 무언지 맥주 캔을 따는 친구의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금주를 결심한 친구였고 그것은 맛없는 무알코올 맥주였다. 야근을 마치고 돌아온 한 친구는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김치찌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양파가 없어서 부엌 안을 방황하는 모습을 보았다. 한 친구는 반려동물과 산책하고 돌아왔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굳이 나누지는 않았을 일상의 풍경이었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남의 잠옷을 구경할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가 놀겠다고 안 자고, 김치찌개를 끓여야 하는데 양파가 없고, 늦은 밤인데 반려동물이 산책하러 가자고 조르는 이런 소소한 고난이 사실은 행복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안다.

창밖의 사이렌 소리가 화상 채팅창을 통해 친구들의 공간으로 그대로 전해졌다. 마포대교 근처에 살아 사이렌 소리가 들릴 때마다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다. 그 소리는 누군가 다리에서 뛰어내렸다는 뜻이다. 요즘 들어 사이렌 소리가 자주 들리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한강의 투신자 구조율은 97%다. 잦아진 사이렌 소리는 말한다. 이제 시작이라고. 그러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떨어지지 않도록 서로서로 잘 잡아줘야 한다고.

업무, 경제, 생활 모든 영역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각자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심되고 고맙다. 반복되는 하루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힘으로 어떻게든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리적 거리는 두되 마음만은 가까이. 서로에게 더 다가가고자 한다. 필요할 땐 손을 내밀면서.

<정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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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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