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민요에 이런 노래가 하나 있다. “내 눈에 다래끼가 났다오. 악어가 내 다리를 잘라 먹었다오. 마당에 있는 염소는 풀밭으로 가자는데 솥에는 멧돼지 고기가 끓고 있네. 절구통에 담긴 곡식이 말라비틀어지는데 추장은 재판을 받으라고 날 오라 하네. 장모님 장례식장에도 가야 하는데, 아! 정말로 더럽게 바쁘다오.” 바쁘면 대체로 불행해진다. 바쁘게 돈을 벌면 행복해질 거 같지만, 바쁘면 놓치는 게 생겨서 결국 가장 중요한 행복이 달아나 버린다. 적당히 바빠야 좋고, 차라리 바쁘지 않은 편이 인생을 숨 돌리게 해준다. 허겁지겁 앞만 보고 살다가 문득 멈춰선 친구가 내게 그랬다. “이런 촌구석에서 심심해 어찌 살아?” “심심한 음식이 몸에도 좋은 법이야. 심심한 일상이 얼마나 재밌는데. 그래도 가끔 드라마틱한 여행도 가고 그래.” 그 친구랑 산책을 했는데 어찌나 걸음이 빠르던지 헥헥거리며 따라갔다.

충청도 태생인 분들을 보면 진짜로 말투도 느리고, 보폭도 느릿느릿해. 그런데 외국인 선교사들이 처음 충청도에 들어갔을 때 모두 깜짝 놀랐다는 거 아닌가. 조용조용 느릿느릿한 분들이 입만 열면 “왔씨유?(What See You)” ‘뭘 봐 짜식아~’ 뭐 이런 투의 영어를 구사하더란다. 무서워서 눈을 쫙 아래로 내리 깔았다는 얘기. 말도 좀 천천히 느리게 하고, 뭐가 그리 바쁘다고 좀 천천히 걷고, 사람을 사귈 때도 성급하게 굴지 않으며 ‘슬로 고고’ 그랬으면 좋겠다.

달리기보다는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일일이 인사하면서 지내야지. 달리면 만날 수 없는 친구들이 많아라. 무엇보다 조금만 뛰어도 숨 가쁜 이들, 숨이 간당간당한 뒤처진 그룹의 사람들이 그렇다. 천천히 같이 걸으면서, 등을 밀어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면 좋겠어. 정치뿐인가. 인생살이도 그렇다. 저 멀리 앞서가는, 빠르고 날랜 선수들 뒤통수엔 주변을 살피는 눈이 달려 있지 않다. 사월 초파일, 속도에서 벗어나 한갓지게 앉아계신 부처님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보자.

<임의진 목사·시인 shodan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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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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