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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화재 희생자 분향소에서 이낙연 전 총리의 “현직이 아니라서”라는 발언은 옳았으되 ‘대화’는 아니었다. 유가족은 ‘대책’을 물은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사고가 거듭되느냐고 따졌을 것이다. 비대칭적 대화에 실수해서 정치인이 힐난을 받은 것은 그렇다 치자. 정작 궁금한 것은 책임자들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이다.

이번 사고는 12년 전 이천시 호법면 냉동창고 화재의 복제다. 원인조차 같다. 단열재인 우레탄을 도포하기 위해 시너에 녹이는 순간 시너는 증기가 되어 건물 전체를 채운다. 여기서 용접을 했다니 화약 창고에서 불놀이하는 꼴이다. 어떻게 이 어처구니없는 행위의 조합이 12년이 지나서도 그대로일까?

두 가지다. 우선 우레탄 발포와 용접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내 환기 상태, 이격 거리 등에 따라 화재로 연결되지 않거나 쉽게 제압하곤 했다면 시공자로서는 ‘해도 되는’ 일이 된다. 마감에 쫓겨 9개 업체 78명이 동시 투입되었다니 당연히 시도했을 일이다.

둘째, 위험방지 규정과 감독자가 있으나 허깨비라는 점이다. 가연물이 있는 건물에서 불꽃작업을 할 때 소화기구와 비산방지 덮개의 구비, 상주 안전관리자의 감시가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이다. 그러나 공기와 공사비에 압박받는 현장소장, 사장에 맞서 원칙을 우길 안전관리자란 현실에는 없다.

결국 하인리히 법칙대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불꽃에 의한 화재는 5825건, 32명이 숨졌다. 2008년 이천사고 후 잠깐 멈칫하다 2013년부터 다시 늘어나 매년 1000건 이상이다. 이번 사고는 이 많은 전조 후에 찾아온 본 파도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 여당의 대책을 보면 여전히 동문서답이다. 이해찬 대표는 애꿎은 샌드위치 패널을 탓하며 ‘건축자재안전기준’을 개선하겠단다. 급조된 ‘건설현장 화재안전 범정부 TF’는 녹음기 수준의 위법사항 엄중처벌 타령이다.

처벌강화는 한계에 달했다. 샌드위치 패널 역시 범인이 아니다. 원가를 줄이려 사고마저 감수하겠다는 사업주, 시공자에게 비주거용인 창고도 비싼 난연성 자재로 지으라는 건 현실을 모르는 처방이다.

핵심은 왜 위험한 행위의 조합이 여전히 감행되느냐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시공사 ‘건우’의 2018년 ‘환산재해율’은 4.5%, 100명 중 4.5명이 재해를 당했다는 뜻으로 건설업 평균의 무려 6배다. 당연히 관급공사는 어려울 터, 가격으로 수주하는 민간 공사를 맡아 모험하며 손익을 맞추다 사달이 난 것이다.

근본적 해결방안 또한 중소규모건설 산업생태계에서 찾아야 한다. 여러 노력으로 작년 전체 산재사망은 7.6% 줄었으나 건설은 겨우 2.6% 감소에 그쳤다. 이마저 공기업, 대형 현장의 감소분으로 중소형 민간 현장은 요지부동이다. 여기는 처벌과 규정 강화라는 약발이 안 듣는다. 저가·속도·모험이 이미 ‘문화’가 된 곳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장을, 법제도는 문화를 이길 수 없다. 이참에 ‘건설문화혁신운동’을 일으키면 어떨까? 목표는 ‘신용기반형 건설’이다. 제대로 값을 치르는 대신 안전과 성능에 관한 한 무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재해율에 따라 보험료율을 차등화하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하면 머지않아 좀비 건설사들은 스스로 퇴출될 것이다. 지난 50년을 뜯어고치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유족들은 이 전 총리에게 울부짖은 것이 아닐까.

<함인선 건축가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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