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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만큼 경기침체에 대한 걱정이 하루하루 쌓이고 있는 요즘, 채용시장도 움츠러들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취업 소외계층’인 경력단절 여성은 명함도 못 꺼내고 아이들의 세 끼 뒷바라지에 바쁘다.

“어차피 커서 엄마가 될 텐데… 왜 어렵게 공부를 해?” 어떤 초등학생 딸이 엄마에게 이렇게 물었단다. 갑자기 훅 들어온 아이의 한 방에 엄마는 화도 나고 할 말도 많았지만 “네 때는 다르지 무슨 소리야…” 하고 얼버무렸다고 한다. 필자의 후배에게 들은 씁쓸한 이야기다.

실제 올 초 여성가족부의 ‘2019년 경력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25~54세 여성 중 결혼, 출산, 양육 등으로 인해 경력단절을 경험한 사람이 3명 중 1명이다.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하더라도 10명 중 6명은 복귀를 못하니, 아무리 사회가 바뀌었다고 해도 육아휴직이 곧 육아퇴직이 되는 건 흔한 모습이다. 평균 28.4세에 경력단절을 경험한다고 하니 아무리 열심히 실력을 쌓아도 여성 인력은 사회에서 10년도 채 꽃피우지 못하고 가정으로 사라지고 마는 셈이다. 물론 필자도 쌍둥이 아이를 키우면서 일과 가정 사이에서 숱한 고민의 기로에 서보았기 때문에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이러한 추세가 심해지자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정부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현실은 경력단절 여성이 일자리를 얻기까지 7~8년이 걸리고 경력단절 후 첫 일자리의 월임금은 이전의 87.6% 수준에 그친다. 특히 기존 경력과 상관없이 숙박 및 음식점업에 재취업하는 사례가 증가한다고 하니 그들의 취업률이 그저 반갑지만은 않다.

경력단절 여성이 다시 사회에 도전장을 내밀 때 어떤 분야가 좋을까? 과연 자신의 학력이나 관심사와 관계없이 가사노동과 비슷한 연결고리를 찾아 나서는 것이 최선일까?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73.8%로 남성보다 7.9%포인트(‘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통계청)나 높은데 경력단절 여성이 된다고 모든 역량이 제로가 되는 것일까? 경력단절 여성들을 누구보다도 많이 접하고 있는 필자가 보기엔 그들은 사회의 어떤 인재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서초여성가족플라자는 경력단절 여성을 전문가 양성교육 및 인큐베이팅을 통해 전문강사로 양성하고 있다. 만 3년이 지난 현재 150여명의 강사진을 양성해 교육현장에 파견하고 있다. 자신을 키우고 지역을 키운다는 의미의 이 ‘키움강사단’은 어린이집은 물론 초·중·고교 등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책놀이’ ‘3D프린터’ ‘학습코칭’ 등 7개 분야 28개 과정을 실시하는데 2019년 한 해에만 총 2000건이 넘는 출강을 기록했다. 처음에는 쭈뼛쭈뼛하며 강단에 설 자신이 없던 여성들이 밤새며 교안을 작성하고, 시연강의를 하며 점차 전문가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 속에 감춰진 잠재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 강사는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불러줄 때 꿈을 이룬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꿈을 찾기까지 주변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되었단다. 경력단절은 답답한 멈춤의 시간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한 숨 고르기 시간이 되어야 한다. 주위의 따뜻한 시선과 응원이 그들의 제2의 인생을 싹 틔우는 마법이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박현경 | 서초여성가족플라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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