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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바람난 아내가 여종을 시켜 남편에게 독이 든 술을 권하게 했다. 여종은 진실을 말하자니 파탄에 이를 것이 걱정되었고 그렇다고 남편을 죽일 수도 없어서, 거짓으로 쓰러지면서 술을 엎질러 버렸다. 여종은 화가 난 주인에게 채찍질을 당해야 했지만, 자신의 거짓으로 부부를 지킬 수 있었다.

전국시대 유세가 소진(蘇秦)은 연합하여 진나라에 맞서는 합종책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약육강식의 이해관계가 얽힌 각국의 왕을 설득하기 위해 소진이 구사한 논리와 언변은 다양하고 화려했다. 그러나 불과 15년 만에 진나라의 이간질로 합종의 맹약은 깨지고 만다. 궁지에 몰린 소진은 연나라를 위해 제나라 왕을 속여 빼앗겼던 성 10개를 돌려받게 해준다. 그러나 연나라 왕은 소진을 냉대하였다. 그의 거짓됨을 비방하는 이들 때문이었다. 소진은 자신이야말로 충신이라고 하면서 위의 여종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설복된 연나라 왕은 그를 다시 예우하였다.

공적보다 인성을 중시하는 유학자의 눈으로 볼 때, 유세가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거짓도 불사하는 파렴치한 존재들이었다. 때로는 주군을 위해, 때로는 자신의 영달 혹은 생존을 위해, 똑같은 사실을 상반되는 주장의 근거로 내세울 수 있는 이들이 유세가였다. 오늘 사실의 진위에는 아랑곳없이 목적을 위해 거짓 뉴스를 양산해내는 일부 정치 유튜버들이 떠오른다. 저마다 애국과 정의를 내걸지만 이들의 목적이 돈에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한 공중파 방송의 탐사기획 프로그램에 의하면 ‘슈퍼챗’ 즉 댓글 후원금으로 월 1억원 넘게 챙긴 유튜버도 있다고 한다.

해박한 식견으로 논리와 명분을 구축함으로써 자신과 생각이 다른 왕을 설득하는 데에 전력을 다한 유세가와 달리, 일부 유튜버는 특정 집단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을 자극적인 막말과 그럴듯한 음모로 꾸며내서 조회수를 늘리는 데에만 급급하다. 이들이 조작한 내용이 세계 최대의 인터넷 매체를 통해 대기업 광고까지 단 채 버젓이 유통되고, 그것을 진실로 믿는 사람들에 의해 확산되고 있다.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옮기는 행위가 명백한 범죄로 인정되지 않는 사회는 참담하다. 그것이 돈을 위해서든 어떤 가치를 위해서든 간에.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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