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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북아프리카 알제리에 갔다. 밀리아나에 사는 베니죽죽 부족이라는 친구가 사막 투어에서 진가를 발휘했는데, 훗날 알퐁스 도데의 단편 소설에서 그 부족을 보고 어찌나 반가웠던지. 유속이 느린 셰리프 강을 따라 밴을 타고 이동했다. 사막과 오아시스를 오가는 밴들은 예전엔 모두 낙타였다. 베니죽죽 친구는 아마도 그 당시 태어났더라면 낙타몰이꾼이 되었겠지. 사륜구동 밴을 개조하여 몰고 다니는 집시들이 흔했다. 밴에서 먹고 자고 싸고 다하니까 이들 생을 통칭해 여행작가 포스터 힌팅턴은 ‘밴 라이프’라 명명했다.

폭스바겐 밴을 뜯어고친 걸작들은 실로 놀랍다. 트럭 캠퍼들도 아기자기한 살림살이. 캠핑 트레일러를 달고 다니면서 전망 좋은 곳에 세우면 그곳은 곧바로 ‘홈 스위트 홈’. 장작불로 밥을 지어먹고 커피콩을 끓인다. 차의 겉은 철판이지만 내부는 나무판자를 굽혀 꾸몄다. 차에서 나무향이 진동한다. 요세프 쿠델카의 사진집에나 나올 법한 집시들은 폐차장에서 새나온 소형버스를 가져와 집으로 고쳐쓴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보면 브래드 피트가 캠핑카에 거주하면서 쪼그라든 삶을 보여주는데, 그의 머리칼만큼 적당히 고독하고 적당히 자유롭다.

집값이 솟구쳐서 투기과열지구가 늘고, 집을 살 엄두조차 못 내는 청춘들이 숱하단다. 이러다간 서글픈 쪽으로 밴 라이프에 이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미국 도시 외곽의 주차장에는 캠핑족이 적지 않다. 대부분 주거지를 잃고 쫓겨난 빈민들. 가슴 아픈 캠핑도 상당히 많다.

알제리엔 체 게바라가 게릴라들을 모아 훈련시킨 기지가 있다. 막사를 치고 지냈겠지만 사막뱀을 피해 군용버스에서 잠을 청했겠다. 가장 배고픈 사람이 정치인이라던데, 밥그릇 싸움하다 다된 밥상도 엎는 자들. 캠핑의 즐거움은 밥그릇을 나눌 때 배가 된다. 밥 때면 군불을 지피고, 수프를 끓이고, 소시지를 굽는다. 일용할 양식에 만족해. 밤엔 누워 별을 쳐다본다. 엄마 얼굴이 둥시럿. 유성이 떠다니듯 떠돌이 유랑자들.

<임의진 목사·시인 shodan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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