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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여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는 체제로 29일 출범했다. 1987년 6공화국 헌법이 만들어진 후 이듬해 13대 총선부터 국회 상임위원장을 여야가 의석수로 분점해온 전통이 32년 만에 깨진 것이다. 미래통합당은 상임위 명단 제출과 활동도 하지 않겠다고 했고, 제1야당 몫 국회부의장도 정진석 내정자의 거부로 공석으로 남았다. 한 달째 삐걱거린 원구성 협상이 파국으로 끝나고 최악의 개원국회가 개문발차한 셈이다. 이런 국회를 보고 싶은 국민은 없다. 극히 유감스럽다.

여야는 전날 원내대표단의 협상과 박 의장 중재 끝에 합의안 초안을 만들었다. 초안에는 상임위원장을 11 대 7로 나누고,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대선 후 집권여당이 선택권을 갖고, 법사위는 제도개혁을 하기로 했다. 통합당이 요구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국정조사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법사위 청문회는 여당이 수용키로 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상당한 의견 접근이 있었다”던 초안은 통합당 추인을 받지 못했다. 야당 원내대표가 열어놓은 협상 공간이 내부의 강경한 목소리에 다시 닫히고, 법사위가 끝까지 협상의 발목을 잡는 굴레가 됐다.

여당은 다수당이 상·하원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는 미국 의회처럼 오롯이 책임정치의 시험대에 섰다. 이해찬 대표의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가는 상황”이 됐다. ‘상원 상임위’로 군림해온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분리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국회와 국정을 책임있게 이끄는 길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제1야당은 더 큰 저울대 위에 올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당 독재”라며 공격했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장차 우리가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위해 오히려 큰 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여당에 ‘독재 정권’ 프레임을 건 것이다. 그러나 국회 상임위 활동마저 스스로 접고 산적한 국정에 뒷짐지는 자세는 장외투쟁을 원내로 옮겨왔을 뿐, 총선에서 심판받고도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 목소리에 매몰되지 말고 국민이 지켜본다는 두려운 마음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늑장 개원한 국회는 밤을 새워서라도 35조3000억원의 3차 추경부터 6월 국회에 심사·처리를 마쳐야 한다. 질병관리청 승격과 남북경색을 풀 대북전단금지법 제정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여야는 협치 복원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정치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위안을 느낀다. 추경 처리가 끝나면 협치정신을 살릴 수 있는 원구성 문제도 마지막으로 매듭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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