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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임의진의 시골편지

솔 푸드

경향 신문 2020. 7. 16. 10:59

“예스터데이~ 올 마이 트러블 심 소 활어회~.” 오! 활어회. 뜬금없이 찬바람이 돌면 활어회가 먹고 싶다. 어떤 날은 고기 굽는 데 앉아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팔팔 끓는 국을 올려놓은 잔칫상을 받기도 한다. 새우가 들어간 마늘종, 잘 튀긴 돈가스, 가지런한 계란말이가 놓인 도시락이 그립다. 저마다 좋아하는 음식들이 있겠지만, 나는 잊지 못하는 게 아침마다 엄마가 싸주셨던 도시락이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 급식을 먹으니 엄마표 도시락은 맛보기 어렵겠다. 소풍 갈 때 아빠도 거들어 도시락 솜씨를 뽐낸다. 아빠표 도시락 맛은 어떨지 궁금하다. 무말랭이, 단무지와 김밥은 분식점에서 사먹는 요리가 되었지만, 소풍 약속이 없어도 김밥을 싸먹는 경우가 있다. 미슐랭 별점을 받은 요리사만 빼어난 맛의 도시락을 싸는 게 아니다. 나도 당신도 한 뼘짜리 도시락통에다 공을 들인 요리를 담을 수 있다.

보통 차를 몰고 서울을 다니는데, 휴게소에 잠시 들러 먹으려고 도시락을 싸봤다. 커피도 내리고 수박을 갈아 얼음을 띄운 수박주스도 한 통. 내가 선곡해 펴내는 ‘여행자의 노래’ 시리즈 새 음반이 엊그제 나왔는데 친구들이 그 일로 밥을 먹자 하여 나선 길. 내가 내민 음식도 즐거울 거 같아 밭에서 토마토를 따고 도라지꽃도 얹은 도시락을 준비했다. 토마토를 살짝 굽기도 했다. 코를 내밀게 만드는 풍미. 박수를 쳐주니 행복했다. 한정식만큼 이탈리아 음식도 좋아해. 한동안 런던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에 반해 요리책을 닥치는 대로 사 모은 적도 있다. 책에 담긴 요리 사진들만 봐도 군침이 돌더라.

사는 일은 때마다 음식을 차려먹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은 무얼 먹을까, 날마다 아침이면 고민거리다. 냉장고를 열어보고, 밭에 나가보고, 해먹을 요리를 생각한다. 입맛이 뚝 떨어지면 병과 죽음이 가까이 찾아왔다는 소리. 입맛으로 사는 게다. 정성 어린 솔 푸드에 감격하며 목숨을 연장하는 인생들. 잘 먹는 놈 못 이긴다는 말, 틀린 말 아니다. 작게 먹는 소식이 권장되지만, 없어서 못 먹는 궁궁한 인생도 많다.

<임의진 목사·시인  shodan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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