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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임의진의 시골편지

돌고래 말

경향 신문 2020. 7. 30. 14:52

돌고래와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 돌고래는 사람처럼 말을 갖고 소통하는데, 사는 지역에 따라 쓰는 말이 다르다. 서로 말이 다르니 시큰둥하게 지나치는데, 두 편의 말을 다 알아듣는 통역사 고래를 둔 무리도 있다. 통역사 돌고래 덕분에 만남을 반가워하며 ‘연합 수영 파티’를 즐긴단다. 바다신 포세이돈과 바다여왕 암피트리테는 돌고래의 중매로 부부가 된다. 신들은 돌고래에게 감사의 표시로 별자리를 선물. 그래 여름 밤하늘엔 돌고래자리가 선명하다. 유니콘을 닮은 일각돌고래는 자신의 뿔(사실은 이빨)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잘 알아서 사냥을 하지 않는 시간엔 아주 조심조심 헤엄을 친다. 비키셔 비키라고~ 하면서 말이다. 육중한 트럭이라고 거칠게 난폭운전을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지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판달라사’라는 바다가 딱 하나 있었다고 한다. 진화를 거듭하면서 육지에 살기도 했던 돌고래는 바다로 되돌아가고, 그 앞발과 뒷발 뼈가 몸에 일부 남아 있다. 돌고래는 하루 8시간 이상 잠을 자야 하는데, 폐로 숨을 쉬니 깊이 잠들면 익사하게 된다. 술고래 코골이 돌고래는 위험천만하겠다.

장대비가 내리면 육지도 바다처럼 되고, 특히 저지대에 사는 분들은 퍽 하면 물난리. 돌고래는 헤엄이라도 잘 치지. 같은 포유류인데, 우리도 바다로 갈 때가 이르렀나. 빙하는 녹고 해수면은 올라가고 돌고래 선배님들께 ‘바다살이’를 여쭙고 배워야 할 때가 됐나보다.

장마 그치면 한적한 바닷가에 텐트를 펴고 쉬련다. 차 트렁크에다 캠핑용품을 잔뜩 실어놓았다. 며칠 여행에도 짐이 산더미. 돌고래처럼 가방도 없이 바다를 누비고 싶어라. 남의 구역 말을 배우려고 기를 쓸 필요도 없고, 통역사 한둘이면 족하고 말이지. 일각돌고래의 뿔처럼 생긴 우산을 들고 다니면서 비가 그치길 바라고 있다. 돌고래가 뛰노는 바다가 부른다.

<임의진 목사·시인 shodan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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