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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세상읽기

주호영 의원님께

경향 신문 2020. 7. 31. 10:52

석 달 전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미래통합당 중진으로서 마음이 복잡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통합당은 주호영 의원님 표현대로 “큰 심판”으로 “폭망 수준의 참사”를 겪었죠. 이후 주 의원께서는 이전 지도부와는 다른 선택을 하셨습니다. “당 일각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있었고, 아물어가던 상처를 덧나게 했던 일들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며 사과했고, 광주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습니다. 드디어 보수당도 상식선에서 정쟁을 이끌어가려나 보다 하고 반가웠죠. 하지만 요즘 그 기대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장에서 “주체사상에서 전향했느냐”는 마녀사냥에 나선 태영호 의원을 두둔하셨죠. “근거 없는 색깔론은 잘못이지만 … 북한과 교섭하고 상대해야 하기에 그 이전 생각이 어떤 것인지 그게 바뀌었는지 당연히 물어봐야 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색깔론 문제는 근거 여부가 아니죠. 양심과 생각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게 문제입니다. 주체사상을 가져도 되는 게 민주주의의 가치입니다. 어떤 사상은 안 된다고 못 박아 버리는 게 북한식 사고죠. 민주주의 사상을 이해하시는지 걱정이 들었습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회 위원장직을 양보하지 않자 독재라고 일갈하셨죠. 통합당에서 일당독재라는 표현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억지입니다. 민주체제는 다수결의 원칙을 기본으로 합니다. 국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대한민국어린이국회’의 설명에 따르면 “다수결주의는 다수의 판단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는 것을 말해요. 다수의 판단이 소수의 판단보다 실수할 가능성이 작고,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더 좋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위원장 선거도 포함합니다. 현실적으로 민의는 다수의 목소리로 드러납니다. 더군다나 압도적 다수는 더욱 명확한 민의의 표현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그런 압도적 다수를 얻었습니다. 일당독재라니요. 민주주의의 원리를 이해하시는지 걱정이 들었습니다.

야당 지도자로서 답답하시겠죠. 다음 선거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한가하게 기다리지는 못합니다. 정부·여당의 실책을 지적하며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의원님이 지적하신 대로 지난 총선 결과는 정부와 여당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보상이었습니다. 할 일을 하는 지도자를 원하는 게 민심이죠. 바로 그 민심에 답해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주 의원님과 통합당은 아직도 색깔론, 사상검증에 매달려 고함 지르기에 여념이 없어 보입니다. 그 목청이 높아질수록 민심을 못 읽는 무능만 더 잘 드러납니다. 다가오는 보궐선거에서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길게 보면 지는 길입니다. 의원님 말씀대로 보수정당이 “선거를 연속으로 네 번이나 패배하고 폭망 수준의 참사”를 겪은 이유를 벌써 잊지는 않으셨겠죠. 정책으로 민심을 얻는 데 아직 낯선 것은 아닌지, 민주주의에 아직 덜 익숙한 것인지 걱정이 들었습니다.

국가정보원장 인사청문회는 국정원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민간인 사찰 등 정치개입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북한의 정보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대북관계는 어떻게 개선할지 박지원 후보의 비전을 보고, 조언할 수 있는 공공의 장이었죠. 주호영 의원님은 정치공세에 여념이 없으시더군요. 김대중 정부 대북 송금 논란을 끄집어내셨습니다. 많은 유권자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입니다.

보수정당이 건승하기를 기원합니다. 박근혜의 몰락을 잊지 말고 앞을 보시기 바랍니다. 보수 민심을 모아 정책으로 만드십시오. 선거로 심판받고 승리하길 바랍니다. 원내대표는 정당 지도자이자 민주주의의 한 축입니다. 지금 그러고 계시기에는 절박한 숙제가 너무 많죠. 통합당뿐 아니라 한국을 앞으로 이끄는 견인차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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