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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인터넷에서 디폴트로 하는 일들이 있다. 많은 사람이 비슷할 것이다. 옷차림을 결정하려고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코로나19 확진자 현황을 살핀다. 이어서 뉴스를 훑어보는데, 슬슬 기분이 헝클어지기 시작한다.

진영으로 나뉜 정치적 닭싸움은 오늘도 예외가 없다. 매체의 지향에 따라 보도의 색채가 무지개처럼 펼쳐진다. 윤미향 의원이 기소되었다. 몇 개 기사를 읽어본다. 무언가 빌미가 있으니까 기소된 건 분명한데. 기사를 읽어보아도 기소가 적절한지 무리한지 도무지 판단하기 어렵다. 견해를 가지려면 더 알아보고 지인과 토론도 해야 하지만, 그런 수고를 누가 하겠는가. 나중에 판결이 내려져도 논란이 종식되지도 않는다. 

이 나라에서는 언젠가부터 그렇게 되었다. 선악이분법과 진영논리와 확증편향에 따라 각자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면 그만이다. 권위 있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만, 그런 거인은 거의 멸종했다. 남은 이들도 침묵한다. 자칫하면 하룻강아지와 말싸움을 하다가 스타일을 구기기 일쑤라서 차라리 자기 세계에 침잠한다. 그 빈자리를 타인의 관심으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채운다. 법무부 장관 아들의 기사도 보인다. 몇 개 기사를 살펴보아도 누가 옳은지 뚜렷한 판단이 어렵다. 그만 알아보기로 한다. 뜨거웠던 전공의 파업에 관한 소식은 이미 하류로 떠내려가서 보이지 않는다. 그 많은 논란 속에서 이 공동체가 어떤 비전을 찾았는지는 모르겠다.

기분을 바꾸려고 외국어 사이트에 들어가 잠시 스페인어 공부를 한다. 역병이 지나가면 남미 파타고니아에 가볼까 해서다. 이렇게 배운 어설픈 스페인어로 옆자리 승객과 몇 마디라도 나눌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사이트는 진도에 점수를 매기면서 다른 가입자와 경쟁을 시킨다. 내가 속한 그룹의 순위를 보니, 지구 어딘가의 앨리스가 밤사이에 나를 추월했다.

나는 다시 순위를 역전시킨 후 실시간 검색어를 살펴본다. 잠깐 평온했던 일상에 다시 금이 간다. 검색어 대부분은 인명이고, 그중 절반은 정치인이다. 나머지는 연예인으로 짐작된다. 어느 연예인 이름을 클릭하려다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두려워 그만둔다. 그 대신 어느 정치인의 이름을 누를까 말까 망설인다. 

‘또 무슨 자극적인 발언을 했을까’ 하는 저렴한 호기심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클릭한다. 그는 그 관심의 대가로 방송에도 출연하고 당선도 될 것이다. 낙선하더라도 유튜브로 알뜰하게 돈을 벌며 바삐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연결되면 연결될수록 역설적으로 더 멀어진다. 서로를 더 오해하고, 더 미워한다. 의견과 취향이 달라도 함께 발을 딛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은 전설의 아틀란티스 대륙처럼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우리의 뇌세포는 명멸하는 실시간 검색어와 거친 댓글과 의미를 잃은 정치공세로 가득 채워진다. 정작 중요한 의제를 고민할 여력은 소진되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서로 잊혀져간다.

지난주 문을 닫은 단골식당 주인은 어디로 갔는가. 코로나로 세상을 떠난 300여명의 마지막 순간은 어땠을까. 아이들은 덜 불행해질 수 있을까. 주머니는 달랑거리고 시간이 늘어난 노인들은 여생을 어떻게 채우고 있을까. 얼굴 없는 악플에 찔린 젊은이의 마지막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곳이었을까. 막춤을 추는 천둥벌거숭이들과 관음증을 현금으로 바꾸어가는 위폐범들에게 시간을 저당 잡힌 사이에 정작 알아야 할 것들은 알려지지 않는다.

서로 잘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착취하지 않고, 살아남으려 아등바등하면서도 서로 미워하지 않기 위해 참 많은 사려와 배려가 필요한 시절이다. 개인에게만 맡겨두기에는 너무 중요한 일이지만, 그렇게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있다. 한껏 비웃었던 거대담론이나 계몽주의가 차라리 대단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역사는 지리멸렬하고, 정의는 수난당하며, 진리는 침묵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것을 나날이 실시간으로 경험하는 것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뛰어난 나라인가’라는 생각과 ‘이게 나라냐’는 생각을 몇 초마다 차례로 떠올리며 살아간다. 어느 생각이 맞을까. 두 가지가 키메라처럼 결합된 것이 이 나라의 특징이라면 특징일 것이다.

<조광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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