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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변했지만, 바이러스 재난은 변할 조짐이 없다. 변하지 않는 거로 따지자면 사람도 코로나 바이러스 못지않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는 말은 질리도록 했지만, 사태에 걸맞은 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 7월 발표된 한국판 뉴딜도 결국 경기를 부양해 빨리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지금 사태가 ‘이전’과 별개로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면 이런 대책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2020 경향포럼>에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코로나19라는 ‘외생변수’가 문제고, 지금의 경제는 “이 악재만 사라지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도 비슷한 전제가 깔린 걸 본다. 그러나 바이러스 재난이 ‘지금의 경제’와 엮여 있다면, ‘이전’으로의 복귀는 가능하다고 해도 문제의 원인을 지속하거나 강화할 뿐이다. 원인이 같은데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최근 녹색연합은 한국갤럽에 의뢰해 만 14~69세 시민 1500명에게 ‘기후변화 위기 인식’에 관한 여론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97.7%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그렇게 인식한 계기로 응답자의 95.8%가 올여름 폭우, 코로나19, 재작년 폭염을 꼽았다. 다수가 최근의 재난을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기후변화라는 맥락에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난에 대한 시민의 인식은 넓고 깊어졌다. 바이러스 재난을 기후변화와 연결해서 볼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다. 최근만 해도 세계보건기구, 유엔환경계획과 국제축산연구소,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이 바이러스 감염병 창궐은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등 자연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런 생태 문제의 뿌리에는 대량 생산과 소비를 기반으로 이윤과 성장에 목매는 ‘지금의 경제’가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은 현상적으론 질병의 문제지만 근본적으론 경제의 문제다. 이 재난을 질병이라는 개별적 차원에서 접근하면 문제의 본질과 근원을 놓치고, 결국은 문제 해결에 실패할 것이다.

이 바이러스 재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역병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비춰주는 일종의 거울”이다(프랭크 스노든). 방역과 백신 개발이 당면한 재난 대처에 중요하다면, 거울에 비친 우리 모습의 확인은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바이러스 재난의 반복을 막는 데 긴요하다. 코로나19에는 경제성장의 이름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생태적 훼손을 자행하고 방치해온, 욕망에 찌든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다. 바이러스 재난은 폭력적 삶의 방식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고, 변하지 않으면 상황은 반복되고 악화할 거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성장 신화에 중독된 우리는 이 경고를 새겨듣지 않는다. 버릇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경남 하동군이 추진하는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라는 이상한 이름의 지리산 산악철도 사업을 법 제정을 통해서라도 지원하겠다고 한다. 국토교통부는 생태계 보고로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서식지인 민통선 지역에 필요하지도 않은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고 나선다. 자연을 개발과 돈벌이 대상으로 보는 건 여전하다.

거울에 담긴 불편한 진실을 부정하면 가야 할 새 길은 보이지 않고 가지 말아야 할 옛길만 보이는 법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만큼이나 우리의 모습을 인정하는 겸손과 용기가 절실한 때다.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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