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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강아지라 않고 갱아지라 한다. 갱아지는 ‘갱단’을 탈퇴 후 ‘갱생’을 목표로 살아야 한다. 안 물고 안 까불고 사람이랑 개들과도 잘 지내야 해. 박쥐는 뽁주, 염소는 맴생이. 할머니는 수염 달린 영감 대신에 수염 달린 맴생이를 끌고 다닌다. 고양이는 개대기라 하는데, 고양이가 개에게 대든다 해서 붙여진 말. 개는 대단한 게 냄새 맡기 실력이 인간의 40배. 쫑긋 귀는 초음파가 들릴 정도의 4만㎐. 사람은 1만5000㎐ 정도니 거의 세 배다. 눈은 열 배나 뛰어나서 밤에도 바늘귀가 훤히 보인다. 옛사람들은 개를 길들여 사냥에 나섰다.

‘갱상도’ 말로 베껴 쓴 ‘애린왕자(어린왕자)’를 보았는데, 배를 쥐는 사투리 번역본. 전라도에선 여우를 ‘여시’라 하는데, 경상도에선 여우를 ‘미구’라 하는가봐. 애린왕자와 미구의 대화 일부분이다. “질들인다 카는 기 먼 뜻이냐고?” 미구가 이바구해따. “그긴 ‘관계를 맺는다’카는 뜻인데.” “관계를 맺는다꼬?” “하모” 미구가 이바구해따. “나는 여즉 내 한테는 흔한 여러 얼라들 하고 다를 기 없는 한 얼라일 뿌인기라. 그래가 나는 니가 필요없데이. 니도 역시 내가 필요 없제. 나도 마 시상에 흔해 빠진 다른 미구하고 다를끼 한도 없능기라, 군데 니가 나를 질들이모 우리사 서로 필요하게 안 되나. 니는 내한테 이 시상에 하나뿌인기라. 내도 니한테 시상에 하나뿌인 존재가 될 끼고….” “잘 가그래이” 미구가 말해따. “내 비밀은 이기다. 아주 간단테이. 맘으로 바야 잘 빈다카는 거. 중요한 기는 눈에 비지 않는다카이.”

애린왕자를 전라도에선 애갱이 왕자라고 해야겠다. 쪼매마한 애갱이 왕자. 마당에 풀어놓고 자유롭게 지내는 갱아지들이랑 나도 서로를 길들인 채 사이좋은 관계다. 밥 말리는 시누이가 밉지만, 우리는 말리의 레게 음악이면 누구라도 반갑고 친해진다. 이 별에서 모두가 항상 필요한 존재이길. 마음으로 보고, 좋아!는 조화의 첫 단추.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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