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일|신부·서강대 사회학과 교수


‘건강한 사회’란 어떤 세상일까? 이것은 사회학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화두이다. 어린 아이가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듯이 우리 사회는 장차 어떤 세상이 되고픈 꿈을 갖고 있는가? 이러한 상식적인 질문이 사라지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상의 쳇바퀴와 자기만의 이해타산에서 잠시 한 걸음 빠져 나와 우리 함께 ‘건강한 사회’에 대해서 잠시 성찰해 보자. 


건강한 사회란 건강한 몸, 즉 살아있는 생명 유기체와 비슷하다. 우리 몸이 정상이라면,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을 다쳤을 때 상처 부위가 퍼렇게 멍들고 퉁퉁 붓기 마련이다. 상처 부위로 혈액과 영양분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그 상처의 자리가 평소보다 더 커지는 것이다. 건강한 유기체는 ‘고통’의 자리를 먼저 인식하고 몸의 균형과 회복에 초점을 둔다. 그런데 우리 몸의 암세포는 전체적인 균형에 무감각하고 개체만 증식, 발전하기 때문에 유기체 전체의 생명을 위협하고 나아가 죽음으로 몰아간다.


용산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출처:경향DB)


 미국사회에서 개인주의와 제도·정치적 무관심을 통렬히 비판한 사회학자, 로버트 벨라 교수는 ‘건강한 사회’의 요건으로 참여 민주주의의 확장, 제도의 책무성, 상호의존적 번영, 평화로운 세계를 제시하였다. 참여 민주주의는 주체적 삶의 실현을 향한 주권 행사와 제도적 참여를 포함하며, 제도적 책무성은 사회정책과 제도의 시행에 책임 있는 해명을 요청한다. 상호의존적 번영은 약육강식과 같은 동물세계의 논리, 즉 독점적 착취 관계의 종식와 공존적 발전을 추구하며, 평화로운 세계 건설은 단지 전쟁이 없는 국가의 안보만이 아니며 공권력이나 시장의 횡포에 맞서 인권을 보호하며 갈등을 수용하는 소통 시스템의 확대와도 직결된다. 벨라 교수가 제시하는 건강한 사회는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 “사회적 약자에게 우선적인 관심과 정책을 펼치는 공동선”으로 집약된다. 


2012년말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공동선’을 근본 기준으로 성찰해 보자. 우리 사회에도 건강한 유기체의 역동성으로 생기있게 움직이는가? 한국은 국가 신용도가 높아지고 재벌의 위상은 공고해져 왔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과 높은 자살률은 우리를 암담하게 한다. 인간이 자신의 직업으로서의 소명의식과 노동을 통한 자기 실현을 추구하는 산업 풍토가 아니라 비정규직과 같이 소모품 취급 당하다가 버려지는 정리해고제가 만연해 있다. 이렇듯 공동선이 무너진 사회를 결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참으로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가장 아프고 상처가 깊은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의 자원을 나누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를 맞이하여 우리는 진실로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한 근본 기준을 새롭게 의식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 소중한 세상을 향한 공동선’의 가치이다. 더 이상 해고노동자가 자살하지 않는 사회, 자유무역협정(FTA) 같이 재벌만 살찌우는 시스템이 종식되고 노동자가 인간답게 노동하는 사회, 국가안보의 중차대한 문제는 적대심과 강박적 불안심리가 아니라 공존과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사회로 가려면, 우리 모두가 참여민주주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의 손으로 보다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바라보며 투표하자. 바로 그 이웃의 고통은 우리 모두의 것이며 나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세계화 시대에 무한경쟁과 취업전쟁에서 나 혼자 낙오되지 않으려 불안해 하며 모래알처럼 흩어져 싸우기보다는 보다 더 건강한 사회를 우리 함께 꿈꾸어 보자. 혼자만의 꿈은 백일몽이 될 수 있지만, 우리가 마음의 손을 맞잡고 함께 꾸는 꿈은 우리의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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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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