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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대한 국민 의견 7860건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8월30일 교육과정 시안을 국민참여소통채널에 공개하여 2주간 의견을 수렴한 결과이다. 이 중 도덕(1078건)과 보건(619건)에 많은 의견이 달렸는데, 그 주요 내용은 대부분 성평등, 젠더, 성소수자와 관련한 의견이었다. 

공개된 시안들을 살펴보면 아주 특별한 내용들이 담겨 있지는 않다. 가령 고등학교 보건 과목은 다양한 성 개념과 섹슈얼리티 담론,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대한 지식·이해를 내용으로 하고 있고, 도덕 과목은 평가의 방향으로 ‘특정 집단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고, 이들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중학교 도덕, 보건 과목도 성평등 실현 방안 추론, 성에 대한 편견 극복, 평등·존중·차별·고정관념과 제도 등에 대한 이해를 담고 있다. 이 밖에 사회 과목에는 사회적 소수자 차별, 성 불평등, 다양성에 대한 인식 등의 내용이 있다. 

이와 같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담긴 내용들은 모두 학교 교육에서 당연히 다루어야 할 내용이다. 오히려 국제적 기준과 비교해보면 부족한 지점이 있다 할 것이다. 

유네스코, 유엔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등은 지속적으로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 Education)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고, 이에 따라 성평등,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재생산권, HIV/AIDS 등에 관하여 연령에 따라 적합한 교육과정들을 마련할 것을 권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역시 2020년 한국 정부에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적절히 포괄하여 각 연령에 적합한 성교육을 제공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따라서 교육부가 2015년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보급하며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사례를 돌아보았을 때, 이번 교육과정에서는 관련 내용을 더욱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과 같이 구조적 성차별이 만든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성평등에 대해서도 보다 실질적인 교육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참여소통채널에 달린 의견들은 이러한 개선 지점에 대한 것들이 아니다.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수정할 것, 인권 관련 지도 시 동성애와 임신 중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 것, 사회적 소수자 사례에서 성소수자를 삭제할 것 등이 가장 많이 달린 의견이다. 이는 명백히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에 기반한 의견이며, 포괄적 성교육을 이야기하는 국제적 논의에도 맞지 않는다.

이러한 의견을 내는 이들은 성평등, 다양한 성에 대한 교육이 청소년 가치관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곤 한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있는 다양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지닌 청소년의 존재를 지우는 것이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의 80%가 교사로부터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92%가 다른 학생들로부터 혐오발언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이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도, 성소수자의 존재를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성평등과 다양한 성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 교육 속에서 청소년 성소수자가 겪는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9월28일부터 2022 교육과정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여 이를 수정·보완한 후 연말에 확정할 예정이다. 오승걸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19일 브리핑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교육과정 개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부디 교육부가 이 원칙을 분명히 지키며, 곧 개최될 공청회에서도 혹시 이루어질 혐오발언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길 바란다. 학교가 더 이상 누군가를 배제하는 공간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교육이 차별과 혐오를 생산하는 장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교육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흔들림 없이 성평등으로 나아가는 것이 그 출발일 것이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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