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형제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5형제의 막내”라는 대답을 자연스럽게 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6형제였다. 맨 위 큰형은 필자가 어렸을 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의 일이니까 필자 나이 일곱 살쯤 되었을까.
마당에서 혼자 놀고 있던 어느 날 큰형은 대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왔고 곧바로 수돗가 앞에 쓰러졌다. 입가에서는 거품이 끊이지 않고 흘러 나왔는데, 그렇게 농약 마시고 죽는 것으로 뭔가에 항의하고 싶었겠지만, 어린 나이 때문이었는지 필자는 눈앞에서 목격한 큰형의 죽음에 대해 그 어떤 비극성이나 두려움을 느꼈던 기억이 없다.

오래도록 나를 슬프게 한 기억이 있다면, 관을 묻는 것을 함께 지켜보던 셋째형의 긴 울먹임이었다. 그렇게 죽은 큰형은 나머지 5형제와 배가 달랐다. 큰형의 어머니는 한국전쟁 끄트머리에 아들 하나를 낳고는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새엄마와 동생들 때문에 큰형의 삶이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누구보다도 엄마는 큰형을 감쌌고 동생들도 큰형을 따랐다. 큰형이 죽음을 선택했던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큰형은, 떡방앗간을 운영하는 일로 가정경제를 책임졌던 엄마를 돕기위해 우리 집 식모로 들어온 한 여성을 좋아했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

남북 화해 공존 불가역적 흐름

그걸 반대한 것은 할아버지·할머니였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두 분이 가진 낡은 생각 때문이었다. 경제적으로 무능했던 할아버지가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양반 가문의 혈통을 잇고 있다는 것, 전통 교육을 받아 한문에 능했다는 것뿐이었다.
무능한 남편을 만난 할머니 역시 양반 가문에 시집왔다는 것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었다. 그래서 두 분은 자신들의 초라한 삶에 대한 보상을 과거 시대에나 어울리는 위신과 혈통에 매달려 찾으려 했는데, 그것이 가져온 비극은 당시 우리 가족에서 가장 약자의 위치에 있었던 큰형 몫이 되고 말았다.
결혼을 그렇게 결사반대만 안 했어도 큰형은 물론 다른 사람의 운명도 달라졌을 것이다. 큰 형이 떠오를 때마다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생각이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멀어지는 남북 국방부가 대북심리전 재개를 결정한 가운데 지난 5월 24일 중동부전선 GOP장병들이 확성기를 점검하고 있다(왼쪽). 북에서 추방된 금강산 민간업체 직원들이 4월2일 귀환하고 있다(가운데). 지난 6월 2일 판문각에서 북한 병사가 남측 지역을 경계하고 있다(오른쪽). | 연합뉴스·경향신문자료사진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낡은 생각 때문에 상처받고 희생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위에서 새로이 진취적인 미래를 개척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에서는 그게 쉽지 않은 일 같다. 공동체의 안정과 평화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제대로 된 보수파라면, 민주화와 탈냉전이 가져온 여러 불가역적인 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보수의 미덕은 바로 그런 것이다. 따라서 돌이키기 어려운 변화를 돌이키려 하면서 치러야 하는 갈등의 비용이 얼마나 큰지를 보수파 정권 아래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북한이 식량난 해소와 수해 복구를 위해 도움을 요청한 사실을 통일부가 밝히길 꺼려 며칠간 감추고 있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아마도 그것은 남쪽의 식량 지원이 북한군의 군량미를 늘려줄 뿐이라며 모든 문제를 낡은 이념의 틀로 보는 잘못된 신념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평화협력 기여 때 보수 인정받아

그렇지 않고는 윤리적으로 비난받고 현실적으로도 얻을 게 없는 그 어리석은 일을 하는 데 며칠간 고집을 세울 수가 있었을까.
필자는 세계적 차원의 탈냉전과 그에 병행하는 남북한의 화해 공존은, 글로벌한 차원에서 불가역적 흐름이자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위한 기본 과제이며 동시에 우리 안에서도 이미 강력한 사회적 합의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추진했고 어느 정도 사회 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민주적 성취와 대북정책의 성과를 인정하는 위에서도 얼마든지 보수적 길을 확대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때, 보수파 정권은 사회 평화와 통합에 기여하는 독자적인 업적을 성취할 수 있다고 본다.

보수가 진보를 이기는 방법은 남북한 화해 협력과 평화 공존에 더 유능한 성과를 보일 때이지 다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게 해서 보수도 인정받고 그것의 좋은 효과로 진보도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싶다.

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furryrocks.com 당신은 전체에 서있다면 당신은 파고있어, 당신은 파고를 중지해야합니다 2012.01.11 01:54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alushlife.com 아가 수박 겉 핥기 2012.01.12 18:08
  • 프로필사진 바른 생각 남북은 예측못할 단계에 서있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당장 굶어죽는다 해도 나를 해치려 든다면 누구라도 도와주지 않는다. 오히려 밟아죽일려고 들게다.
    죽어가는 주민들이 안타깝다고 해서 그들만 따로 불러내어 배불리고 영양을 채워줄 길이 없다면 돈 주고 식량주고 도와주어서 뺨맞고 당하기보다는 안타까워도 참는 방법말고는 길이업다. 그것이 불만이고 도무지 견딜수 없는 고통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아는 한가지 방법이 남는 셈이다. 바로 당신이다. 있는 재산 없는 능력 다 동원해서 직접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딱하고 불쌍한 북녘동포들에게 자신의 것을 갖다주고 헌신하면 된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야 행동과 양심이 같이 움직이는 지성인이다. 그러다가 그 식량을 군대에 빼았기거나 북한 당국에 유익한 길만되고 남한 국민들에게 결국 손해를 입히게 된다면 당신은 양심이나 본뜻과 상관없이 남북한 주민들에게 씻을수 없는 죄를 짓는 나쁜인간이 될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기를써서 무조건 제대로 도와야 할것이다. 그만한 자신과 행동을 할 역량이 안되걸랑 비난하는 이야길랑 멈추고 조용히 더 좋은 방법을 연구해 불수도 있을것이다.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빈다.
    2012.05.31 23:39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