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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종북 몰이’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청구한 데 이어 시민사회단체를 강제로 해산할 수 있는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정당 해산의 개념을 확대해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시민단체를 정부가 해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적 기본권인 사상·양심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위헌적 발상이다. 입법이 이뤄지면 진보·개혁적 시민단체의 활동이 위축돼 시민사회의 권력감시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할 공산이 크다. 정권은 눈에 거슬리는 시민들마다 ‘종북’ 딱지를 붙여 재갈을 물리겠다는 건가. 도대체 역사를 어디까지 퇴행시킬 참인가.

새누리당이 정기국회 우선처리를 추진키로 한 법안은 지난 5월 심재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범죄단체의 해산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법원에서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로 판명된 단체에 대해 안전행정부 장관이 해산을 통보하고, 이에 불응하면 강제해산해 재산을 국고에 귀속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실무를 맡았던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해 반국가·이적단체 해산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 단체 해산뿐 아니라 새로운 단체가 다시 생겨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한다. 집권세력 전체가 약속이나 한 듯 손발이 착착 맞아들어가는 모습이다.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증거자료(경향DB)

헌법 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2항은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비판받고 있는 국가보안법조차 반국가·이적단체 강제해산 조항을 두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심재철 의원은 “국가보안법에 이 내용(단체 강제해산)을 담아 개정하자고 하니까 알레르기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 따로 떼어내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충격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 악법인 보안법에도 없는 내용을 ‘우회 입법’으로 기어이 관철하겠다니, 공안통치 기반 강화를 위해서라면 헌법 위반도 불사하겠다는 말인가. “해괴망측한 발상”이라는 야당의 비판이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박근혜 정권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시민적 합의로 만들고 지켜온 소중한 가치들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30여년 만에 내란죄를 부활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50여년 동안 법전에 잠자던 정당해산심판 조항의 먼지를 털어 통합진보당을 내치는 무기로 활용했다. 이제는 정당을 넘어 시민사회까지 입맛대로 ‘재구성’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주권자를 우습게 보아서는 안된다. 피와 땀으로 이뤄낸 한국 민주주의의 성과를 무로 돌리려는 시도가 계속된다면 국민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여당은 ‘범죄단체의 해산 등에 관한 법률안’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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