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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 전 감사원장이 임기를 1년7개월 앞두고 사퇴한 배경으로 거론된 청와대 인사 개입의 실체를 확인시키는 증언이 나왔다. 청와대가 새누리당 대통령선거대책위 정치쇄신특위 위원과 대통령직인수위 정무분과 위원을 지낸 장훈 중앙대 교수의 감사원 감사위원 제청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어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청와대에서 장훈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검토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임기 보장’을 약속했던 양건 감사원장이 돌연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면서, 청와대의 무리한 인사 개입이 주된 이유로 거론된 터였다.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장훈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제청해달라는 청와대의 요구를 거절한 게 양 전 감사원장이 사실상 경질된 사유라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으나, 김영호 사무총장의 증언은 이를 사실로 확인시켜줬다. 청와대가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 요건인 감사원의 감사위원 선임에 개입한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처사다. 더욱이 독립성을 훼손할 만한 부적격 인사를 감사위원으로 추진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선 캠프 출신인 은진수 감사위원을 임명함으로써 감사원의 독립성이 크게 흔들렸다. 은 감사위원이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된 뒤 감사위원 선임의 쇄신 방안이 마련됐을 만큼 폐해가 막심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대선 캠프 출신을 감사위원으로 찍어 내려보내려 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감사위원 제청 요구를 거절한 감사원장을 사퇴시키면서 감사원 독립성에 큰 오점을 남겼다. 게다가 청와대는 양건 전 감사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으로 제기된 인사 갈등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거짓으로 국면을 호도했다. 관련 경위와 책임이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안경매만지는 양건감사원장 (출처 :경향DB)


국가의 회계 집행 감사,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직무감찰이라는 임무에 비춰 고도의 독립성은 감사원의 생명이다. 국가 기관에 대한 감사가 독립적으로 수행되는지는 민주국가의 핵심 요소다. 박근혜 정부는 감사원의 독립성을 무시하고, 감사원을 통치에 이용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감사원이 정부 회계 감사와 공직사회 직무감찰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충실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상실한 채 감사원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다면, 민주국가의 버팀목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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