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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촉법 개정안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인과 합작할 경우 지분의 50%만 갖고도 증손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SK그룹과 GS그룹은 증손회사 규정 완화를 전제로 일본 기업과 합작해 총 2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와 여당에서는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소수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개정안으로 외국인 투자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이를 무기로 정부에 입법을 강요한 ‘배째라식’ 방법으로 법을 무시했다”고 맞서고 있다.

 

■ 외국인 투자 규제 푼 것… 합작회사 통한 경제 활성화 기대

1월1일 오전 국회는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합작투자를 허용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지분이 합자회사 전체의 50% 이상이고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합자회사 전체의 30% 이상일 때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외국인과 함께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최근 우리나라는 해외로 나가는 해외 직접투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직접투자는 정체되고 있다. 이것은 국내의 기업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을 늘리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국내외 기업투자를 증대시키는 기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규제의 증가, 노사관계의 악화, 반기업 정서의 팽배나 임금 경쟁력의 상대적 저하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국내의 설비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해외로 나가는 기업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외국인 직접투자 촉진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는 선진국에는 없는 지주회사 규제가 많았다. 증손회사 보유에 대한 규제도 역시 유럽·미국·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다.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보유 규제로 합작 증손회사 설립을 통한 투자 유치가 불가능했고 손자회사 단계에서 전략적 제휴를 통한 지주회사의 경쟁력 강화가 어려웠다. 이번에 이러한 증손회사 보유 규제를 푼 것은 지주회사의 합작투자를 통한 경쟁력 향상이나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를 위해 다행한 일이다.

더구나 이번에 통과된 법에서는 일반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합자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외국인 투자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산업자원부 장관은 손자회사와의 사업 관련성 및 합작주체로서의 적절성 여부 등에 대해 공정위의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순환출자를 통한 문어발식 투자 등 경제력 집중 심화를 억제하는 사전적인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외촉법 통과로 몇 가지 긍정적인 경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법 개정으로 당장 SK와 GS가 외국인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는 지주회사 형태의 중견·대기업들의 합작기업 설립도 가능해지는 효과가 있다. 외투합작 허용은 모든 손자회사에 적용되므로 기회만 주어지면 290여개 중견기업 등 손자회사 모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한 언론 조사에 따르면 이번 법 개정으로 장단기에 걸쳐 외국기업과의 합작투자를 고려하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 규제로 합작투자 자체를 검토하지 않았던 지주회사 형태의 중견·대기업들이 외촉법 통과로 합작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둘째로 외국인 투자를 통한 합자회사 설립으로 고용이나 매출 증가 등 긍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외촉법 통과로 SK종합화학과 SK루브리컨츠가 각각 일본 JX에너지와 9600억원, 3100억원의 파라자일렌 생산공장 합작투자를, GS칼텍스 역시 일본 다이요오일·쇼와셀과 1조원 규모의 파라자일렌 합작투자가 가능해졌다. 이 같은 투자는 정부 발표에 따르면 연간 1만4000명의 직접 및 간접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투자된 석유화학공장이 완공되면 5조8000억원의 연간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로 이번 법 통과로 여수·울산 등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까지 외국인 직접투자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이번 외국인 직접투자는 울산·여수 등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 외국인 투자라는 게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의 파라자일렌 사업 합작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중국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것은 중국 내 파라자일렌 시장을 우리나라 석유화학업계가 선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합작투자 기회를 상실했다면 일본과 중국의 합작투자나 중국의 자급화로 우리 경제는 투자, 일자리 상실 및 산업 고도화 기회까지 상실할 뻔했다.

우리나라 경제는 기로에 서 있다. 향후 빠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국내의 기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아일랜드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고용창출과 임금안정을 꾀하는 한편 법인세 대폭 인하를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인했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조차도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글로벌화된 경제환경에서 국내외 기업들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을 담보할 국내외 투자가 더욱 촉진되고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병기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통과 (경향DB)

■ 재벌 ‘밀어붙이기’에 정부·여당 동조… 합리적 논의 사라져

정책에 대한 판단을 하다보면 찬반의견을 명확히 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번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이 그런 사안이었다. 외국인투자를 쉽게 해주기 위해 법을 바꾸는 것이 좋을지, 가능하다면 법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지…. 그런데 이번 외촉법 개정은 법 자체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입법 논의과정, 즉 민주적 절차 무시와 과거로의 회귀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하는 과정이었다. 공정거래법에 지주회사 제도라는 것이 있는데, 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만들어지면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규정한 이유는 출자단계가 내려갈수록 지주회사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회사를 쉽게 지배하고 재벌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지주회사 체제인 SK그룹과 GS그룹이 각각 일본기업과 합작으로 파라자일렌을 만드는 화학회사를 증손회사로 만들려고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즉 설립할 회사가 증손회사이므로 손자회사가 100%를 출자해야 하지만 합작회사라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에 두 재벌은 법을 개정해달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 엄연히 존재하는 공정거래법을 어길 것이니 법을 바꿔달라는 것이다. 재벌이기에 가능한 해결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법 위에 군림하려는 재벌을 혼내지는 못할망정 주저하지 않고 법을 회피할 수단을 모색했다. 그 결과 공정거래법의 예외규정을 외촉법에 두게 했다. 세상에 이런 막무가내식 법이 어디 있을까?

문제는 결과만이 아니라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이다. 첫째, SK그룹과 GS그룹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외국기업과 합작을 추진했다. 두 그룹은 증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 형태로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었을 텐데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둘째, SK그룹은 합작 추진뿐만 아니라 아예 2012년부터 공장 건설을 진행해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이를 무기로 정부를 더 압박했다. 속된 말로 “배째라”식의 방법으로 법을 무시했다.

셋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와 1만4000여명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언급하며 외촉법을 처리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런데 투자금액 중 외국인 투자금액은 1조원가량으로 절반 수준이고, 야당에서는 고용창출 효과 역시 합작회사가 장치산업이라 직접 고용은 수십명에 불과하고 공장건설 등 일시적인 고용과 간접고용까지 감안해도 정부 주장보다 터무니없이 적다고 주장해 논란이 큰 상황이었다. 즉 정부가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정책판단을 하거나 국회를 설득하기보다는 경제효과를 부풀려 제대로 된 논의조차 회피했다.

넷째, 야당은 진작부터 외촉법이 아닌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장했다. 막무가내식 법 개정이 아닌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 등까지 고려해 제대로 된 입법논의를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오로지 청와대의 재촉에 목을 맬 뿐 법적 정합성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나마 지주회사의 합작투자에 대해 공정위의 사전심의를 받도록 하긴 했지만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누구도 이번 외국인 투자를 반대한 사람은 없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 공정거래법을 지킬 수 있으면 지키고, 정말 법에 문제가 있다면 정확한 정보와 효과에 근거해 민주적 절차를 통해 개정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재벌이 보여준 행태는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그 장단에 춤추고, 문제를 치유하기보다는 일시 봉합하는 꼴이었다.

이번 외촉법 개정 과정은 매우 안 좋은 징조를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도 밀면 밀린다’는 것을 재벌들이 깨닫게 해 준 것이다. 정권 초기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 기조하에 세무조사나 검찰수사, 일감몰아주기 입법 등 재벌개혁을 할 것으로 보였다. 이에 재벌은 정부의 눈치를 봐가며 정부정책에 호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재벌은 이번에 정부가 밀리는 모습을 지켜봤고, 앞으로 남은 4년간 정부에 끌려다니기보다 정부를 끌고 갈 포석을 만들 것이고, 그리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며칠 전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는 고사하고 그런 의미의 언질조차 나오지 않았다. 오로지 창조경제만이 남았다. 하지만 경제생태계의 질서가 바로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을 통한 창조경제는 이뤄질 수 없다.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낙수효과는 기대할 수 없으며, 정부가 아무리 고용과 중소기업에 돈을 쏟아 부어도 이는 대기업에 흘러가는 역류효과만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재벌과의 관계설정 변화와 경제 민주화 공약 폐기는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고 사회적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제 집권 1년이 지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 진보정권에서도 못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바라지 않는다. 앞으로 4년, 대통령도 누누이 강조하는 약속과 원칙이 지켜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채이배 |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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