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프로파일링 교과서’는 1487년 독일의 가톨릭 신부 하인리히 크레이머와 자콥 스프렝거가 출간한 <마녀 망치(Malleus Maleficarum)>라고 할 수 있다. 주술이나 마술을 믿는 민속 신앙은 있지만 실제 ‘마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수사관들과 판사들이 마녀를 쉽게 구분하고 취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쓴 책이다. 악마에게 몸을 바친 대가로 마법의 힘을 얻고, 아기를 살해하고 인육을 먹으며 남성의 성기를 절단해 소유하는 ‘마녀’가 실제로 있다고 주장하는 <마녀 망치>는 구체적인 ‘마녀 식별법’, 즉 ‘마녀 프로파일링’을 제시한다. “혼자 살고, 성격이 강하며, 관습을 잘 따르지 않고, 여성스럽지 않고, 몸에 악마의 흔적인 문신이나 흉터가 있으며, 조사나 취조를 당해도 울지 않는다”면 일단 마녀로 의심해야 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가혹한 고문을 가해 자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마녀 망치>는 주장한다.

<마녀 망치>는 1490년 교황청, 그리고 1538년 종교재판 본부에서 ‘오류’라는 공식 비난 입장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에 힘입어 182년간 총 36번의 개정판을 찍어 내며 유럽 전역에 배포되었다. 중세 유럽에서 <마녀 망치>의 엉터리 프로파일링은 숱한 여성들을 가혹한 고문과 끔찍한 화형 혹은 참수의 형장으로 내몰았다. <마녀 망치> 득세의 이면에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묵인하고 방조한 교회와 세속 권력이 도사리고 있었다. 기나긴 십자군전쟁의 패배로 혼란과 분열, 왕권에 대한 불만과 불신에 휩싸인 유럽 사회의 위기를 타개할 ‘희생양’이 필요했던 권력, 그리고 종교개혁의 열풍과 극심한 갈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대를 ‘신앙의 적’으로 몰아갈 필요성이 있었던 교회가 그들이다. 하지만 중세의 몰락과 함께 폐기된 줄 알았던 ‘마녀 망치’는 히틀러 나치의 ‘우생학’, 일제의 ‘불령선인’, 미국 자경단 KKK, 그리고 용공몰이 ‘매카시즘’, 구소련 지역과 아프리카 등에서 벌어진 인종학살 등 근현대에도 변장과 성형을 거쳐 발호, 암약, 득세하고 있다.

중세 마녀사냥에 의해 잡혀온 여성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 (출처: 경향DB)


그동안 대한민국은 ‘종북 몰이’라는 마녀사냥이 정상적인 정치 절차를 방해하고, 민심을 왜곡하고, 사회를 분열시켜 극심한 적대감과 대결의 광란으로 내몰았다. 무수한 사람들이 ‘종북’이라는 ‘현대판 마녀’로 몰려 고통받고 피해입고 매장당했다.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 유우성씨가 가장 최근 사례일 것이다. 그를 간첩으로 몰았던 국정원과 검찰이 사용한 ‘마녀 망치’는 합리적,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미신적 확신’이었다. 고문과 조작을 통해 여동생과 다른 탈북자들의 진술을 거짓으로 확보하고, 중국의 출입경기록과 그 기록에 대한 확인서까지 조작, 위조해 법정에 제출했던 국정원과 검찰. 그들 중 일부는 여전히 “증거 위조는 했지만, 유우성씨는 간첩이라고 확신한다”는 섬뜩한 주장을 내뱉고 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방송에 출연하는 인사들, 인터넷에 글을 올려대는 시민들까지 여전히 마녀사냥에 열중이다. 그 피해자가 겪어야 할 회복될 수 없는 고통과 피해에는 전혀 관심도 이해도 공감도 하지 못하는 그들이 오히려 중세의 마녀사냥꾼들과 히틀러 나치, 일제 순사와 헌병과 731부대 연구자들처럼 ‘살아있는 악마’들이 아닐까? 사법부가 ‘근거없이 종북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범죄’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가 좋아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종북’, 그러므로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면 종북’이라는 해괴한 ‘마녀 망치’를 휘두르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마녀 망치’를 휘두르는 이들의 배경에는 중세처럼, ‘집권세력의 정치적 이익’이 도사리고 있는 듯하다. 위기에 몰린 국정원과 집권세력, 치졸한 마녀사냥을 멈추고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과 사죄, 진정한 개혁으로 정정당당하게 국민 앞에 나서라.


표창원 | 범죄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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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