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마흔두번째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묘지의 정문인 ‘민주의문’으로 유가족과 함께 걸어서 입장했다. 보수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이 문을 통과한 것이다. 앞서 이날 아침 윤 대통령은 KTX특별열차편으로 장관, 대통령실 참모진, 국민의힘 의원 100여명과 함께 광주에 도착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인사들이 모두 기념식에 참석해 오월정신을 기렸다. 마지막에는 모두가 맞잡은 손을 함께 흔들거나 불끈 쥔 주먹을 들어올리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모처럼 마음을 하나로 모은 행사였다. 그동안 보수 대통령에게 5·18기념식 참석은 풀기 어려운 난제였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5·18정신을 국가 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밝혔고, 박근혜 대통령은 20..
오래전 정부 부처들 사이에도 계급이 있다는 농담조 ‘부처 분류법’을 들은 적이 있다. 내용인즉슨, 자기 조직의 수장도 못 내는 부처가 맨 아래에 있고, 그 위로 자기네 조직의 수장 정도는 내는 부처, 그리고 그것을 넘어 남의 부처에 장까지 내는 부처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뇌리에 남은 것을 보면 이 분류법에 꽤나 공감했던 모양이다. 그 공직자는 첫번째 부류의 대표로는 교육부를, 그리고 마지막 끗발 있는 부처로는 법무부와 국방부를 꼽았다. 국방부를 예로 든 것으로 볼 때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끝난 지 아주 오래되지는 않았던 시기인 듯싶다. 5·6공화국의 군인 출신 대통령 시절에는 청와대와 내각 요직에 군인들이 안 가는 곳이 없었다. 군인과 연결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보건사회부(보건복지부)나..

아기는 태어날 때 왜 우는 것일까? 엄마 뱃속에서 양수에 둘러싸여 탯줄로 산소를 공급받다가 갑자기 자신의 입과 폐로 호흡을 해야 하는 변화 때문에 운다는 설명이 일반적이다. 눈과 귀로 쏟아져 들어오는 밝은 빛과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서 우는 것이라는 말도 그럴 법하다. 그런데 연암 박지원은 마음이 시원해서 우는 것이라고 했다. 좁고 캄캄한 엄마 뱃속에서 답답하게 웅크리고 지내다가 넓고 환한 세상에 나온 것이 하도 시원해서 참된 소리를 마음껏 지르는 것이다. 박지원은 사신단의 일원으로 중국에 가다가 처음 요동 벌판을 마주하고서 “아! 울기 좋은 자리로구나!”라고 소리를 질렀다. 별안간 울고 싶다는 말에 일행이 그 까닭을 묻자, 박지원은 울음의 철학을 펼친다. 사람은 슬플 때만 우는 게 아니다. 기쁨, 분노,..
존경하는 대한민국 국민,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함께해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제게 위임해주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오랜 기간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적·경제적 고통과 기후, 식량, 에너지 등 다양한 위기가 지구촌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가 간 분쟁은 전쟁으로까지 번지는 최악의 상황이 되었으며, 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자산 양극화의 심화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현안들의 궁극적 해결은 지혜로운 정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약용 선생은 정치란 바르게 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백성이 기울지 않고 고르게 살도록 하는 것이 정치라 했습니다. 정직과 청렴을..

한국과 일본의 노동시장 연공서열제는 문제이지만, 나는 모든 이들이 나이와 무관하게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연령은 계급, 젠더와 함께 중요한 사회 구성 요소로, 모든 분야가 노소(老少)에 따른 ‘우선권’을 둘러싼 정치경제학의 전쟁터다. 나이는 다른 사회 구조와 다르게 ‘어려도’ ‘어중간해도’ ‘늙어도’ 맥락에 따라 차별받는다. 이처럼 연령주의는 간단한 주제는 아니지만, 논외는 있다. 사람들이 “그만큼 해(처)먹었으면 됐지”라고 지칭하는 이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평생을 양지에서 “국가를 위해 봉사”해온 사람들은 그만 일해도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가 대표적이다. 물론 공직자로서 그의 부적절성은 나이(1949년생)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은 이제 쉬거나 다른 방식으로 공동체..
지난 7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민심은 천심이다’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윤석열 정부를 비난했는데, 보도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북남관계 개선은 온 겨레가 바라는 대의이며 북과 남의 화해와 단합을 소망하는 8000만 민족의 열렬한 총의”라며 “북남선언들을 존중하고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은 온 겨레의 기대와 염원에 부응하는 길이지만 북남선언을 거부하는 것은 민족의 대의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했다. 이는 북한이 자기의 존재를 인식해 달라는 표현이기도 하다. 올해도 여전히 미국과 북한 관계는 서로 각자의 주장만 반복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때와 마찬가지로 북·미관계를 핵문제로 몰고 가고 있다. 즉 추가 제재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대북 제재가 지..

자신들에게 헌신한 이를 위해 옛사람들은 비석을 세웠다. 큰 돌을 정성스레 다듬어 천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도록 그의 공과 덕을 깊게 새겼다. 아예 쇠로 만들기도 했다. 그 공덕비·선정비에는 영원히 잊지 않겠다며 불망(不忘)이란 글자를 넣는다. 가짜 불망비도 많지만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결국 깨지거나 땅에 묻힌다. 불망비의 무게는 그렇게 무겁다.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코로나19 사태 속에 국내외적으로 K방역 상징이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7일 물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백경란 성균관대 교수를 질병관리청장에 임명하면서다. 정 청장은 이날 각 부서를 돌며 직원들을 만난 뒤 조용히 떠났다. 바이러스와의 ‘총성 없는 전쟁’에서 질병관리청장으로 1년8개월, 질병관리본부장직까지 합하면 4년10개월 만이다. 방..

여느 봄꽃에 비해 긴 시간에 걸쳐 화려한 꽃을 피우는 철쭉은 사람살이 곁에서 살아온 낮은 키의 나무다. 그런 철쭉의 생육 사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철쭉은 뜻밖에도 사람의 마을과 떨어진 숲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자리 잡은 경북 봉화군 우구치리 옥석산 정상 조금 못 미친 숲에 있는 ‘봉화 우구치리 철쭉’이 그 주인공이다. 사람살이를 피해 깊은 숲에서 돌보는 이 없이 긴 세월을 도도하게 살아온 우리나라 최고령 철쭉이다. 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흔히 ‘오백오십년 철쭉’이라고 부른다. 이례적으로 오래된 철쭉임을 강조한 이름이다. 나무를 만나려면 진달래 군락이 터널을 이룬 숲길로 이어진 2㎞ 남짓의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야 한다. 나무로 가는 길에는 이정표도 있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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