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청년과 주식이란 단어를 같이 쓰는 글을 자주 본다. 아마 비트코인 가격 폭등 때부터였을 거다. 각종 코인을 포함해 청년 세대가 주식 투자 등을 자본증식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빚내서 투자한다’는 뜻의 ‘빚투’라는 단어엔 그런 우려의 시선이 담겨 있다. 위험한 투자를 즐기는 청년들의 자본증식 방식과 소비패턴이 걱정될 만도 하다. 물론 나에게도 주식 투자는 남의 일이다. 돈이 돈을 벌고, 내 자산의 정도가 성과의 크기를 결정하는 생산(?) 방식은 어쩐지 싫다. 하지만 주변의 주식에 투자하는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그들의 주식 투자는 세간의 우려처럼 ‘위험한’ 외줄 타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내가 공부한 만큼 벌 수 있어서..

목욕 후 거울 앞에 서 있는 낯선 나를 보았습니다. 헬스장도 못 가고 집에만 있으니 늘어나는 것은 식탐과 몸무게뿐입니다. 마스크 쓰면 숨차서 힘들다는 핑계로 운동도 안 하니 그나마 붙어 있던 근육들은 살이 되어 출렁출렁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흘러내리는 살에 충격받아 큰맘 먹고 운동하러 나가보지만, 엄청난 추위와 미끄러운 눈길, 입김으로 가려져 뿌옇게 된 안경, 답답한 마스크 이 모든 것들을 핑계로 금방 집으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흘러내리는 살들을 부여잡고 다시 예전처럼 마음껏 숨 쉬며 땀 흘리며 소리치며 달려보고 싶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생각그림]최신 글 더 보기

고위공직자를 선임할 때 언론이 소홀히 하는 것이 성향 분석이다. ‘하마평’에 단골로 등장하는 내용은 ‘마당발’ ‘두주불사’ 등 생활 태도나 학연·지연 등 인맥에 관한 것들이다. 인사청문회 때는 도덕성 검증에 몰두한다. 정파 언론이 반대 정파 후보를 낙마시키는 데는 도덕성 검증이 제일 잘 먹히기 때문이다. 정작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공직자의 정치 성향과 정책 지향인데 언론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은 집권세력 관점에서는 ‘인사 참사’에 해당하는데, 원인은 지독한 검찰주의자인 그의 성향을 꿰뚫어보지 못한 데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사면론을 치고 나오자 당원과 의원 상당수가 배신감을 토로했는데 나는 그게 의아하다. 그는 원래 보수성향 인물인데 압도적 표차의 대표..

입시에 내몰린 시절이 있었다. 오갈 데 없어 더러 일요일에도 가던 고등학교. 부산 서면 근처 시외버스정류장을 지나칠 때면 공부고 뭐고 다 접고 구포 넘어 그 어디로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에 발등이 마구 들썩거렸다. 돌아올 차비가 없는 빈 호주머니에 손을 꽂으며, 나중에 우리나라 모든 읍(邑)에서 하룻밤을 자리라! 퍽 돌발적인 결심을 했더랬다. 어느새 시시한 어른이 되었지만 까맣게 잊었다가 꽃산행을 다니면서 낯선 고장의 이름들이 새삼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흩어진 산을 섭렵할 때 충청의 배꼽 같은 곳을 찾는 날도 있었다.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이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다는 뜻의 문경(聞慶). 그 근처의 주흘산 부봉(釜峰)을 오를 땐 부산(釜山) 생각을 많이 했다. 과연 부봉도 가마솥을 엎어놓은 형상이었다. 햇..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8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가 처음 마주 앉은 지난달 29일부터 세면 불과 11일 만이다. 2018년에도 그랬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는 묵묵부답이었다. 12월11일 김용균씨 사망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뒤늦게 의욕을 보인 환노위는 불과 2주 만에 5차례 법안소위를 열어 개정안을 ‘김용균법’이라는 이름을 붙여 통과시켰다. 16일 만이었다. 정치권이 여론에 ‘등 떠밀려’ 속전속결로 나서는 패턴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노동계·시민사회 요구로 발의된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에 밀려 내내 후순위였다. 물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차례 넘게 ..
학대받다가 죽음에 이른 정인이 가해자인 양부모는 ‘기독교인’ 성찰하지 않는 종교는 허위의식 아이들 얼굴에 ‘표정’을 돌려주자 함석헌 선생은 우리가 세상에 온 것은 참얼굴 하나 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 얼굴만 보면 세상을 잊고, 나를 잊게 되는 얼굴. 그 얼굴만 대하면 가슴이 큰 바다 같아지고, 남을 위해주고 싶은 마음이 파도처럼 일어나는 얼굴, 마주 앉아 그저 바라보고 싶은 얼굴 말이다. 때로는 햇빛처럼 환하게 빛나고, 풍랑 속에서도 태산처럼 평안히 잠이 들고, 세상의 온갖 아픔을 짊어진 듯 통곡할 줄도 아는 얼굴이야말로 참사람의 얼굴이 아니던가. 신산스러운 삶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들끓던 욕망이 잦아들어 담담함에 이른 얼굴과 마주칠 때가 있다. 세월이 그의 얼굴에 새겨놓은 흔적을 바라보며 우리는 안..
지방대 사회학과 졸업 후 기자를 꿈꾸며 상경해 5년 넘게 인턴과 계약직을 전전하던 오수연은 ‘매일한국’ 인턴으로 입사한다. 정규직이 되고 싶다는 지극히 평범한 그의 꿈이 깨진 건 “허접한 지방대 출신”을 팀원으로 들이지 않겠다는 편집국장의 의지 때문이었다. 동료 인턴들보다 월등한 실력을 가졌음에도 그를 탈락시키라는 편집국장 말을 우연히 듣게 된 오수연은 그날, 매일한국 홈페이지에 부고 기사 형태로 자신의 유서를 발행한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청년 인턴 오수연의 죽음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인턴기자 자살’ 소식이 실시간 검색에 오르고, 추모 물결이 이어진다. JTBC 드라마 이야기다. 그의 죽음은 ‘기레기’라 자조하며 살던 한준혁 기자를 각성하게 한다. 그러나 변한 것은 없었다. 장례식장..
새해 1월1일 0시, SNS에 새 메시지가 떴다. 거리 두기로 취소된 보신각 타종행사 대신 한강 위에서 펼쳐지는 드론쇼를 보고 있던 참이었다. 누군가 새해 인사를 정시에 맞춰서 하는구나, 생각하면서 휴대폰을 여니 한 청년 기후활동가로부터 연대서명을 촉구하는 선언문이 도착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 활동하는 그는 한국이 베트남에 짓는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반대운동을 한다. “국내외로부터 수많은 비판과 철회 요구가 있었음에도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은 추진되고 있고, 2021년에는 첫 삽을 뜨게 됩니다. 이를 방조하는 한국이라는 국가가 부끄럽습니다. 2050 탄소중립과 그린뉴딜을 추진하며 모순적인 행보를 보인 기후악당 한국정부, 말로만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붕앙-2에 참여한 ‘탄소오적’, 한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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