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의 봄은 늦게 찾아온다. 천지의 얼음은 6월이 되어야 풀린다. 계곡에 쌓인 눈이 다 녹으려면 7월이 되어야 한다. 눈이 녹으면서 나무는 움을 틔우고, 풀은 꽃을 피운다. 괭이눈풀, 매발톱꽃, 용담화, 양지꽃, 금련화, 연미붓꽃, 단풍터리풀…. 이름도 생소한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여로, 패모, 족도리풀, 생열귀나무 등 약용식물도 적지 않다.

백두산은 동북아시아 최대의 생물 보고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생물보호지역이기도 하다. 백두산의 자생 식물은 2000여종. 이 중 야생화는 500종을 헤아린다. 백두산에서 야생화 최대 군락지는 서파(西坡·서백두)의 고산화원이다. 야생화가 만개하면, 4만평에 달하는 고산화원은 형형색색의 꽃동산으로 변한다. 야생화는 백두산의 또 하나의 명물이 되었다. 중국 정부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2008년 창바이산 공항을 연 데 이어 매년 백두산 야생화 축제를 열고 있다.

2018년 7월 7일 북한 단동지역에서 바라본 중국과 북한을 잇는 압록강 수풍댐 하류 인근 북한 지역.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단둥과 마주한 북한 신의주, 의주군, 삭주군, 창성군은 강폭에 따라 서로 개짖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다. 수풍댐 인근 북한 마을의 전경이다. 강가에는 뗏목을 거두는 녹슨 장비가 설치돼 있다. 김일성 주석 3대의 이름이 들어간 구호가 산록에 보인다. 이준헌 기자

얼마 전만 해도 백두산 등산 하면, 북파(北坡·북백두) 산행을 일컬었다. 천문봉에 올라 천지를 굽어보고, 장백폭포와 지하삼림을 구경하는 게 주요 코스였다. 그러나 백두산 야생화가 소문이 나면서 서파 산행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고산화원의 야생화 코스는 백두산 트레킹의 백미로 꼽힌다. 백두산에 오르는 길은 크게 북파, 서파, 남파, 동파 등 4군데다. 이 가운데 북·서·남파는 중국 영토이고, 동파는 북한 땅이다.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여행자가 백두산에 오르려면 중국 코스를 이용해야 한다. 백두산 트레킹은 서파 등 일부 코스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백두산 트레킹은 아직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

북한이 외국인에게 처음으로 백두산 트레킹을 허가했다는 소식이다. 지난주 호주와 노르웨이인 4명이 개마고원을 하이킹하고 천지에도 올랐다고 한다. 정해진 코스에서 벗어나 걷는 ‘오프로드 트레킹’은 물론 캠핑까지 허가를 받았다고 하니, 중국 땅을 이용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게 오래된 꿈이라고 말했다. 어찌 문 대통령 혼자만의 꿈이겠는가. 국민 누구나 북녘 땅을 밟고 백두산을 트레킹하는 날을 고대할 것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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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이 발표됐다. 핵심은 수능 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대학에 권고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교육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책 실험이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특히 대학입시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공정성과 신뢰성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내용 중에서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중장기 고교교육 혁신 방안이다. 우리의 관심을 아이들의 미래, 교육의 미래로 돌릴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 등 교육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함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제 입시 위주의 경쟁적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교육, 개별 학생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 보다 유연한 교육체제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고교학점제 도입의 구체적 로드맵이다.

고교학점제는 현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공약이다. 지난해 11월에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추진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발표한 후 연구·선도학교를 지정해 운영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진로 희망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개별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함으로써 학생의 잠재력을 구현하고, 수업·프로젝트 수업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을 활성화하는 제도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취지는 좋지만 고교 내신 평가 개선, 대입제도와의 연계가 전제되지 않는 한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고교학점제 로드맵은 여러 측면에서 기대감을 높여준다. 학생의 선택권을 고려한 수능 과목 구조 개편, 진로선택과목에 대한 절대평가 등의 계획을 담아, 고교학점제를 실행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 등을 지원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하는 한편, 단계적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교육 현장이 변화하고 대응할 시간을 거쳐 2025년에 본격 시행됨을 예고한 것이다.

고교학점제를 중심으로 미래에 대비하는 유연한 교육제도를 마련하려면 좀 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혁신의 빅 픽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학교제도를 더욱 유연화하는 것과 함께 교사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 지식의 전달자에서 학습의 멘토나 코디네이터로서 교사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원 양성, 임용·연수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교사의 업무 경감과 학교 문화 개선도 이루어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학생의 고교 교육과정 이수 경로와 학습 경험이 대학 입학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도록 하는 대입제도의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현장에 정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암기위주 교육,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는 상대평가에 매몰된 학교 현장을 정상화할 기폭제가 될 정책임에는 분명하다.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한 고교체제 개편 정책과 맞물려, 학교 유형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학생의 적성과 소질을 살리는 교육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제영 | 이화여대 교수 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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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드나드는 인터넷 카페는 봄부터 시끄러웠다. 카페를 뜨겁게 달군 이슈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화단 수호’다. 공동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화단을 조성하자거나,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주민이 함께 화단을 일구자는 아름다운 얘기일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화단을 지키자고 나선 이들은 옆 단지 아파트와 우리 아파트 사이에 길게 놓인 화단을 옆 단지 주민들이 멋대로 오가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옆 단지 주민들이 지하철역을 쉽게 갈 요량으로 화단을 밟고 지나다닌다면서 화단에 울타리를 쳐서 넘나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에 일부는 과한 처사라고 반대했다. 한 주민은 자신은 옆 단지 쪽에 있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데리고 오갈 때 어쩔 수 없이 화단을 넘게 된다면서 화단에 길을 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의 제안은 묵살당했다. ‘화단 수호자’ 중 한 사람이 우리 아파트에서 그 유치원을 갈 때 화단을 지나지 않고 에돌아가는 길의 거리와 화단을 지나서 가는 길의 거리를 직접 측정해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줬다. 참으로 적극적인 그는 단호했다. 옆 단지 주민들을 저지하려면 우리 주민들도 불편을 감수하라는 것이다.

화단 수호자들의 목소리가 커서 이웃 공동체를 얘기하는 평화주의자들이나, 화단이라고는 하지만 풀밭이라서 밟고 다녀도 괜찮지 않겠냐는 자유주의자들이 설 자리는 없었다. 서울 어느 지역에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놀이터에 외부에 사는 아이들이 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쳤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인간들의 이기심에 혀를 찼는데, 우리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도 그에 못지않았다.

화단 수호자들이 그토록 아끼는 화단은 여름이 지나면서 들풀이 어린아이 키만큼 자라서 그 틈으로 사람이 오갔는지 표도 나지 않는다. 나는 슈퍼마켓에 갈 적마다 하얀 개망초로 뒤덮인 화단을 넘는다. 개망초의 꽃말은 ‘화해’다. 어디든 흔히 피는 꽃에 이런 꽃말을 붙인 이는 언제든 나와 타자를 구분해 경계를 짓고 싸울 태세를 갖추는 인간 세상을 꿰뚫어 보았을지 모른다. 가을에는 개망초가 핀 화단에 큰 돌 몇 개 박아 길을 내면 좋겠다.

<김해원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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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공정위만 갖고 있던 전속고발권을 부분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제도 개선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중대한 담합행위(경성 담합)에 해당하는 가격담합을 포함한 공급제한·시장분할·입찰 담합에 대해 전속고발제가 폐지된다. 지금은 공정거래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 앞으로는 누구나 자유롭게 중대 담합사실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그동안 공정위는 “전속고발제 폐지가 고발의 남용을 불러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일리가 아주 없지는 않은 주장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독점 권한이 초래하는 폐해가 너무 컸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틀어쥐고 재벌이나 강자의 편에서 담합행위를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처리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의 4대강사업 담합사실이 드러났는데도 3년 가까이 묵혀두다가 뒤늦게 처리한 적도 있다. 그마저도 건설업체들이 거둔 이익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의 벌금을 명령해 ‘솜방망이 처벌’로 지탄받았다.

겉으로 드러난 사례 외에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 자체를 박탈하고 그것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 사례는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같이 불공정한 행태가 활개칠 수 있던 배경에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버티고 있다. 검찰이 개입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투명하고 객관적인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다. 공정위가 수사기관의 개입을 차단하고, 담합 관련 조사를 독점하면서 ‘담합업체 봐주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 출신 직원의 로펌 영입이 잦은 이유가 이런 ‘검은 커넥션’과 무관하다고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전속고발제 폐지에 따른 우려도 없는 건 아니다. 당장 기업에서는 고소·고발 남발로 영업활동이 위축될 것을 걱정한다. 담합사건의 절반 이상이 내부자 고발에 의해 드러나는 특성에 견주어 고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가 “중대한 담합 이외에는 전속고발제도를 현행처럼 유지하겠다”고 하니 큰 문제가 안될 듯하다. 물론 도입단계에서는 불편함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공정위가 38년간 누리던 독점이 깨지고 담합사건에 대한 조사나 수사가 활발해질 것이다. 담합이 사라지고 공정한 경쟁의 룰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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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퇴임하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김창종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석태 변호사와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가 지명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1일 새 헌법재판관으로 두 사람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대표적 인권변호사인 이 변호사가 최종 임명되면 헌재 사상 처음 판검사 경력이 없는 헌법재판관으로 기록된다. 이 수석부장판사는 임명될 경우 기존 이선애 재판관과 함께 ‘여성 헌법재판관 2인’ 시대를 열게 된다. 헌재 사상 복수의 여성 재판관이 동시에 근무한 적은 없다. 헌재 구성의 다양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인선으로 평가한다.

오는 9월 19일 퇴임 예정인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김창종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석태(65·사법연수원 14기)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과 이은애(52·19기)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가 지명됐다. 연합뉴스

1987년 6월항쟁의 산물로 이듬해 출범한 헌재는 한국 민주주의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3월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한 것은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헌재는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만 다뤄온 것도 아니다. 과외 허용, 간통죄 폐지, 야간 옥외집회 허용, 대체복무제 도입 등 시민의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사안들이 헌법재판관들의 손으로 결정됐다. 헌재는 지금도 첨예한 현안인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각계각층의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을 판단하고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려면 인적 구성의 다양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석태 변호사의 지명은 그가 국가폭력에 대한 감시와 시정, 사회적 약자·소수자 보호에 앞장서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변호사는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의 재심을 대리했고, 긴급조치 위헌소송 사건에도 참여해 과거 긴급조치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이 재심을 통해 명예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장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이은애 수석부장판사도 콜트악기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무효로 판결하고, 법관 연구모임인 젠더법연구회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등 인권·젠더 감수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법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 진출이 저조했던 헌재에 여성 재판관이 늘어난 것 역시 바람직한 일이다.

헌재 개편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국회 선출로 임명된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재판관이 다음달 헌재를 떠나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후임자 선정 과정에서 당리당략에 매몰되지 말고 다양성 구현의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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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람이 언제부터 불어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태풍이었을까. 학교 수업 중이었는데 순식간에 창밖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가르는 번개와 세상을 찢는 천둥소리. 어쩌면 오늘이 세상의 끝인지도 몰라. 놀란 몇몇 아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때 열 살 무렵의 아이들이었다. 할아버지 같았던 나이 많은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을 달래려고 애썼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한참을 울다보니 수업이 끝났다. 여전히 사방은 캄캄했다. 집에 갈 용기가 없어 아이들은 학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창문에 쪼르르 매달려 있었다. 아, 저걸 보아. 아이들 가운데 누군가 운동장 한끝을 가리켰다. 그곳에 서 있던 나무 한 그루, 우리 학교에서 가장 우람하고 커다랗던 나무가 뿌리까지 뽑혀 쓰러져 있었다. 그걸 본 순간 두려움이었는지 경이였는지는 모를 어떤 감정이 솟구쳐 울고 싶어졌는데 무엇보다도 그 거대한 것이 쓰러질 수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는 그 나무가 떠오른다.

제19호태풍 '솔릭'이 북상하고 있는 21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항 5부두(관공선부두)에 수백여 척의 선박이 대피해 있다. 기상청은 태풍 '솔릭'이 23일 오전 9시께 전남 목포 남서쪽 120㎞ 부근 해상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

바람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내내 흔들리고 어지러운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 안희정 전 지사의 무죄 판결문도 이해할 수 없고, 재벌 위주 규제완화의 폐해를 그렇게 반대해온 이들이 새삼 규제완화로 성장을 주도하겠다는 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내국인 대상 카지노 설립 허용은 지하경제 활성화와 대체 얼마나 다른 말인 건가. 무엇보다도 나는 옥탑방 한달 체험 끝에 강북 개발의 당위성을 확신한 서울시장의 인터뷰 기사가 이해되지 않는다. “교통, 도로, 주거, 교육 인프라 개발로 서민 삶의 질을 높이면 청년과 신혼부부가 들어오게 되어 있다”는 말을 몇 번이나 곱씹어 생각한다.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 참가자들이 18일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판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현진 기자

단순히 낙후된 삶을 개선하겠다는 의미의 개발이 아닌 전면 개발이다. 그의 계획대로 개발된 도시는 개선된 주거환경과 높은 삶의 질을 담보할지 모르지만, 그가 말한 청년과 신혼부부 중 그 비용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래서일까 어느 인터뷰에서는 강남에 사는 이들이 강북으로 이사 올 것이다, 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강북에 살던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나는 ‘들어온다’는 표현이 계속 눈에 거슬린다. 그 말은 구역을, 경계를 내포하는 말이 아니던가. 노인과 저소득층도 그렇게 개선된 사회 어딘가에 편안하게 자기 주거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한 달 동안 그이는 옥탑방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한 달 만에 내려와 강북을 강남처럼 개발하겠다는 인터뷰를 찾아 읽고 있자니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는 어떤 극의 제목이 저절로 떠오른다. 옥탑방 대신 반지하에 살았으면 차라리 낮은 자리에서 살 수밖에 없는 이들의 삶이 보였을까.

“서는 데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몇 년 전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화제가 되었던 웹툰에 나온 말이다. 서 있는 자리가 다르면 풍경이 달라진다고 했지만 그러나 같은 자리에 서 있다고 같은 풍경을 보게 되는 건 아니다. 그곳이 끝인 사람이 있고, 그곳이 시작인 사람도 있다. 그곳이 최선인 사람도 있고, 그곳이 바닥인 사람도 있다. 풍경은 밖에 있어도 풍경에 대한 자각은 마음에서 한다. 똑같이 가난한 집에서 자수성가를 해도, 어떤 사람은 지난 시절의 가난한 이웃을 살피고, 어떤 사람은 가난 따위 돌아보지 않는 성공을 꿈꾼다.

어떤 삶이 체험으로 이해 가능하다면 그것은 그 삶에 대한 모독일 것이다. 경험만으로 지식을 쌓을 수 없고, 체험으로 삶을 살 수 없다. 그렇더라도 때로는 그런 노력이라도 필요할 때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경험이, 체험이 공감이나 인식의 전환을 위해서가 아닌 자기 계획, 자기 논리의 알리바이를 위해서 쓰인다면 그것은 외면보다 더한 무례일 것이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 어마어마한 위력으로 한반도를 관통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 바람에 또 무엇이 쓰러질까. 어려서 본 운동장의 나무는 내게 두고두고 숙제로 남았다.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 같던, 그러나 기어이 쓰러진 그 나무가 우리를 위협하는 그 무엇을 의미했으면 좋겠는데, 우리가 끝내 지키고 싶은 다른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봐 나는 불안하고 또 불안하다.

<한지혜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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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행사에 참석했다. 천안 국립 망향의동산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안희정 무죄” 소식을 들었다. 예상하지 못했고 동승한 여성들도 술렁거렸다. 이번 재판은 대단히 중요하다. 유력 인사의 사건이어서가 아니라 권력형 성폭력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에 대한 한국 사회의 ‘대답’이기도 하고, 김지은씨가 많은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었기 때문에 다른 미투 사건의 피해자들에게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재판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위력(威力)에 대한 인식이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이 경험한 위력의 정도가 의사 표현을 불가능하게 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여성을 포함해 많은 이들도 “피해자가 성인이고, 가해자 행동에 대해 자기주장을 할 시간이 충분했는데 왜 그런 관계를 ‘유지’했는지” 의문을 갖는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번 사건은 노동시장, 그것도 선거캠프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일어난 여성 노동 이슈다. 가해자는 공적 영역의 노동 문제를 사적인 관계로 둔갑시켰다. 수행비서의 노동은 지사의 모든 공적, 사적 일정을 파악하고 매사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24시간 대기와 노동 상태’였다. 지사 개인의 하루가 곧 비서의 업무시간이었다. 모든 연락 사안에 대한 응대부터 담배, 맥주 심부름은 물론 가장 중요하게는 가해자를 위한 감정노동까지 그녀에게는 업무였다.

다시 말해, 남성이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여성은 해야 했다. 가해자는 부하 직원을 녹초가 되도록 부려 먹으면서, 노동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를 ‘사랑(불륜)’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용인에 대한 폭력을 ‘남녀관계’로 만드는 것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유용한 방식이다. 아무리 선거캠프라고 하지만 고용계약, 초과 착취, 불법 노동 문제를 왜 ‘연애’ 담론으로 연결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재판부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정언을 만인에게 적절하게 적용하지 못했다. 위력의 원리와 조건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영역에서 어떤 상호 작용을 통해 작동하는지 모른다면, 위력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재판부는 위력의 의미를 좁게 해석했다기보다 무지했다. 위력은 발생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인지 불가능한 권력이기 때문이다.

위력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없다. 재판부도 가해자도 보통 시민들도, 상황에 따라 위력의 위협에 노출된다. 피해자의 대응은 당사자의 캐릭터, 젠더, 계급, 나이 등에 따라 다르다. 이번 사건에서 위계의 내용은 전적으로 가해자에게 유리했다.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상해가 동반되는 성폭력도 있지만, 이번 사건처럼 실제로는 위력이나 가해자가 자신을 ‘고용인’이 아니라 ‘남성’이라고 주장하는 권력형 성폭력은 폭력이 아니라 성(性)이라는 통념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의 권력관계를 뜻하는 젠더는 친밀성부터 폭력, 살인, 착취까지 극단의 양상을 동시에 띤다. 젠더처럼 일상의 정치는 없다. 그래서 젠더에 대한 인식이 낮은 사회는 성폭력을 지지, 방관할 수밖에 없고 특히 피해자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가정폭력을 연구할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왜 매 맞는 여성은 탈출하지 못하는가” “왜 때린 남편에게 북엇국을 끓여주는가” “왜 남편을 불쌍히 생각하는가”였다. 나는 “안기부에서 고문당하는 사람은 왜 탈출하지 못하나요, 혹시 폭력을 즐기는 건 아닌가요?”라고 되묻거나 “폭력 피해 여성이 남편에게 ‘잘해’ 주는 이유는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증명하고 싶기 때문”이라 말했다.

여성은 자신에게 불리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적응과 저항이라는 이중 행동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인간은 합리적이고 일관된 존재이며 자유 의지를 가졌다는 근대 형법의 전제는 의심받고 있다. 그런 인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폭력뿐 아니라 인간의 어떤 행동도 명확하게 ‘예’ ‘아니요’로 설명할 수 없다.

내가 혹은 다른 여성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와 같은 노동 조건에서 일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당장 그만두는 여성도 있겠지만,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미투 운동에 참여하지 못한 여성도 있을 수 있다. 재판부는 전자만을 ‘정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남성 중심 사회에서는 후자인 여성이 훨씬 많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상사에게 폭력을 당했다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남성은 흔치 않다.

성적자기결정권은 누구에게나 있다. 문제는 그것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다. 피해 여성은 처음에는 가해자에게 위력(偉力), 즉 존경심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계속되는 의문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일했다. 위력(爲力), 온 힘을 다한 것이다. 전혀 다른 의미의 세 가지 ‘위력’이 모두 완벽하게 가해자에게 유리했다. 가해자의 힘, 피해자가 일을 중단하지 못한 이유, 피해자의 근무 태도.

결국 피해 여성의 ‘헌신’은 성폭력으로 돌아왔다. 재판부의 여성 노동에 대한 이해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정희진 |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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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자 경향신문에 ‘생협 아이쿱 구성원의 초심’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구례 노동 갈등에 대한 칼럼을 읽고 곡해를 바로잡고자 한다. 

2017년 20주년을 맞이한 아이쿱은 환경과 농업, 건강을 생각하는 좋은 먹거리를 적정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고 있고 농민, 직원 등이 자신의 목적에 맞는 독립된 집을 지어 살아가는 생태계를 추구하며 나아가고 있다.

소비자생협으로서 아이쿱생협의 주인은 사회·정치적 신념, 종교, 생활처지가 다른 27만여명의 조합원이다. 그런데 아이쿱을 기업화된 협동조합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아이쿱생협이 구례자연드림파크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착각 또는 의도적인 곡해를 하고 있다. 구례자연드림파크는 아이쿱이 초기 조성과 투자에 기여했고 자연드림파크에서 생산된 물품의 판로를 열고, 소비자들의 방문을 적극 조직해 파크가 활기찬 공간이 되도록 협력하고 있다.

아이쿱생협 회원과 농민들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GMO 표시제 강화’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조합원의 이름으로 관심과 애정을 지니는 것은 고무적이나 소비자 조합원들이 구례자연드림파크의 직접적인 주인은 아니다. 

한국의 생협은 농민들과의 직거래, 계약재배에서 출발했다. 한국에서 1차 농업만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소득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농민들의 소득을 더욱 높이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1차 농산물 판매만이 아니라 이를 식품으로 가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가 집약된 곳이 구례자연드림파크이다. 소비자생협인 아이쿱이 대규모 투자 등 초기 부담을 감당하고, 몇 년이 지나 안정화 단계에 이른 이후(소위 돈이 되는 단계)에 농민, 직원 등에게 주인 자리를 넘겨주는 일은 이상적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쿱은 그 약속을 지켰고, 현재 그곳의 주인은 파머스쿱의 농민들과 가공생산자, 520여명의 직원들이다.  

아이쿱생협이 마치 노조를 만든 이들을 비위세력으로 몰아 인사조치한 것처럼 지적했으나,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없었다고 판정했다. 그리고 노조지회에서도 이를 인정했다. 징계를 둘러싼 현 사태의 발단은 노조 간부였던 이의 폭력과 갑질행위로 괴롭힘을 당하던 여성노동자의 제보였다. 당시 관리자(현 노조 간부)는 자신의 비위가 드러나자 노동조합 설립을 방패 삼아 그 뒤에 숨으려 했다. 

무책임하고 무능했던 관리자로 인해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받았던 상처와 고통은 크다. 그렇기 때문에 17일자 칼럼에서 커피값 1800원과 생협 라면으로 요약한 비위 내용은 사실관계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이번 문제를 전체적으로 호도하는 일이다.

지면을 통해 처음 이 문제를 접하는 이들이 정황을 제대로 읽고 더 이상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게 리더의 책임이며, 지금 조합원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차경 | 아산YMCA 아이쿱생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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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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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암 환자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며 완치의 희망을 그린 지 벌써 14년이다. 10여년 전 치료제가 없어 희망을 가질 수조차 없었던 때와 달리, 현재는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신장암치료제 발전이 크게 이뤄졌다.

실제 2017년 옵디보와 카보메틱스가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았고 6년 전 허가가 난 인라이타는 올해 2차 약제로 급여가 되었다. 이렇게 2차 약제가 4가지로 늘어났지만 신장암치료제 개발 소식은 환자들에게는 희망고문이기도 하다.

여전히 1차 약제 중 하나, 2차 약제 중 하나로 급여 가능한 약제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즉 실질적인 치료환경은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문재인케어 비급여의 급여화 발표는 암환자에게 희망의 메시지였다. 암환자라면 비급여의 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암환자들이 느끼는 치료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보험급여 등재제도는 진입관문이 높고 좁은 데다 진입로도 하나뿐이다. 또 환자 수가 많지 않은 암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환자들의 약제 접근성이 제한되고 치료의 질은 떨어진다.

암환자들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약제를 찾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약제는 환자에게 생명연장의 의미이다. 정해진 급여 약제가 환자에게 맞지 않는다면 비급여 약제에서라도 찾아서 환자 본인에게 적합한 약을 찾아가는 필수과정을 지원해야 한다.

 지금의 급여제도로는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지속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비급여 약제로 1년 이상 치료하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들을 위한 지원은 거의 없다.

문재인케어가 환자를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면 지금부터의 과제는 속도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 완성되는 2022년까지 기다리기에는 암환자의 시간은 너무나 짧다. 정부가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 실현을 약속한 만큼 그 초심을 잃지 않고 특히 4기 암환자에게 필요한 건강보험급여화 대책을 서둘러 정비해 암환자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기를 바란다.

<백진영 |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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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의 계절인 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면서 불법촬영 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다. 해마다 수천건씩 증가하는 추세이며 그 방법 또한 더 대담해지고 지능화되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여성들이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적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윙윙 대는 소리에 벌이 날아다니는 줄 알고 무심코 넘겼다가 집 창문에 드론을 밀착시켜 20분 넘게 촬영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이 여성은 당시 집 안에서 신체 일부를 노출하고 있던 상태였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집도 이젠 결코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현재 드론을 이용한 불법촬영 범죄를 단속할 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드론을 날리기 위해서는 지방항공청에 신고해야 하는데 신고 대상은 7m 이상 드론이다. 따라서 시중에 나와 있는 초소형 드론은 사실상 관리가 힘들다.

이렇듯 여러 형태의 불법촬영 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대다수가 인식하지 못하는 만큼 주변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의식이 필요하다.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공중장소에서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어 최대 20년간 국가로부터 신상정보를 관리받게 되어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는 성충동 약물치료 화학적 거세 대상에 불법촬영 범죄를 포함시켰다.

불법촬영은 중범죄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부철민 | 해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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