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 교체 문제로 한창 야당과 공방전이 오고가는 중이다. 전임 통계청장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통계를 제출해서 경질되었다는 주장과 통상적인 교체일 뿐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번 개각의 큰 쟁점이 될 것 같긴 하다. 사실 통계청장이 차관급 인사라는 점에서 살짝 부럽기까지 하다. 얼마나 중한 자리이기에 저렇게 논란을 겪고 있나 싶어서 말이다.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이라 하지 않나. 지금 농업계가 딱 ‘무플’ 신세다.

비교적 평화로운 내각 구성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임명이다. 평화롭기보다는 사람들의 관심 밖이라 하는 것이 맞지 싶다. 김영록 전 농식품부 장관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전남도지사에 당선되기까지, 5개월 동안 농식품부의 수장 자리는 비어 있었다. 차관들이 남아서 업무 공백을 메우기는 했지만 그래도 장관이 자리를 지키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 차이다. 장관급에서 논의되어야 할 현안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예산의 문제가 걸려 있다. 점점 줄어드는 농업 예산 확보와 제대로 된 집행 요구는 장관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장관 자리가 비어 있는 동안 농민들과 농업단체들만 애가 탔다. 현재의 농지 면적을 기준으로 하는 직접지불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쌀 산업에 대한 대책도 누군가 들어줄 대상이 있어야 말이라도 해 볼 수 있는 굵직한 사안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농정이 농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것이 농민들의 가장 큰 바람이다. 이 열망을 모아 이끌어 갈 ‘키맨’이 절실했다. 하지만 이를 담아낼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설치 공약도 저 멀리 날아가 버린 것 같다.

5개월이나 비어 있던 농식품부 장관에 이개호 의원이 얼마 전 임명됐다. 이개호 장관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했던 2선의 국회의원 출신이다. 일찌감치 농식품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으며, 무난히 임명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역시나 청문회 통과는 순탄한 편이었다. 논문표절이나 자녀의 취업특혜 의혹, 배우자의 불법건축 같은 사안은 이제 장관 청문회에서는 큰 쟁점도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농식품부 장관이어서 그냥 넘어간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청문회를 통과한 이개호 장관은 청문회에서 받은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호기롭게 ‘출마하겠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장관 임기도 총선 출마 전까지 1년 남짓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너무나 솔직해서 씁쓸했다. 어차피 뒤집힐 말들이 더 많은 자리인데 농민이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농식품부를 지키겠다는 말잔치도 안 할 정도로 이 자리가 가벼운가 싶어서 말이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친일 매국노로 나오는 이완익은 외부대신(외교부 장관) 자리를 탐낸다. 그토록 바랐던 외부대신이 아닌, 지금의 농식품부 장관인 ‘농상공부’ 대신 자리에 임명되자 자신이 소작농 출신이어서 무시하는 거냐며 패악질이 더 심해진다. 등청해서 농상공부의 의견을 보태라 하자 “무·배추만 싱싱하면 걱정할 거이 없는 농상공부 대신인데 뭘 보태란 말입네까”라고 응수하며 불참한다. 역사 왜곡 논란이 많은 드라마지만 이 부분만큼은 왜곡 없이 제대로 현실을 반영한 것 같다. 무·배추 값만 싸면 다들 그만이다. 정부 수립 이후 이 나라에서 농업이 중요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올해는 무·배추마저도 싱싱하게 자라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어쩐담.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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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ton from a tethered balloon. 1860. ⓒJames Wallace Black

사진 속 도시 풍경은 1860년 미국 보스턴이다. 이제 드론을 띄워 무인 항공촬영을 하고, 구글어스로 항공사진을 볼 수 있는 시대라 큰 감흥을 주진 못한다. 하지만 당시 매우 특별했던 장면을 위해 사진가는 작은 열기구에 몸을 의지한 채, 공중에서 위험천만하게 사진을 찍었다.

거대한 도시만큼 사진가들에게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은 드물다. 실제로 사진의 역사는 도시의 발달과 변화와 관계가 깊다. 19세기 프랑스 파리에서는 ‘오스망화’로 알려진 도시 재설계가 추진되면서 도로 구축과 함께 백화점, 아케이드 등이 건설되었다.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유리와 철근 등 새로운 건축 재료와 공법이 개발되면서 고층빌딩이 생겨났다. 이처럼 현대화된 도시와 마천루의 스카이라인은 매력적인 촬영 대상이 되었다. 세계대전 당시에는 파괴되는 도시의 모습이, 전후에는 도시의 재건 모습에 카메라가 따라붙었다.

1960~70년대의 사진가들은 개발 논리로 무분별하게 파괴되는 도시를 비판적으로 관찰하기도 했다. 도시와 사진가 그리고 카메라는 언제나 서로에게 긴밀하게 맞닿아 상대를 비추며 수많은 장면들을 탄생시켰다. 이 순간에도 사진가들은 자신의 몸을 움직여 도시를 답사하고 해석한 장면을 세상에 내놓는다. 앞으로도 지구상에서 도시가 아예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그럴 것이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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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전히 일을 하고 걱정하고/ 돈을 벌고 싸우고 오늘부터의 할일을 하지만/ 내 생명은 이미 맡기어진 생명/ 나의 질서는 죽음의 질서/ 온 세상이 죽음의 가치로 변해 버렸다’(시 ‘말’의 부분)

김수영의 시에 죽음에 대한 인식이 드러난 것은 1960년대 중반부터다. 평론가들은 1964년 쓰인 시 ‘말’을 본격 죽음을 파고든 작품으로 본다. 시에서만 그랬던 게 아니다. 부인 김현경씨는 김수영이 책상 달력에 ‘상왕사심(常往死心)’이라는 좌우명을 써놓았다고 증언했다.(<김수영의 연인>)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라’는 뜻이다. 김수영은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징집돼 북한에서 강제 노동을 하는 등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 인민군에서 탈출해 서울까지 왔으나 다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되고 만다. 이 와중에 두 동생은 행방불명됐다.

김수영에게 전쟁을 통한 죽음의 공포 체험은 시를 쓰게 하는 원천이었다. 평론가 김종철은 “죽음에 대한 남다른 인식으로 일상의 피상적인 경험의 갈래를 좇아 허우적거리지 않고 여러 경험의 의미를 근본에서 꿰뚫어 볼 수 있게 했다”고 진단했다. 시인 황규관은 <리얼리스트 김수영>(한티재)에서 “죽음을 삶으로 바꾸는 시적 사유를 감행하면서 죽음은 삶을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삶은 죽음을 사는 것과 같은 것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김수영에게 ‘죽음’은 종결이 아니라 삶을 삶답게 하는 근거였다.

죽음을 통해 생명의지를 노래했던 시인은 1968년 6월16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다. 48세. 그러나 너무도 풋풋하게 젊음과 자유를 노래한 탓인지 그의 죽음은 김소월보다도 더 때이른 요절로 느껴질 정도였다. 김수영은 우리 시대 최고의 시인이다.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38선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빙산의 하나다’. 그의 시와 산문 한줄 한줄은 읽는 이를 벌떡 일어나게 한다. 그의 영향력은 문학에 국한되지 않는다. 철학·역사 분야의 학제 간 연구도 활발하다. 작고 50주기를 맞은 올해는 더욱 풍성하다. <김수영 전집> 결정판이 출간됐고 시집 <달나라의 장난> 복각판도 나왔다. 시인이 중퇴한 연세대는 31일 명예졸업장을 수여한다. 오는 11월에는 학술대회도 열린다. 50주기라지만, 김수영은 살아있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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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보도가 있다.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잘 모르면서 아는 듯이 썼거나 또는 잘못 알고서도 잘못 아는 줄 모르고 틀리게 쓰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사실관계를 알면서도 자기주장을 위해 사실을 외면하거나 억지 논리로 사실을 감추고 거짓 주장을 내세우는 경우다. 요즘 여러 언론보도를 보면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언론이 사회 공익을 위해 정확한 정보를 발신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포기하고 도그마에 빠진 느낌이 든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너지 전환 관련 보도다. 세계적으로 탈원전 운동과 정책이 등장한 배경을 모조리 망각한 것처럼 보인다. 일부 언론이 주장하듯 원전이 안전하고 다른 어떤 에너지원보다 저렴하다면 왜 탈원전 에너지전환이란 거대한 움직임이 등장했을까?

왜 원전에 대한 투자는 정체되어 있는데 신규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투자액이 원전과 화석연료 투자액의 2배가 넘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걸까? ‘반(反)에너지전환’을 편드는 언론은 답해야 한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는지, 알고도 외면하는 건지.

최근엔 이런 보도도 있었다. 베란다 태양광이 번쩍거려서 이웃 간의 ‘광(光)’을 둘러싼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전혀 사실이 아니다. 베란다 태양광 패널이 주로 설치된 서울에선 2018년 8월 현재 관련 민원이 올해 설치 완료된 3만여 건 중 2건에 불과하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은 저철분 유리를 사용하기에 표면 반사율이 5.1%다. 8~10%인 유리나 플라스틱보다 낮다. 언론이라면 발표된 태양광 패널의 빛 반사율이 맞는지, 실제로 어느 정도 되는지, 해외에서는 그런 사례가 있는지 등을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닐까? 여러 언론은 태풍 솔릭이 태양광 시설에 큰 피해를 줄 것처럼 불안해했지만, 전국 38만6000여개 시설 중 제주도에서 단 한 건의 사고가 있었을 뿐이다. 지난 8월22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 산비탈에 설치됐던 태양광 발전시설이 훼손된 건 기초 토목공사 문제였음에도 태양광 발전 자체 문제로 몰아가기도 한다. 안전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과장과 왜곡은 곤란한데 말이다.

‘기승전 탈원전’ 보도는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원전 이용률 저하나 전력수급과 전력 요금 문제도, 한전 적자도, 영국 원전시장 우선협상자 지위 해제도, 모두 탈원전 탓으로 몰고 간다. 그간 원전 이용률이 왜 떨어졌나? 비정상을 정상화한 조치 때문이었다. 격납건물 철판 부식, 콘크리트 공극(콘크리트가 채워지지 않은 부분) 등 과거 원전 건설 부실로 생겨난 문제를 보정하기 위해 원전 정비 일수가 증가했다. 지진으로 인해 정지했던 원전을 재가동하려면 지난 정부에서 강화한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해서 점검기간이 길어지고 재가동에 시일이 소요된 거였다. 원전 납품비리로 투입된 위조 부품을 안전등급 제품으로 교체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한전 적자는 국제연료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봄철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정지 등과 연결되어 있었다. 잘 진행되던 원전수출이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문제가 된 게 아니었다. 영국원전 우선협상자 지위를 획득한 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12월이었고, 그 이후 영국 상황이 바뀐 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있지도 않았던 전력대란을 마치 당장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과장하고 탈원전 정책 탓에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새로운 시대적·경제적 조건하에서 기존 산업이 재편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때 산업화 동력을 제공했던 원자력은 이제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 재생가능에너지시대로의 전환은 더이상 미룰 수 없고 외면해서도 안되는 시대적 대세다. 언론은 이런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보도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지혜롭게 대응하기 바란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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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상고·공고라는 명칭이 ‘특성화고’로 변경된 지 10년이다. 구시대적인 어감을 걷어내고 취업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는 전체의 4분의 1로 600여개나 된다. 전국에 3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특성화고 현장실습과 졸업 후 직장생활은 인권침해와 차별만이 존재한다. 2016년 5월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곳, 2017년 1월 전주 대기업 콜센터 전화상담을 받던 곳, 2017년 11월 제주도 한 공장의 컨베이어벨트 작업을 하던 곳. 바로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하던 곳들이다.

모두 10대 청소년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조기취업의 굴레에서 일하다 산재 사고가 난 곳이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학생들은 안전교육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일터에 내몰렸다. 결국 교육부는 올해 안전한 현장실습 제공이 가능한 ‘현장실습 기업 후보군’ 정보를 학교에 제공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를 ‘현장실습 선도기업’으로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교육 문제에서 우리들이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현장실습만이 아니다. 바로 특성화고를 졸업한 청년들이 일터에서 비인권적 대우나 차별·침해를 더 많이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실태 토론회를 개최했다. “넌 커피색 스타킹보다는 검은색 스타킹이 잘 어울려” “난 여자를 볼 때 허벅지랑 엉덩이를 제일 먼저 봐”와 같은 충격적인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특성화고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연장근로수당이나 최저임금 미지급 등 임금체불이 37%나 되었다. 또한 “경력조차 없는 특성화고 졸업생” “너희 특성화고 애들 뽑기 싫다” 같은 발언에서는 차별의 심각성(23%)도 확인된다.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 3항에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평등권의 침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성화고 현장실습 공간이나 졸업생의 노동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교육청 취업진로부서는 노동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지자체는 학교 내 교육 문제에는 권한이 없다. 노동청은 청소년 문제는 학교의 몫으로 생각하는 눈치다.

오래된 습관은 반복된다. 그건 개인과 조직은 물론 사회도 비슷한 것 같다. 그나마 개인과 조직은 변화와 혁신에 민감하기에 시대의 흐름에 조응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는 청소년과 청년노동 문제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나마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서울노동청은 ‘특성화고 현장실습 안전노동인권협약’을 체결했다. 주요 내용은 노동인권보호와 취업지원 그리고 보호대책이다. 공공행정조직 간 상호협력을 도출한 첫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가운 것은 ‘노동의 가치 인식과 노동인권 존중 사회’가 조례에 명시된 것이다. 모든 학교에서 노동교육이 의무화되기 위한 지역 차원의 첫 시작이다. 또한 당사자인 특성화고 노동조합과 시·교육청이 정례적인 논의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흐름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실습과 졸업 후 직장의 첫 일터의 안전과 교육훈련 여부 등을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 주요 국가들은 청소년 노동 규정을 법에 명시했다. 우리는 연소근로자 문제가 헌법 32조 5항에 적시되어 있음에도 무시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청소년과 청년을 포괄하는 노동보호법 제정이 논의될 시점이다. 매년 수만명의 특성화고 졸업생이 사회에 진출하지만, 일부 산재 사고만 언론에 드러난 것이다.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초기 노동시장에서 겪는 차별과 성희롱 등은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들이 왜 산재 사고를 유독 많이 겪고 있는지 우리 사회는 반성해야 한다. 지난 수십년간 자본의 이윤창출 밑바탕에 끊임없이 배출되는 공급처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 노동의 가치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하고, 차별 없는 일터는 그 시작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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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공영형 사립대 추진을 위한 예산이 빠졌다. 고등교육 공약 중에서 큰 의미를 지닌 사업이라서 심각한 파장이 일고 있다. 당장 재론에 부쳐 내년에 시범사업을 할 적절한 예산을 확보해야 마땅하다.

정부의 사회경제정책이 혼선과 난관을 겪는 와중에 교육정책은 국민을 적지 않게 실망시켰다. 대학입시 개편 논의 등에서 교육부는 일관된 개혁 추진력도 부족했고 미래를 멀리 내다보는 큰 그림도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교육 분야는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 과제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터라 강한 정책 의지와 탄탄한 국민적 지지가 긴요하기에 더욱 안타깝다.

현 정부는 이미 올해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약 1조4000억원 증액하는 등 국가의 보육 책임을 명확히 하며 지난 정권이 저지른 소모적 갈등을 끝냈다. 내년 교육 예산도 여러 항목에 걸쳐 올해보다 총 6조9730억원(10.2%)이나 늘어났다. 하지만 고등교육과 관련한 굵직한 공약은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 주요공약은 거점 국립대 집중육성을 비롯한 국공립대학 네트워크 구축, 공영형 사립대의 단계적 확대, 전문대학의 획기적 발전을 포함한 평생·직업교육 혁신으로 간추려진다. 이 중에서 제일 급한 것을 고르라면 공영형 사립대이다. 국공립대 네트워크는 과제의 규모에 비해 아직 막연한 구상 차원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공영형 사립대 사업은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상대적으로 소요 재정이 크지 않다. 현재 전문대학 대부분이 사학인 까닭에 두 번째와 세 번째 과제를 하나로 묶어 추진하는 장점도 있다.

공영형 사립대는 전체 대학의 80% 이상이 사학인 우리 현실에서 대학 생태계 혁신을 위해 필요불가결하다. 아직 정권 초반기인 내년에 꼭 시작해야 한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폐쇄적 사학 운영이 지속되면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 나라 전체가 피해를 본다. 또 이 사업이야말로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할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다. 훗날 사업의 성공이 확인되는 단계에서 서울과 수도권 대학 다수도 공영형 사립대로 바뀌면, 사학 위주의 한국 대학이 안고 있던 약점을 극복하고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대전환을 이루게 된다.

공영형 사립대 선정의 기준은 무엇인가? 공약 제시 과정에서 나온 “건실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립대”라는 표현은 다소 모호하다. 이런 사립대라면 어차피 잘해나갈 터인데 재정 지원까지 하면 형평에 어긋나고 국민 세금이 낭비된다고 오해할 수 있다.

따라서 당장은 세 가지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첫째, 수도권이 아닌 지방대학이어야 한다. 둘째, 대학 구성원들이 대학 민주화와 발전을 위해 싸운 역사와 성과가 있어야 한다. 특히 교수진이 단결하여 자신의 급여를 동결·삭감하는 희생까지 한다면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셋째, 비리사학세력을 쫓아냈거나 무력화하여 이사회, 평의원회, 교수회 등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 조건을 충족하는 대학이라면 최근 대학평가의 자율개선대학 명단에서 탈락한 대학이라도 얼마든지 공영형 사학의 첫 실험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영형 사립대를 위한 법률 제·개정 등 법적 근거도 마련되지 않았고 재정 효율성도 불투명한데 어떻게 큰돈을 쓰느냐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내년 예산이 크게 증액된 국립대학 육성, 산학협력, 학술연구지원, 전문대학 혁신지원 사업 등에 비해 공영형 사립대가 명분과 재정 효율성에서 뒤떨어진다고 볼 근거는 미약하다.

또 예산이 늘어난 사업들과 내용이 중첩되는 경우도 많아 예산 조정의 여지도 크다. 더구나 ‘촛불정부’답게 고등교육의 앞날을 위한 원대한 꿈을 펼쳐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이 사업이 미덥지 않다면 개별 대학에 배정된 예산을 당분간 등록금 인하와 교육비 투자에만 쓰도록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영형 사립대는 국공립대 수준의 등록금으로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 정권은 ‘반값 등록금’을 위해 국가장학금을 무려 4조원 가까이 늘렸다. 그러나 국가장학금은 소득분위별로 차등지급하는 시혜적 제도라서 특정 소득분위에 속하지 않는 다수 학생은 혜택을 실감하기 어렵고, 학생 개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은 간접적으로 한계사학의 연명을 돕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마저 있다.

반면에 공영형 사립대의 점진적 확대는 현행의 국가장학금보다 여러모로 더 효과적일 것이 확실하다. 나아가 국가장학금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시범사업 예산을 단 300억~400억원이라도 살려 고등교육 혁신의 방향타를 잡아야 한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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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현 정부 출범 이후 첫 개각을 단행했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포함한 국방·산업통상자원·고용노동·여성가족부 장관 등 5명이 교체됐으니 그 폭은 작지 않다. 여성 장관 비율은 그대로 유지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입각이 6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국정 쇄신 차원에서 이뤄진 개각으로 문책성 경질도 포함됐다. 이번에 교체된 일부 장관들은 오락가락 정책이나 잦은 말실수 등으로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국정운영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개각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인선의 키워드는 ‘심기일전’과 ‘체감’ 두 가지”라며 “문재인 정부 2기를 맞아 새 마음으로 출발을 하자는 의미와 문재인 정부 1기 때 뿌린 개혁의 씨앗을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가운데)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토론회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문 대통령은 이번 개각을 통해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면서 정책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 내정된 장관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당과 관료 출신 인사로 채워진 것은 내각의 안정화를 꾀하면서 개혁 기조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유은혜 교육·정경두 국방·진선미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촛불민심을 바탕으로 한 개혁에 속도를 높이고 지금껏 진행해 온 개혁 과제의 결실을 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산업·노동부 장관에 해당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을 기용한 것은 전문성을 강화해 정책 성과를 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그 면면에서 “뛰어난 소통능력”(유은혜 내정자), “대내외 소통능력 겸비”(성윤모 산업부 장관 내정자),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이재갑 노동부 장관 내정자)을 강조한 것도 정책 성과를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기대가 실렸다고 볼 수 있다. 마침 이날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여당과 정부, 청와대 간 소통을 강화하고 치밀한 정책홍보를 다짐한 것은 일맥상통한 점이 있다.

개혁과 한반도 평화 정착 등 산적한 국정현안 외에도 경제·민생의 어려움까지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때일수록 내각은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정책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번 개각이 심기일전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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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헌법재판소가 30일 ‘양승태 대법원’의 주요 과거사 판결과 관련한 헌법적 판단을 내렸다.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은 사람은 국가와 화해한 것이므로 별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과 관련해선 판결에 적용된 민주화보상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고문·조작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 판결을 두고는 관련법인 민법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았으나, 관련법에 대한 위헌 결정을 통해 해당 판결의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양승태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법원의 비협조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처음으로 사법농단 피해 구제 가능성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3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긴급조치 피해자들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을 헌재가 각하한 것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헌재의 이번 선고는 ‘이진성 소장 체제’의 마지막 선고였다. 앞서 헌재는 이 소장 등 재판관 5명이 다음달 퇴임하는 만큼, 현 체제에서 주요 과거사 관련 사건들을 매듭짓기로 결정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결의 근거가 된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을 넘어 재판 자체를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헌재는 법원의 재판을 위헌심사 대상에서 제외한 헌재법 68조 1항을 합헌으로 보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재판소원)을 인정할 경우 사법체계가 실질적으로 4심제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본다. 이로 인해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 상대 손배소에서 패소한 뒤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은 각하했다.

헌재가 ‘뜨거운 감자’인 재판소원을 피해간 점은 한계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사법농단 피해자들의 권리구제 경로를 열었다는 의미는 작지 않다고 본다. 당장 민주화보상법 및 국가배상 청구권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한 당사자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됐다. 이들의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대법원에서 판결이 변경될 경우 실질적으로 ‘재판 취소’의 효과를 갖게 된다. 대법원은 재심 청구를 적극적으로 인용해 과거의 오류를 스스로 바로잡는 게 도리일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이 드리운 그늘은 크고도 깊다. 과거사 사건 외에도 수많은 사건의 피해자들이 분노하며 책임자 처벌과 피해 구제를 요구하고 있다. 잇단 압수수색영장 기각 등에 비춰볼 때, 법원의 수사 협조를 기대하는 일은 이제 무망해 보인다. 국회는 이미 계류 중인 사법농단 관련 특별법안들을 조속히 심의해 통과시켜야 한다. 무너진 사법정의를 다시 세우고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책무가 국회에 있다. 정부도 보상·배상을 위한 정책적 조치들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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