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안이 신속처리법안에 포함되자 검찰이 갑자기 포문을 열었다. 검찰총장은 외국 방문을 취소하고 급히 돌아왔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진행했던 사법개혁 논의를 정면에서 거부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정부 차원의 논의를 계속했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차원에서의 논의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정부 차원이든 국회 차원이든 검찰이 의견을 개진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니 뜬금없는 반발이다.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나서서 검찰의 주장을 경청하겠다고 했지만, 반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어떤 관료도 이렇게까지 오만한 적은 없었다.

반발하는 내용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동원인지 자원인지 모르겠지만 검찰 주변 인사들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을 거론하며, 수사권 조정이 되면 이승만 정권 때처럼 경찰파쇼가 될 거라 호들갑이다. 때맞춰 정보경찰의 폐해가 검찰발로 잇따라 터져 나오고, 두 명의 전직 경찰청장 등 네 명의 전·현직 고위직 경찰관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하였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경찰은 짐짓 점잖게 대응하나 논리 전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꽤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종철 열사의 비극은 1987년의 일이지만, 검찰이 고문치사사건을 일으킨 것은 2002년이라며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파고든다. 검찰이야말로 국정농단의 주역이라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양쪽의 말을 다 듣고 나면,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엇비슷해서 견줘볼 필요도 없을 만큼 형편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마디로 도긴개긴이다. 시민들의 인식도 다르지 않다. 둘 다 나쁘거나 둘 다 믿지 못하겠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검찰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0%, 경찰을 신뢰한다는 것은 2.7%에 불과했다. 약간의 차이야 오차범위 내의 일이다. 믿음직하지도 않고 곧잘 국민을 괴롭히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던 기관들이지만, 그래도 일은 시켜야 한다.

형사사법절차는 국가형벌권을 행사하기 위한 절차다. 형벌의 목적은 범죄자에게 고통을 주겠다는 거다. 그래서 형사사법절차는 정밀해야 하고,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인권보장에도 철저해야 한다. 자칫하면 상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히기도 한다. 비록 사회정의를 위한 일이라지만,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만들기 위한 일이니, 형사사법절차는 한마디로 무서운 절차다.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 징역형은 물론, 돈을 빼앗는 벌금형도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수사는 형사사법절차의 시작이지만, 기소와 재판의 전제다. 수사가 없으면 기소도, 재판도 없다. 그래서 수사를 잘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논쟁 중인 수사권이란 말은 그래서 부적절하다. 수사는 어떤 기관이 함부로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이나 권한이 아니라 책무에 가깝다. 누군가를 혼내주기 위해 칼을 휘두르는 일은 무거운 짐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검찰과 경찰은 이 무거운 짐을 서로 떠안겠다고 다투고 있다. 애국적 열정이 넘쳐서는 아닐 게다. 외국 순방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돌아와서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그 배짱은 바로 수사가 책무가 아니라 권한, 그것도 막강한 권한이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어떻게 풀면 좋을까. 의외로 답은 검찰총장 문무일이 내놓았다. “형사사법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적 원칙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단다.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말이다. 의도와 맥락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답은 맞혔다. 바로 민주주의다. 수사권 조정을 해야 하는 까닭도, 조정하는 내용도 모두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분산시키며 상호 견제를 통해 균형을 잡자는 거다. 효율성으로만 친다면, 자기가 잡아다 자기가 재판하는 사또 재판이 최고다. 지금 검찰은 사또 역할을 하고 있다. 재판은 법원의 몫이지만, 수사도 검찰, 기소도 검찰, 공소 유지와 형 집행도 검찰이 한다. 검찰은 형사사법절차의 핵심적 대목에서 막강한 권한을 독점적으로 휘두르고 있다. 형사사법은 법원의 역할이 오히려 부차적으로 여겨질 정도로 검찰의 독무대가 되었다.

촛불혁명 이후 시민들이 이구동성으로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로 검찰개혁을 꼽은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은 모두 검찰개혁을 위한 방편들이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에게 집중된 권한을 일부라도 경찰에게 넘기고 상호 협력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을 잡아보자는 거다. 지금의 법률안으로 검찰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첫걸음이라도 떼어보자는 거다.

자치경찰이나 정보경찰 개혁이 전제조건이라는 사람도 있다. 그게 꼭 필요한 개혁과제라는 것에는 동의하나,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은 아니다. 수사권은 일을 잘했거나 개혁을 잘했다고 주는 보상이 아니다. 핵심은 검찰의 독점적 권한을 조금이라도 덜어내자는 데 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없어지면 경찰 수사의 자율성이 커진다며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한 결과는 모두 검찰에 송치하기에 검찰이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것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는다. 수사지휘권 대신 보완수사 요구권과 시정조치권을 새롭게 얻기에 별반 달라지는 것도 없다. 게다가 검찰은 경찰의 모든 수사기록을 들여다볼 수도 있고 경찰관의 비위가 의심된다면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도 그대로이기에 문제가 있다면 얼마든지 자체적으로 들여다볼 수도 있다.

물론 지금 법안대로 통과될지도 모를 일이다. 국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겠다. 바라건대, 입법과정에서 보다 풍부한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국회가 시민의 요구, 민주주의의 일반 원칙만 기억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없다. 수사권 조정은 무엇보다 검찰개혁 차원에서 하는 일이다. 검찰과 경찰이 때론 협조하고 때론 경쟁하면서 수사를 제대로 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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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에렉투스(Homo Erectus)’가 말해주듯, 직립보행은 인간 고유의 특성이다. 펭귄이나 캥거루처럼 보행하는 동물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보행은 걷기보다는 깡충깡충 뛰는 것에 가깝다. 균형을 잡기 위해 꼬리를 쓰는 점도 인간과 다르다. 보행은 한 발 한 발 내딛는 행위다. 다른 동물은 이 위태로운 보행을 할 수 없다. 보행은 인간의 특권이다.

과학자들이 인간 보행을 탐구한 지는 오래됐지만, 철학적 연구는 늦게 이뤄졌다. 루소는 걷기를 철학의 대상으로 삼은 첫 철학자였다. 루소는 선사시대 보행자의 후예를 자처한 산책자였다. 그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은 철학적 보행을 다룬 최초의 책이다. 키르케고르 역시 보행을 이야기한 철학자였다. 그는 걸으면서 인간을 연구할 장소로 도시(코펜하겐)를 선택했다. 그는 시골에서 식물학자가 식물을 채집하듯, 도시를 걸으면서 인간을 탐구했다. 키르케고르의 일기는 보행에 대한 철학적 사유물이다. 현상학자 후설은 보행을 철학의 주제로 삼았다. 그에게 보행은 자아와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이다.(리베카 솔닛, <걷기의 인문학>)

낡은 고가도로에서 녹지로 조성된 서울역 앞 ‘서울로 7017’ 개장 1주년인 20일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20일 개장한 서울로를 찾은 방문객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가장 인간적인 행위인 걷기는 인간을 탐구하는 인문학과 잘 어울린다. 최근 걷기가 인문학의 테마로 부상한 이유다. ‘걷기’서적, 보행자 모임, 인문답사가 줄을 잇는다. 문제는 도시에서의 보행이다. 도시와 문명은 보행의 훼방꾼이다. 빌딩, 지하도, 고가도로가 거미줄처럼 얽힌 도심에서 자유로운 보행은 어렵다. 스마트폰과 네온사인은 발걸음을 붙잡는다. 서울은 더 이상 “밤늦게까지 헤맬 거리와 들를 처소가 있었던”(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구보씨의 그곳이 아니다.

서울역 앞 낡은 고가도로에 조성된 보행공간 ‘서울로 7017’이 오는 20일로 개장 2주년을 맞는다. 지금까지 하루 2만명꼴인 1670만명이 찾았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미국 시사주간 ‘타임’에 의해 ‘지금 당장 경험해봐야 할 여행지 100선’에 뽑힐 정도로 서울의 명소가 됐다. ‘서울로 7017’은 1㎞의 짧은 콘크리트 도로로 걷기를 만끽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보행도시 서울’의 가능성은 보여주었다. ‘서울로 7017’이 1000만 구보씨들이 횡보하는 서울 거리를 만드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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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 설문조사에서 미세먼지가 예전보다 나빠졌다고 응답한 국민이 80%를 넘었다. 지금 동일한 설문조사를 한다면 90%는 족히 넘을 것 같다. 미세먼지가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단순 팩트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1995년 서울의 PM10 농도는 80㎍/㎥에 근접했다. 다른 대도시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높던 미세먼지 농도는 2010년에 50㎍/㎥ 아래로 내려갔고 이후에도 이 수치를 유지했다. 20년이 채 안 걸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30% 이상 줄인 것이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줄었다는 사실을 얘기하면 비난받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대다수 시민들은 단순 측정자료까지 믿지 않고 언론은 연일 미세먼지 공포를 조장한다. 왜 그럴까? 마스크가 잘 팔리는 것 외에 공포마케팅을 통한 이익도 별로 없어 보이는 데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밀접한 질병은 폐질환과 심혈관질환이다. 대도시 미세먼지 농도가 30% 이상 개선되었으니 관련 질환도 많이 줄었을까? 결론은 반대다. 미세먼지와 관련이 높다는 허혈성심장질환은 이 기간 동안 유병률이 약 250%나 증가했고 폐렴사망률은 무려 700%가 넘게 증가했다. 폐암환자 또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미세먼지가 줄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이다. 주변에 호흡기, 심혈관질환자 및 사망자가 몇 배나 증가했는데 어찌 믿을 수 있을까. 질병, 사망과 관련한 기억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관련 질병 자료만을 분석하면 관련된 질병을 줄이려면 미세먼지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괴상한 결과를 얻게 된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상관관계이니 아이러니다. 통계의 한계쯤 되려나? 좀 돌려 생각해보면 이 자료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비록 미세먼지가 관련 질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는 하나, 미세먼지를 압도하는, 해당 질병을 유발하는 다른 오염물질이 증가했다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압도적 질병유발물질은 미국의 조사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대형차량 외 디젤차량이 극소수인 미국에서 디젤이 차지하는 미세먼지 발생량은 15% 정도이다. 반면 암의 조기발병 영향은 모든 대기오염물질 중 무려 80%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디젤차는 2000년 360만대에 불과하던 것이 작년 말 1000만대에 근접하여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수도권에서 디젤차가 발생시키는 미세먼지량은 전체 오염원의 23%나 된다. 왜 미세먼지가 줄었음에도 관련 질병이 이렇게 폭증했는지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 없이 대기 중 발암물질량의 80%를 훌쩍 넘게 발생시키는 디젤엔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왜 사람들이 오염물질의 과다배출을 앎에도 불구하고 디젤차를 선호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최근 출시된 고가의 SUV는 판매량의 약 80%가 디젤엔진이니 말 다했다. 

디젤은 서민을 위한 연료라는 이유로 세금을 낮춰 휘발유보다 10% 정도 저렴하다. 그런데 경차는 모두 휘발유차인 반면, 디젤승용차는 대부분 비싸다. 자동차시장은 가난한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내야만 하는 이상한 구조로 개편된 지 오래다. 더 이상 디젤의 저가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함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민의 고충을 뒤로하고 경유세를 인상하기는 어려우니 참 난감하다. 역으로 생각하자. 소득주도성장의 상징인 최저임금 인상이 계획보다 늦어지고 서민의 삶이 더욱 팍팍해져가는 지금 국민의 건강과 실질소득 증대를 모두 꾀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휘발유세를 경유세와 같게 낮추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을 위해, 침체된 경제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다. 휘발유를 남용한다고? 더 이상 움직일 여력도 없다. 

조기폐차지원금? 수소차지원금? 걷어서 특정인에 주려하지 말고 걷지 말자. 미세먼지? 대기오염정책 완전히 헛짚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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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우주를 떠돌던 한 우주인이 침팬지 혹성에 불시착했다. 우주선을 간신히 빠져나와 헤매고 다니는데 이를 수상히 여긴 침팬지 공안에게 붙잡혔다. 이 혹성에서는 지위가 높을수록 허리를 곧추세우고 걷는데 침팬지를 닮지 않은 이상한 자가 ‘곧선 보행’을 하고 다니니 난리가 난 것이다. 침팬지 공안마저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다니는 판에 ‘듣보잡’이 감히 허리를 펴고 다니다니.

과학수사대로 바로 압송돼 인지능력 테스트를 받았다. 컴퓨터 화면상에 0부터 5까지 숫자와 그 위치를 보여줬다. 잠시 후 그 숫자들을 모두 가리고 숫자 순서대로 위치를 짚어내라 했다. 우주인은 순간 기억능력을 활용해 정확히 숫자의 위치를 짚어냈다. 이제 0부터 7까지 숫자를 보여준 후 다시 테스트했다. 이번엔 잘 짚어내지 못했다. 그러자 숫자를 9까지 높였다. 몇 개를 맞히다가, 도저히 계속할 수가 없었다. 침팬지들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허리를 펴고 다니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침팬지 혹성의 법전 몇 권을 주고 다 외우라 했다. 일주일 후 4지선다형 시험을 보았다. 단순 암기하지 않으면 시간 내에 풀 수 없는 퀴즈풀이였다. 기억을 최대한 되살려 시험을 보았다. 예상보다 시험 성적이 잘 나왔다며 침팬지들이 감탄했다. 또 다른 시험지를 가져왔는데, 이번엔 5지선다형이었다. 고향별에서는 이미 이런 시험은 인공지능이 다 대체해 쓸모없게 된 지 오래라 오히려 어려웠다. 논술시험도 보았다. 말이 논술시험이지 법전을 통째로 암기하지 않으면 한 문장도 제대로 쓸 수 없는 문제였다. 결국 변방으로 쫓겨났다. 수도에 살 수 있는 인지능력이 부족하다고 판정받았기 때문이다. 땅만 보고 걸으라고 척추압박 장치로 허리를 구부러트려 놓았다. 구부정한 허리를 끌고 변방으로 가보니 모두들 땅을 내려다보고 기어 다녔다. 알고 보니 이곳에선 세습제를 없애고 민주주의를 한답시고 시험을 통해 지배층과 피지배층을 나눈다. 태어나자마자 모두 단기 기억능력 키우는 교육을 받는다. 일정 교육기간이 지난 후 시험 성적에 따라 허리 각도가 정해진다. 

근데 단기 기억능력 시험에 관한 한 침팬지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사진 찍듯이 정확히 사물들의 배치상태를 기억하는 침팬지들은 온갖 시험을 휩쓴다. 그중에서도 법조인이 되는 시험이 압권이다. 이 시험에 붙으면 이들을 한데 모아 교육을 시킨다. 침팬지들 사이에 온갖 끈끈한 동료애가 생긴다. 이후 법조계로 나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다 결국 정계로 진출한다. 형식상으로는 주권을 지닌 인민이 민회를 구성하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원로원에 맡겨져 있는데 대개 법조계 침팬지 출신이다. 인민이 직접 뽑은 집정관조차 침팬지 원로원에게는 고개를 조아린다. 침팬지 원로원은 정치를 천적 박멸과 먹고사는 문제로 쪼그라트린다. 입만 열면 천적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겠다고 핏대를 올리거나 경제 살리겠다며 게거품을 문다. 놀랍게도 이런 조악한 선동이 인민에게 잘도 먹힌다. 대다수 인민은 주로 변방에 흩어져 사는데 침팬지로부터 개, 돼지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도 시험 못 봐 네발로 기어 다니게 됐다며 스스로를 탓한다. 개는 침팬지 주인을 쫓아 사냥을 다니느라 혼이 나가있다. 보이는 건 모두 주인의 천적으로 간주하고 물어뜯는다. 돼지는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땅 헤집고 다니느라 부산하다. 그래도 과거 궁핍한 삶에 비해 얼마나 풍요로우냐며 앞으로 경제가 더 성장하면 민생 문제가 말끔히 해결될 거라는 침팬지의 부추김에 쉽게 들썩댄다.

침팬지 공화국에서는 서로를 ‘충(蟲)’이라 비하한다. 무엇보다 침팬지 정치가 혐오와 증오의 언어로 인민의 가슴에 적개심을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이를 보다 못한 우주인이 눈을 들어 하늘을 한번 보라고 일렀다.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으냐며 화들짝 놀란다. 하늘을 우러러 보는 자를 극형에 처하는 공화국보안법을 모르냐는 것이다. 그럼 평생 허리 한번 못 펴고 땅바닥을 기며 살아갈 것인가? 되묻자, 이번 생은 어차피 ‘폭망’했으니 자식 교육시켜 침팬지로 성공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자못 결연한 답이 돌아올 뿐이다.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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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2주년을 맞아 국방부를 출입한 이래 20년 이상 알고 지내는 예비역 장성들에게 현 정부의 군 정책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김영삼(YS), 김대중(DJ), 노무현 대통령 임기 동안 영관급과 장성으로 복무한 터라 역대 정부와 비교해보고자 한 것이다. 반응은 비슷했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군 정책과 취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군의 목소리가 없다”고 했다. 원인 분석도 거의 같았다. “인재를 넓게 뽑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굳이 비교하면 하나회를 척결한 YS 때보다 덜 개혁적이고, 호남인맥에 편중됐다던 DJ 때보다도 유능하지 못하다고 했다. 

지난 2년 문재인 정부는 군 개혁을 힘있게 끌고 오지 못했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때는 그나마 하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정경두 장관 들어서는 그마저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 파다하다. 국방부는 물론 합동참모본부와 각군을 통틀어도 정부의 군 정책을 소신 있게 펴는 사람은 몇 명 없다. 차라리 “9·19 남북군사합의를 검토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서 요즘 일부 예비역 장성들로부터 “빨갱이” 소리를 듣는 김진호 재향군인회장(전 합참의장)이 돋보인다. 심지어 일선 부대에서는 터무니없는 논리로 정부의 국방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에게 안보강연을 맡기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군 수뇌부의 무감각과 안이함이 이 정도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튼튼한 안보 위에 평화 정착” 다짐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군 개혁의 핵심인 능력 위주의 탕평 인사, 육·해·공군의 고른 기용도 무위에 그치고 있다. 개혁적인 인사는커녕 육군 중심의, 관행적 인사가 여전하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설명하면서 “합참 장교들이 2주일 동안 밤을 새워가며 합의 문건을 검토했다. 그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데 경악했다. 게다가 남북군사 대화에 수십년간 이를 전담해온 예비역 장성들의 경험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인력의 적재적소 활용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과도한 대응도 있었다.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안보지원사령부) 개혁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그 이후 ‘계엄령 문건 사건’ 처리 과정은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해외에서 돌아오지 않아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지만 검찰 조사에서 속시원히 드러난 게 없다. 문민 통제에 대한 군의 거부 위험성을 지나치게 부풀림으로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군이 일반 정부 부처의 관료들에 앞서 진작에 ‘집권 4년차 모드’로 들어간 것은 이런 결과이다. 공관병에게 갑질한 4성 장군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현 정부에 의해 핍박받았다고 나선 것은 그 일례일 뿐이다. 

외교안보에서는 ‘정책이 70%, 사람은 30%’라는 말이 있다. 정책이 정해지면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기량 차이는 부차적이라는 의미도 된다. 하지만 군은 다른 조직과 다르다. 생도 때부터 수십년간 서로를 비교 평가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YS가 하나회 숙군에 성공한 것은 과감하게 밀어붙인 결과이지만, 하나회를 대체한 세력이 능력을 크게 의심받지 않은 덕분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실패하고 있다. 군처럼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들어맞는 조직은 없다. 군 내부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지휘부를 세우지 않는 한 군 개혁은 불가능하다. 

청와대와 여권 유력자들에게 줄을 대려는 군인들은 어느 정권에나 있었다. 보수파들은 지난해 육군 참모총장이 청와대 행정관을 단독으로 만났다고 비판했지만, YS 때는 별판을 단 차량들이 청와대 인근 한정식집 골목에 수시로 출몰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정도를 걷는 장성들이 없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직접 군 원로들을 만나 그들의 견해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또 DJ가 군축전문가인 임동원 예비역 소장을 호텔에서 만나 밤새워 토론한 끝에 설득한 것을 문 대통령도 적극 본받아야 한다. 

북·미 협상이 조정기에 접어든 만큼 군 정책도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정부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은 2002년 6월 제2차 연평해전 때 윤영하 소령 등 장병 6명이 전사했는데 청와대가 사흘간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김 대통령은 물론 국방부 장관마저 전사자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것이 햇볕정책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 문 대통령은 군의 합리적인 목소리를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군 개혁에 대한 비전과 평화 정책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군인들에게는 국가와 통수권자에 대한 충성의 유전자가 있다. 그들의 가슴에 불을 댕기는 것은 통수권자의 몫이다. 문 대통령은 그런 일을 하기에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이상적인 조건을 갖췄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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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린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데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최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전국 검사장들에게 e메일을 보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본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문 총장은 “지금의 논의에 검찰이 적잖은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며 직접수사 총량 축소, 수사착수 기능 분권화 추진, 재정신청제도 전면 확대 등의 운영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과오에 대한 자성 없이 밥그릇만 지키려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진짜 속마음은 모두발언 이후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드러났다. 문 총장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올라온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이 그동안 전권적 권능을 갖고 일했으니 경찰도 검찰 통제 안 받고 전권적 권능을 행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문 총장 발언은 초점을 흐리는 ‘물타기’에 불과하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이 미우니까 일부 권한을 떼어다가 경찰에 넘겨주자는 저급한 차원이 아니다. 한국 형사사법 체계를 제대로 세움으로써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한 과정이다.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 검찰이 권력과 결탁해 주권자를 배신한 사례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검찰은 자체 개혁 기회를 여러 차례 부여받고도 스스로 내팽개쳤다. 수사에선 경찰, 기소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검찰의 전횡을 막을 수 없다는 데 시민적 합의가 이뤄졌다.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의 정보권 독점 등 부작용은 법안 논의 과정에서 보완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검찰개혁은 역대 정권에서 번번이 좌초됐다. 검찰의 조직적 반발에다 검사 출신 일부 의원들의 방패막이 노릇이 겹치면서다. 이번에도 과거 사례를 답습해선 안된다. 검찰총장이 수사권 조정에 입장을 낼 수는 있으나,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향해 ‘민주적 원칙 위배’ 운운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정부와 여당도 당사자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한 만큼 검경은 본연의 소임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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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 재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정 확대를 ‘선 투자’라고 했고, “지금 하지 않으면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민들이 삶의 질 개선을 체감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면서 “고용안전망 강화, 자영업자 대책 등에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2020년을 ‘국민이 체감하는 혁신적 포용국가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전 국무위원과 당·청 고위 관계자가 참석해 국가재정 운용의 큰 방향과 전략을 결정하는 재정 분야 최고의사결정 회의다. 이런 자리에서 대통령이 침체된 경제와 취약한 고용안전망을 우려하고, 재정 확대를 주문한 것이다. 정부 재정이 투자와 소비 확대를 유도할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판단과 처방은 시의적절하다. 

올 들어 한국 사회와 경제를 향한 ‘경고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은 악화되고, 저출산·고령화·빈부 간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경제는 1분기 역성장 속에 수출 부진은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소비는 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우리의 재정건전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물가도 안정돼있다. 재정 확대정책을 펴기에는 최적의 여건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복지 지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고 한다. ‘사람투자, 인재양성협의회’와 ‘평생내일배움카드제도’를 각각 구성·도입해 재정 확대뿐만 아니라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겠다고 했다. ‘혁신적 포용국가’ 건설을 위해 ‘사람 투자 전략’까지 살핀 것은 긍정적이다. 소득 하위 20% 계층의 탈빈곤을 지원하기 위해 근로능력 여부에 따라 ‘소득 지원’과 ‘사회적 경제 일자리 확대’ 정책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재정 확대가 최선책이라 해도 ‘재정 투입-성장-세수 확대’라는 믿음만 갖고 운영하는 건 금물이다. 재정의 원천은 국민의 세금이다. 허투루 써서는 안된다.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면 정부 대응력이 떨어지고, 국가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필요하다면 금리는 물론 조세개혁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재정 정책으로 끝날 경우 나라 전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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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둘러싼 정보요원 두 명의 주장이 파장을 낳고 있다. 1980년 5월 미 육군 501 정보그룹 소속 군사정보 전문가로 광주 공군기지에서 근무했다는 김용장과 광주 주재 501 보안사 상사였던 허장환이 논란의 중심이다.

김용장은 꿈같은 증인이었다. 헬기사격부터 사살명령까지 5월의 모든 의문에 완전한 답변을 내놨다. 그 답변은 허장환의 주장과 일치한다. 다만 보안사 요원 신분이 확인된 허장환과 달리 김용장의 신분은 자신의 주장 외엔 증거가 없다.

김용장씨가 소속됐던 미 육군 정보보안사령부(INSCOM)의 1980년도 연례보고서 원문(2018년 10월 기밀 해제). INSCOM의 부대배치 현황이 표로 정리되어 있다.


김용장이 501그룹 시절 받은 포상은 그가 501그룹 종사자였음을 증명할 뿐 광주에서 군사정보 전문가로 일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보안상 직책을 명기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개된 501부대의 두 상급기관, 육군 정보보안사령부(INSCOM)와 국방정보국(DIA) 문건에서 광주 근무 “한국인 정보전문가”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증언의 정확성도 문제다. 김용장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1980년 광주에 CIA나 국무부 직원이 없었다고 했다. CIA 요원 상주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광주에는 국무부 소속 미 문화원이 있었다. 미국의 5·18 초기 정보는 문화원 직원들의 작품이었다. 20년 넘게 광주의 미 육군정보 요원이 이들의 존재를 모를 수 없다.

김용장은 지난 14일 광주 회견에서 1980년 5월21일자 DIA 문건 중 3개 문항이 자신의 보고에 기반했고, 그중 하나는 사살명령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문을 보면 그것은 사살명령이 아니라 자위권 허가였다. 사살명령의 존재 여부를 떠나 이 보고서에 대한 김용장의 증언은 보고서와 천양지차인 것이다.

김용장은 이 회견에서 80년 당시 501의 기능이 여단에서 그룹으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다. 대북 감청이 주임무인 501부대는 1986년 여단으로 승격돼 지금도 평택에 주둔하는 등 축소된 적이 거의 없다. INSCOM의 1980년 연례보고를 보면 그의 증언과는 반대로 휴민트 구조는 계통이 강화되고 인원도 늘었다.

연례보고에서 한국인 전문가의 흔적도 찾기 힘들다. 당시 501그룹에는 미군 194명, 직접고용한 민간인은 고작 두 명이었다. 그중 하나가 김용장이었을까. 그러한 특기자가 굳이 광주 공군기지에 20년간 배치됐을까? 게다가 당시 501부대 배치는 광주를 제외한 5개 기지에 한정됐다.

5·18 관련 DIA의 최초 보고서는 5월19일에 나왔다. 그날 광주시내에서 시위를 목격한 2명의 미 공군장교의 목격담으로 구성됐다. 정보장교가 아니었던 이들이 기지 귀환 후 심상치 않은 시내 상황을 미 공군 정보체계에 보고했고, DIA가 이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보고는 5월20일, 광주 관광호텔 외국인 투숙객들과 선교사로 보이는 미국인들을 면담한 뒤 작성한 것이다. 이 초기 문건들에서 한국어에 능통한 정보전문가의 흔적은 없다.

김용장은 지난 3월 JTBC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그는 취재진에게 1980년 당시 미대사관 무관 제임스 영과 교류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같은 취재진을 만난 영은 김용장을 모른다고 했다.

그즈음 나는 INSCOM에 당시 김용장과 4명으로 구성된 그의 팀이 작성한 보고서의 정보공개를 요청했고, 그런 기록을 찾을 수 없으나 DIA나 태평양사령부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 후 두 기관에 정보공개 요청을 했으나, 한 곳에선 기록이 없다는 답을 받았고, 다른 한 곳에서는 답신이 아직 오지 않고 있다.

김용장과 허장환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5·18 역사를 민주화항쟁이 아닌, 사전 각본에 따라 연출된 학살극으로 재평가해야 할 것이다. 광주시민들이 한 무리의 나약한 피해자로 전락하더라도, 그것이 진실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엄중함에 비춰 김용장은 1980년 당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공식 기록을 통해 밝히지 않고 있다. 

항쟁과 학살이 뒤얽힌 광주는 민주주의의 큰 성과이지만 민초들에겐 깊은 상처다. 온갖 혼란과 몽니 속에 진상규명은 요원한 채, 또 5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있다.

<설갑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영문판 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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